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은 뉴질랜드 낙농가들, 우유 값 폭락으로 파산 위기에

편집부 / 2016-02-18 15:52:52
공급과잉으로 국제 우유 시세 계속 떨어져 낙농가들 고통<br />
세계 유제품 교역 3분의 1을 담당하는 뉴질랜드 유독 심각

(서울=포커스뉴스) 세계 유제품(乳製品) 교역의 3분의 1을 담당한다고 해서 ‘우유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리는 뉴질랜드에서 공급과잉으로 국제 우유시세가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낙농가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대출이 부실화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전지분유(全脂粉乳) 시세는 지난해 10월 이래 근 3분의 1이나 떨어졌다. 이 바람에 영국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낙농가들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뉴질랜드의 사정은 한결 더 복잡하다. 이 나라 농민들은 양(羊)과 고기소 사육을 유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느라 지난 10년간 빚을 늘려왔다. 따라서 우유 값 변동에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낙농업 대출이 전체 은행대출의 약 10%라고 추산한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낮은 유제품 가격 때문에 낙농가의 80%가 2015~2016 시즌에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그런 낙농가들이 가장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1990년대에 뉴질랜드 은행들을 줄줄이 인수한 호주 은행들은 뉴질랜드 낙농업 부문에 크게 노출돼 있다. 낙농업 대출은 여타 산업부문 대출이나 주택대출보다 상대규모는 작지만 은행 간부들이 문제 삼을 정도로 절대규모가 크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은 주로 낙농업에서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느라 지난 12월까지 6개월간 뉴질랜드에서의 대출 장애 비용이 11% 증가했다고 이달 밝혔다.

내셔널호주은행은 주로 낙농업에 대한 노출로 말미암아 전체 대출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된 대출의 비율이 12월까지 석 달 사이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낙농업 부문의 장애대출을 4억2000만 뉴질랜드달러(2억7600만 미국달러)로 추산했다.

낙농업을 둘러싼 상황은 세계 금융계에서 막 떠오르는 주제다. 원유에서 철광석과 우유에 이르기까지 제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원자재 대출이 급속히 부실화하고 있다.

물과 목초지가 풍부한 뉴질랜드는 양털과 양 생산에 집중해 오던 나라를 지난 10년에 걸쳐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국으로 변모시켰다. 젖소는 이제 이 나라 인구(450만 명)보다 많다.

그런 변화에 필요한 자금은 대체로 은행대출에 의존했다. 낙농업 부문 대출은 2003년 113억 뉴질랜드 달러(약9조2000억원)에서 지난 6월말 379억 뉴질랜드달러로 급증했다. 빚을 많이 진 뉴질랜드 낙농가들은 이제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언제 우유 값이 오를지 기약이 없는 가운데 손실을 껴안고 가느냐, 아니면 파산하고 땅을 내주느냐.뉴질랜드 모리슨빌의 낙농장.(Photo by Sandra Mu/Getty Images)2016.02.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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