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점수’ 단결력 높이는 장점 있지만 학생 강제 ‘악용’<br />
의혹 제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회 견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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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_대나무숲1.jpg |
(서울=포커스뉴스) “이번에 불거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참가비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을 발단으로 그동안 잘못됐던 것들이 바로 잡히길 바란다.”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의 신입생 OT 참가비가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계기로 그동안 덮여있던 문제들이 바로잡혀야 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들은 체대에서 진행하는 OT, 개강총회 등 각종행사에 참석해야 받을 수 있는 ‘참가점수’와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체대문화’에서 오는 ‘강제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건의 시작,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에 올라온 의혹
사건은 지난 14일 밤 페이스북 경희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체육학과 16학번 오티(OT)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듣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오는 20일부터 3박4일간 교내 제2기숙사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OT 비용과 관련된 질문이다.
자신을 올해 졸업하는 경희대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숙박비 9만4000원, 행사비 2만원, 간식비 6000원, 단체복 15만원, 학생비 11만원 등이 책정됐는데 어떻게 산정된 금액인지 궁금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기숙사 1박 비용은 1만8000원으로 3박 기준 5만4000원에 불과한데 OT 비용은 9만4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4000원도 아니고 4만원 차이가 나는데 이유를 설명해달라”며 OT비용 전체 식비, 신입생이 입금한 총 금액, OT 비용 결제내역 등이 반영된 영수증 원본 사진을 요구했다.
“6년 전에는 ‘동문회비’ 명목으로 10만원이 포함됐는데도 같은 38만원을 냈다. 올해는 동문회비가 없는데도 같은 비용인데 과거 10만원은 내지 않아도 되는 금액인지 새삼 궁금해진다”는 내용도 나왔다.
◆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난 내 갈 길을 간다”
이에 대해 경희대 체대 학생회 측은 ‘체육대학은 이전부터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계속 유지할 예정입니다’는 답변을 ‘공식적’으로 남겼다.
하지만 학생회 관계자는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에게 ‘비공식적’ 생각을 담았다.
이 관계자는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난 내 갈 길을 간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해당 캡처파일이 인터넷에 오르내렸다.
파문이 커진 후에야 학생회 측은 “9만4000원은 숙박비가 아닌 숙식비로 침구류 대여 및 식비가 포함된 가격”이라며 “불참자도 오리엔테이션 참가비를 포함한 금액을 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며 OT 예산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예산안이 아니고 영수증이 첨부된 결산내역서를 보고 싶다”, “예산안만 가지고 오해가 풀리겠나” 등이라며 예산안이 급조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 인터넷서 4만6000원에 판매하는 옷 산다며 23만원 받아가
경희대 체대 학생들에 따르면 문제는 OT 참가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회의 단체복 구입비에도 의혹은 제기된다.
A씨가 14일 밤 페이스북 경희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린 글에는 “2014학번 당시 학생회 단체복 명목으로 12만원을 받아갔는데 실제 비용은 9만2000원이었고 단체는 더 할인해 준다”면서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 약 600만~1000만원이 남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학생회 측은 OT 예산안을 공개하며 “단체복비는 트레이닝복 상하의, 기능성 반팔티셔츠, 나염작업 등을 더한 가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단체복비에 대한 의혹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학생 B씨는 “한번은 단체복을 구입한다며 23만원을 받아갔다”며 “단체복으로 맞춘다는 옷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4만6000원에 팔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단체복비를 받아 많은 돈이 남을 것 같은데 어디에 사용됐는지 학생회가 공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돈에 얽힌 경희대 체대의 의혹은 학생회를 넘어 조교에게까지 있다.
학생 B씨는 “조교가 한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2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테니 그중 100만원을 현금으로 가져와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장학금 운영에도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학생 C씨도 “주변에 조교에게 ‘장학금 200만원을 받게 해줄테니 100만원을 다시 돌려달라’는 제안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며 “그가 나에게 얘기를 해서 거절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에도 그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분명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난 ‘의혹’…수면 아래 있던 이유는?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은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B씨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체대문화’의 특성상 후배가 선배에게 의혹을 제기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학과에서도 후배가 선배한테 의혹을 제기하기가 어려운데 체대는 더하면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C씨 또한 “군대의 군기와 비슷하지만 다른 체대의 문화가 있다”며 “잘못된 것을 알고 개선해야 하는 것도 알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 D씨는 “선배가 되면 바꿔야지 하면서도 막상 선배가 되면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체대만의 문화로 인식되기 때문에 오히려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체대문화’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참가점수’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참가점수는 OT, 개강총회 등 학생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를 뜻하며 장학금을 받고 못 받고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된다.
B씨는 “학점이 높더라도 참여점수가 낮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며 “참가점수 때문에 행사 참여에 대한 자율성이 떨어지고 강제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C씨는 “개인적이 돼 가는 학우들을 모으고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참가점수가 만들어졌다”며 “체대를 하나로 모으고 단결력을 키우기 위한 취지로 체대의 강점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 “이같은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변질돼 권력을 휘두르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장학금이 걸려있어 학생들이 쩔쩔매게 된다”고 말했다.
D씨도 “참가하고 싶지 않은 행사에도 참가점수 때문에 어쩔수 없이 참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 ‘야당’없는 학생회…견제할 수 없어
‘체대문화’ 속에서 ‘참가점수’까지 있어 학생회가 ‘나쁜 마음’을 먹을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5개 학과로 이뤄진 체대 학생회의 학생회장은 다른 단대 학생회장 선출과 마찬가지로 투표로 선출된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학생회장은 학생회 임원을 구성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학생들로 학생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할 ‘야당’이 존재하지만 대학에는 학생회를 견제할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체대문화’ 속에서 ‘참가점수’라는 무기를 가진 학생회에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경희대 체대생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번에 불거진 문제가 투명하게 잘 해결되고 이를 계기로 덮어뒀던 문제들도 개선돼 신입생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체대 학생회 측은 “지금은 이 문제에 대해 말할 상황이 아니다”며 “OT를 다녀온 후 이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출처=페이스북 페이지 '경희대학교 대나무숲' 갭처><사진출처=경희대학교 체육학과 홈페이지 캡처><사진출처=페이스북 페이지 '경희대학교 대나무숲' 캡처><사진제공=경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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