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소탕' 나선 검찰…'조폭 vs 검찰' 길고긴 악연

편집부 / 2016-02-22 12:18:26
전국 조폭전담 강력부장 워크숍…"강력부 역량 집중"<br />
군사정권 당시 시작된 '범죄와의 전쟁'<br />
진화하는 폭력조직…강력범→경제범<br />
'검거=구속' 공식 깨졌다…구속률 급감<br />
'조폭과의 전쟁' 선포한 검찰, 남은 과제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포커스뉴스) 검찰이 폭력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강력범죄 대응에 혼신을 기울이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점점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 전국 조폭전담 강력부장 워크숍…“강력부 역량 집중”

최근 전국에서 폭력조직 관련 범죄가 다시 꿈틀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검찰은 지난 19~20일 충북 진천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에서 전국 폭력조직 전담검사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박민표 대검 강력부장과 서울, 부산 등 6대 지검 강력부장을 비롯해 18대 지검 조폭전담검사 등 총 36명이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수사사례를 발표하고 수사기법을 전수하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폭력조직 단속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날 현장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홍일 변호사, 전현욱 형사정책연구원 박사, 백희광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팀장 등이 향후 검찰 조폭수사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토론을 벌였다.

강력통으로 알려진 김 변호사는 “조직폭력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방치하면 남미 사례처럼 나중에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후배 검사들에게 사명감을 강조했다.

전 박사는 “조폭 수사의 대응방안으로 잠입수사기법 활용, 참고인 강제소환제도, 유죄협상제도, 면책조건부증언취득제도 등 형사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 팀장은 일선 경찰이 조폭전담 검사에게 바라는 자질과 능력을 소개하고 2000년대 초반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범죄단체를 수사한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 군사정권 당시 시작된 '범죄와의 전쟁’

폭력조직과 검찰의 악연 아닌 악연의 역사는 군사정권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후 정치권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동대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정재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승만 정권 당시 부통령이었던 이기붕과 돈독한 관계였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그의 기세는 박정희 정권의 등장으로 무너지게 된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부쿠테타를 일으키면서 정권을 장악했다.

그가 가장 처음 한 일은 폭력조직 소탕작전이다.

국가의 기량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아래 동대문사단으로 불리던 폭력조직 멤버들을 잡아들였다.

그리고 이정재는 당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이후 동대문뿐 아니라 전국의 폭력조직 소탕에 나섰다.

1980년대 들어 전두환 정권은 삼청교육대를 통해 폭력조직을 와해시켰다.

당시 폭력조직원들이 대거 삼청교육대에 잡혀가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은 와해됐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범죄와의 전쟁’은 노태우 정권 당시 이뤄졌다.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폭력조직의 보스급들을 줄구속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방파 김태촌 검거다.

1990년 5월 노태우 정부는 서울중앙지검에 강력부를 신설했다.

강력부의 첫 작품이 바로 김태촌 검거인 셈이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폭력조직은 부활하기 시작했다.

당시 강력부 검사로 활약한 인물들은 그 시기를 ‘폭력조직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폭력조직의 기세가 다시 꺾인 것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정치권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정치권과 커넥션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폭력조직과 유대관계를 맺을 필요도 없었던 셈이다.

◆ 진화하는 폭력조직…강력범→경제범

문제는 폭력조직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데 있다.

세력의 성장이 아닌 범죄 유형의 성장이다.

과거 폭력조직은 주로 강력범죄와 연루된 경우가 많았다.

까만 양복에 온몸을 휘감은 문신 등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위협감을 주는 식이었다.

대규모 칼부림을 벌이고 세력다툼으로 팽팽한 긴장을 유지했다.

수익모델도 역시 특정지역의 자릿세를 받는 형태였다.

그러나 폭력조직이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 이들은 합법적 사업체를 가장해 기업M&A, 주식시장 등에 진출하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지능적 범죄유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꾸준히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 만큼 그 범죄형태가 어디까지 변하게 될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무기로 무장해 조폭과의 전쟁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 ‘검거=구속' 공식 깨졌다…구속률 급감

과거 군사정권 당시 조폭 검거는 곧장 구속으로 연결됐다.

이후 인권문제 등 우리 법의 체계가 바뀐 후에도 검거 이후 구속은 꽤 높은 비율로 이뤄졌다.

실제로 10년 전인 2006년만 하더라도 1766명이 검거돼 646명이 구속됐다.

10명 중 4명은 구속된 셈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난해 구속율은 이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매년 감소세를 걷던 구속률이 14.7%까지 떨어진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조직폭력사범 수는 2500여명에 달한다.

검찰은 이 중 369명을 구속했다.

지난 10년 사이 가장 많은 인원이 단속에 적발됐고 구속자도 2012년 396명을 보인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그러나 구속률을 보면 사정은 다르다.

단순히 구속 인원으로만 비교하자면 높은 편에 속하지만 구속률로 따지면 14.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10명을 검거했을 때 이 중 구속되는 사람은 1.5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 법의 구속 요건이 까다로워진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폭력조직의 범죄 유형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능형 경제범죄에 가까워지는 만큼 혐의 입증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입증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조폭과의 전쟁' 선포한 검찰, 남은 과제는

전국 폭력조직 전담검사 워크숍에 앞서 김수남 검찰총장은 “조직폭력범죄는 서민생활에 가장 직접적이고도 심각한 피해를 주는 범죄”라며 “구성원의 경륜과 역량을 결집해 진화하는 조직폭력범죄에 능동적으로 단호히 대처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취임사, 신년사 등을 통해 강력범죄의 성역없는 수사를 주문해 온 김 총장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당부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향후 폭력조직 소탕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의지를 다진 만큼 성과는 물론 결과물을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검찰의 수사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검찰이 범죄조직보다 한발 앞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검찰이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력조직과 가장 많은 마찰을 빚는 경찰과 협력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며 “범죄유형을 분석하는 연구소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검찰이 폭력조직보다 앞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검찰.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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