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유, 울고, 울고, 울었던 '남과 여'

편집부 / 2016-02-20 08:00:08
"'남과 여' 기홍, 누가 나인지 아삼모사하게 헷갈렸다"<br />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멋있게 늙어가고픈 판타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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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공유는 '남과 여'에서 맡은 캐릭터 기홍에 대해 "일종의 반칙"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첫 정통 멜로 연기 도전이고 첫 노출 장면이 담긴 영화라서 '공유의 변신'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공유는 "기홍과 많이 닮아있어서, 더 가슴이 아팠고. 누가 저인지 기홍인지 아삼모사하게 헷갈렸어요"라고 말했다. 출발부터 반전인 인터뷰였다.

'남과 여'는 전도연과 공유가 만드는 정동 멜로 영화다. 사랑에 빠지게 된 상민(전도연 분)과 기홍(공유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사랑은 순탄치 않다. 상민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을, 기홍은 우울증을 앓는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와 아빠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남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핀란드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울에서 재회해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과거 공유는 자신에게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진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진한 멜로 작품을 기다린다고 했다. 기다림의 결과물은 '남과 여'가 됐다. 공유가 '남과 여'에 합류를 결정한 것은 전도연에게도 의외인 일이었다. 공유의 주변에서 만류도 있었다.

"제가 '남과 여'라는 작품에 빠져든 것이 기홍이 상민에게 느낀 감정 같았어요. 영화를 찍는 동안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기홍으로 살고 난 후 돌아왔을 때, 사랑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생각한 것 같고요. 저도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하고 싶었던 진한 멜로를 하고 싶기도 했고, 하고 싶었던 멜로의 여왕 (전도연)과 함께여서 갈증이 해소된 것 같아요."



전도연과 호흡은 생각한 그대로였다. '이렇게 하자'고 제안할 필요가 없었다. 핀란드에서 첫 만남과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뒤, 서울에 돌아와 영화의 중간 토막을 찍었다. 감정의 흐름이 뒤죽박죽이었다. 배우로서는 감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힘들었다고 기억하지 않았다. "그냥 그 순간에 집중한 것 같아요"라는 것이 그 이유다.

"기홍과 상민이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서 제가 '상민 씨 때문에 못 갈 것 같은데요?'라고 농담을 해요. 촬영 후에 (전)도연 누나랑 모니터하는데, 갑자기 '나 네가 저 대사 할 때 좋더라'라고 하셨어요. 원래 그런 얘기를 많이 안 하세요. 그런데 (전)도연 누나의 말에 제가 전한 진심을 확인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공유의 연기 스타일과도 연관되는 말이다. 그는 "보통 캐릭터를 접할 때, 나와 닮아있는지 본능적으로 확인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기홍에게도 그랬다. 그래서 촬영 내내 기홍을 향한 작은 자극에도 공유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사실 공유는 '남과 여' 촬영장에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내가 저에게 위로를 건넬 때, 아이가 저를 안아줄 때, 호텔에서의 뒷모습, 그리고 마지막 장면. 사실 촬영할 때, 이윤기 감독님도 놀라실 정도로 엄청 울었거든요. 사실 기홍의 눈물은 시나리오에도 없었어요. 감독님도 완성본에 제 눈물을 많이 안 쓰셨고요. 저도 그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도 늘 곁에 있는 사람이 외롭다는 걸 오히려 모를 때가 많잖아요. 제 경험이 생각나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크게 와 닿았어요."


공유는 각 장면에 대해 제 생각을 꼼꼼히 말했다. 아이와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 그리고 상민과의 관계에 그는 자신이 겪은 일처럼 진지했다. 공감과 이해의 깊이는 깊었다. 상민의 마음을 흔든 사려 깊은 기홍의 모습은 준비 없이 나온 게 아니었다. 이것 역시 공유의 스타일과 연결되어 있다.

"물론 작품 속에 존재하지만, 판타지로 중무장한 캐릭터나 작품은 좀 불편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올해 개봉 예정인 작품이 '부산행'인데, 그건 좀비 영화예요. 현실성이 없다고 보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인물의 공통점이 있어요. 고단한 삶에 지쳐있는 모습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강자보다 약자가 많고요. 그냥 제 성향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있고, 두려움도 많이 없어진 것 같고요. 여유가 생긴 거죠."

공유 역시 대중이 그의 로맨틱한 모습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에서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이제 상관 안 해"라고 외치던 공유는 이제 38살이 됐다. '도가니', '남과 여', 그리고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부산행'에서도 부성애 연기를 보여준다. 마냥 소년 같았던 배우가, 아이가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다.

"확실히 배우는 경험에서 오는 것들이 자산인 것 같아요. 그런데 판단하는 몫은 보는 이들을 통해서잖아요. '남과 여'를 찍고 난 후에, 40대 때 '제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해봤어요. 40대가 비로소 진짜 남자가 되는 나이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좋아하는데, 그분을 보면 패어있는 주름이 다 연기 같고 그 사람의 보물 같아요. 저도 그렇게 멋있게 늙어가고 싶은 판타지가 있어요."배우 공유가 영화 '남과 여'에서 기홍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공유가 인터뷰 전 포토타임에 갖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쇼박스>배우 전도연과 공유가 영화 '남과 여'에서 정통 멜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은 영화 '남과 여'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영화 '남과 여'에서 기홍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공유. 사진은 영화 '남과 여'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배우 공유가 영화 '남과 여'에서 기홍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공유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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