“미중관계, 음모론 그늘에서 벗어나야”…중국 정치학자

편집부 / 2016-02-23 11:31:15
‘인류 역사상 최후의 전투’ 들먹이는 음모론 중국에서 창궐<br />
미국에도 음모론 뿌리 깊어…상호불신과 공포를 벗어던져야
△ 오바마시진핑

(서울=포커스뉴스) 북경외국어대학에서 미중 관계를 가르치는 시에타오(謝韬) 교수가 아시아 외교·군사 전문 웹사이트 ‘더디플로맷’ 기고문에서 22일 소개한 다음의 글은 중국 대중이 인식하는 미중 갈등의 수위(水位)를 잘 보여준다.

“금세기 시작 이래 미국의 확립된 정책은 중국을 최대 가상적으로 취급하면서 중국을 또 다른 옛 소련으로 만들기 위해 중국을 붕괴시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이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미국은 월스트리트, 백악관, 국방부, 그리고 수많은 재단들에서 최상의 인재를 징발했다. 인류 역사상 선례가 없는 이 프로젝트는, 이를테면 5개의 전선, 즉 군사·외교·정치·경제·문화로 중국을 포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슈퍼 전략이다.”

앞의 문장은 “중국을 지키는 전쟁-인류역사상 최후의 전투가 펼쳐진다(中国保衛戰—人類歷史的终极對決即將上演!, 편의상 간체자 원문을 번체자로 바꾸었음)”라는 긴 원고의 일부다. 이 원고는 일주일 전 중국 사이버 상에 출현한 이래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자신을 ‘심해암석(深海岩石)’으로 소개한 이 글의 필자에 따르면 한반도 핵 위기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상처 없는 충돌”에 불과하다. ‘심해암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미국은 북한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이 말썽꾸러기가 중국을 포위할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제거되면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중국을 “절멸(絶滅)시키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3개의 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초점은 중국과 전쟁하지 않고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것, 즉 “미국의 괴뢰 국가들을 충동하여 중국과 논쟁하게 하며 중국 국경을 따라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적인 것으로 “미국 달러화를 치명적 무기로 사용하여 중국을 질식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중국 정부의 다양하고 중요한 기관들에 침투한 제5열(간첩)”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미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제5열의 핵심 요원들은 약 300만 명이다. 이들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듣는 즉시 5000만 명의 인민을 동원해 반정부 항의에 참여시킨다. 그리고 중국은 전례 없는 혼란 속으로 빠진다.”

시에 교수는 실제 필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이 글의 엄청난 인기는 많은 중국인이 미국을 바라보는 방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시에 교수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강력한 중국의 부상(浮上)을 막겠다는 결의에 차 있으며 너무 늦기 전의 지금이 중국이 반격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비슷한 음모 이론으로 말하자면 미국도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저명한 중국 전문가 마이클 필즈버리는 2015년 『100년의 마라톤-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비밀 전략』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중국과 미중 관계에 관심이 있는 미국 독자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에 불만이 많은 공화당 국회의원들에게 “성경”으로 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필즈버리에 따르면 “100년의 마라톤”은 “공산당 지도부가 대미 관계를 시작한 이래 실행해 온 계획”이다. 그것이 100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 주창자들이 “마오쩌둥을 시작으로 중국 지도자들에게 100년의 굴욕에 대해 복수하도록 조언해 왔으며 2019년(중국 공산혁명 100주년)까지 세계의 경제·군사·정치 지도국으로서 미국을 대체하기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필즈버리는 “하지만 ‘100년의 마라톤’의 강점은 그것이 은밀히 운영된다는 데 있다”면서 “마라톤의 제1 규칙은 마라톤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마라톤을 자세히 설명하는 어떤 단일한 전체계획도 베이징의 금고 속에 보관된 것은 없다”고 시인하면서 “마라톤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너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노출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필즈버리는 “심지어 미중 사이의 더 긴밀한 관계를 계속해서 옹호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분명한 것은, 중국의 부상(浮上)이 바로 우리 코 밑에서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처음부터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미국, 그리고 더 광범하게 서방이 도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즈버리가 보기에 중국은 능란한 기만술을 발휘하여 그 의도와 능력을 감추었으며, 중국의 기만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중국이 미국의 최대 위협이 되도록 대부분의 미국 정책당국자들이 기꺼이 협력했다. ‘중국이 미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믿는 분석가’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 비판자로 변신한 필즈버리는 “우리는 중국에 의해 얼간이 취급을 당해 왔으며 지금은 너무 늦기 전에 우리의 정책을 재고할 때”라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보냈다고 시에 교수는 지적한다.

시에 교수가 보기에 이런 음모론은 가뜩이나 복잡하고 논쟁적이며 갈수록 경쟁적인 미중 관계에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던진다. 음모론은 상대국에 대한 각국의 최악의 공포를 먹고 산다. 미국 쪽에서 그러한 공포는 떠오르는 중국이 본국의 번영과 해외 지도력에 가한다고 인식되는 도전에서 자라난다. 중국 쪽에서 그러한 공포는 중국을 민주화하고 “중국의 꿈〔中國夢〕”이 실현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인식되는 미국의 기도(企圖)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에 교수는 인간의 속성상 사람들이 이런 음모론을 추측하거나 믿는 것을 금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전통과 “중국식 모델”에 집착하는 중국 지도자들의 결의를 감안하면, 두 나라 사이의 교육·경제·문화·기술 교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불신과 공포는 지속될 것이다. 양국은 과거 상호 협력해야만 했으며 앞으로도 분명히 그래야 하겠지만, 그러한 협력이 자기만족이나 낙관주의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고 시에 교수는 말한다. 두 나라 모두에 강력한 “예외론”, 즉 “역사는 당신의 편이 아니라 내 편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주입될 때 전쟁은 있어날 성싶지 않은 것이 결코 아닌 것이 된다고 이 학자는 경고한다.지난해 9월 25일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주석(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Photo by Ron Sachs-Pool/Getty Images) 2016.02.23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양제츠 중국 국무원 외교담당 국무위원(왼쪽)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6월 24일 워싱턴에서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공동 주재하고 있다.(Photo by Alex Wong/Getty Images)2016.02.23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중국 쓰촨성 청두 교외에서 진행된 재난관리 합동훈련을 마친 미중 양국군 지휘관이 2012년 11월 30일 악수하고 있다.(Photo by Peter Parks-Pool/Getty Images)2016.02.23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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