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암매장' 야산 현장검증 지체…주민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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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광주=포커스뉴스) 친모에 의해 폭행 당해 숨진 '큰딸 암매장 사건'의 현장검증이 18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와 암매장 장소인 경기 광주의 야산 등에서 연이어 진행됐다.
현장검증이 이뤄진 용인 아파트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친모 박모(42)씨가 공범인 친구 백모(42)씨, 집주인 이모(45)씨 등과 함께 거주한 장소로 김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장소다.
이날 박씨 등은 현장검증이 예정된 시간인 오후 1시보다 조금 늦은 오후 1시 12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박씨와 공범들은 모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기분이 어떤가”, “한 마디만 해달라”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재빨리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모(63·여)씨는 “이 동네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젊은이들과 어린 아이들이 별로 없다”며 “20년을 넘게 여기서 살았지만 이런 끔찍한 사건은 처음 접한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해당 뉴스를 접하고 애기가 너무 불쌍해 화가 났다”며 “아파트 관리원에게 계란 한 판을 사서 날계란이라도 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탄식했다.
같은 아파트 라인에 거주하고 있다는 여고생 A양은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며 “너무 끔찍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용인 현장검증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북적거리는 여느 사건현장과 달리 동네 주민 3~4명만 나와 있었다.
이에 대해 관리원 B씨는 “아무래도 강력사건이다 보니 다들 안에서 지켜보고 쉬쉬하는 것 같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첫 번째 현장검증은 도착 40분 만인 오후 1시 52분쯤 끝났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어떻게 현장검증에 임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울거나 주저하지 않고 덤덤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추가 폭행가담 혐의가 밝혀졌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장검증 등을 모두 끝낸 뒤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양의 시신이 보관됐던 경기 광주시 송정동의 한 일반주택에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양이 숨진 뒤 하루 정도 이곳에서 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씨와 관계돼 있는 장소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양이 암매장된 장소인 경기 광주시 초월읍의 한 야산에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박씨 등은 예정 시작시간인 오후 3시를 훨씬 지난 4시 12분쯤 산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박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하며 한동안 산에 오르질 않아 시간이 또 한 차례 지체됐다.
이후 10여분이 지난 4시 23분쯤 백씨, 이씨, 박씨 등 순으로 암매장한 위치에 도착했다.
박씨는 큰딸의 시신을 암매장하는 장면을 재연하며 눈물을 흘리고 흐느꼈다.
마지막 현장검증은 시작한 지 15분 만인 오후 4시 40분쯤 끝났다.
산 입구에 나와있던 동네 주민들은 “저런 사람들은 산에 있는 나무에 한 달 동안은 묶어 놓아야 한다”며 “왜 얼굴을 다 가려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심한 욕을 하기도 했다.
평생을 동네에서 살았다는 주민 안모(59·여)씨는 “동네에는 300호 정도가 산다. 저 산은 개인 산이고 해서 입구에 있는 약수물을 떠올 때 말고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산 주인이 박씨의 큰 시아주버님으로 알고 있다. 시댁 식구들은 아직도 근처 동네에 산다”며 “이혼을 했는데 왜 시댁 소유의 산에 와서 아이를 묻었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설날 이전부터 경찰들이 와 수색을 펼쳤다”며 “광주 경찰들이 아닌 낯선 경찰들이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그 때 이 사건에 대해 동네 사람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현장검증에 경남 고성경찰서, 경남경찰청 과학수사대 등 소속 경찰관 19명과 경기경찰청 기동대 2개 중대를 동원했다.
당초 경찰은 17일 현장검증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이날 박씨를 대상으로 행동·심리 분석조사를 진행하면서 하루 늦춰졌다.
앞서 박씨의 범행은 지난 1월 교육당국과 경찰이 장기결석 및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9년 1월 서울에서 살다가 각각 다섯 살과 두 살 난 딸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이후 이씨의 집을 비롯해 경기 등지의 친구 집을 전전하던 박씨는 주민등록상 딸들의 취학연령이 됐음에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방치했다.
박씨의 남편은 두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2013년 3월 고향인 경남 고성에 있는 아이들 할머니집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박씨 남편의 전입신고 때문에 장기결석 초등생 전수조사 과정에서 범행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작은딸과 함께 생활하던 박씨를 찾아냈다.
이후 박씨는 경찰의 추궁에도 2011년 하반기 이후 큰딸 행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등을 동원해 집중 추궁한 끝에 “2011년 10월 26일 큰딸이 말을 듣지 않아 며칠에 걸쳐 끼니를 거르게 하고 회초리로 때려 숨지게 했다”며 “친구·지인 3명과 함께 경기 광주시 인근 야산에 묻었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수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씨가 “(암매장한 시간이) 밤이여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특정장소를 지정하지 못해 시신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15일 경기 광주시 해공로 초월읍 인근 야산에서 박씨와 이씨, 백씨 등을 대동해 다시 정밀수색을 벌였고 오후 5시 30분쯤 큰딸로 보이는 시신을 발견했다.
현재 박씨는 상해치사,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김양의 시체유기에 가담한 이씨는 아동복지법 위반과 시체유기 등 혐의, 백씨는 시체유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은 지난 17일 이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를 혼내려면 제대로 혼내라’며 김양을 때리는 박씨의 폭행을 부추긴 것도 직간접적인 폭행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향후 현장검증과 시신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박씨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용인=포커스뉴스) '친모, 큰딸 살해·암매장 사건' 피의자들이 18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당시 거주지에서 현장검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친구 백모(42)씨, 모친 박모(42)씨, 집주인 이모(45)씨. 2016.02.18 오장환 기자 (광주=포커스뉴스) '친모, 큰딸 살해·암매장 사건' 피의자인 모친 박모(42)씨가 18일 오후 경기 광주시의 한 야산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16.02.18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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