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의 혼란이 엔화 가치를 다시 끌어올려
(서울=포커스뉴스) 아베 신조 총리(사진)가 3년 전 일본경제를 호전시킨다며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들고 나왔을 때 그는 조세, 무역, 여성 취업 같이 다양한 분야를 목표로 삼았다. 아베노믹스가 크게 의지했던 전략은 엔화를 약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그 전략은 먹혀들어 주식시장이 폭등하고 기업 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이제 그 무기는 불발에 그치고 있으며 아베노믹스는 곤경에 빠졌을지 모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 진단했다.
세계시장의 혼란은 엔화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그것은 일본 주식시장에 큰 타격을 초래했으며, 경제 분석가들 사이에서 일본이 궤도에 복귀하는 데 필요한 경제성장을 아베 총리가 달성할 수 없으리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은행 간부 출신으로 현재 JP모건 체이스의 분석가인 아다치 마사미치는 “아베노믹스가 허물어질 위험에 처했다”고 NYT에 말했다.
일본정부는 15일 2015년 4분기 일본경제가 예상보다 더 위축되었다고 발표했다. 일본경제는 이제 지난 12개 분기 가운데 5개 분기에 걸쳐 위축됐으며 2015년의 성장률은 미미한 0.4%에 그쳤다. 올 여름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는 아베 정부의 경제 회복 노력에 추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본 관리들은 그들이 엔화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엔화는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의 많은 정책당국자와 재계 지도자가 보기에 가치가 약화된 엔이 좋은 엔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도요타나 파나소닉 같은 수출 대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엔화 절하는 수입품의 가격을 끌어올리지만 그것조차 이로울 수 있다. 그것은 이익 감소와 소비 감소로 이어진 물가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일본이 떨쳐내는 데 도움을 준다.
통화 절하는 2012~2015년 어떻게 도요타의 북미 지역 이익이 매출보다 5배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잘 설명한다. 도요타는 이제 올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3조 엔(약31조 원)을 달성하는 최초의 일본 기업이 될 태세다. 이러한 횡재는 아베노믹스의 부산물이다.
아베 총리가 2013년 발탁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이끄는 중앙은행은 방대한 물량의 정부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넘치게 했다. 이 전략의 분명한 목표는 사람들이 돈을 빌리고 소비하는 것을 최대한 쉽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 전략의 말해지지 않은 목표는 엔화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 40% 가치가 하락했다.
하지만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증대되는 우려는 그러한 엔화 약화를 일부 제자리로 돌려버렸다. 12월 이래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약 10% 올랐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이라며 엔화를 마구 사들였다. 이러한 변화는 엔화 약세에 기대를 걸어온 일본 기업들에 해를 입힐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저축해 오고 있다.
도요타가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갖고 있는 유보금은 15조 엔이 넘으며, 혼다는 거의 7조 엔, 캐논은 3조엔 이상의 유보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유보금은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줄어들 것이다. 매우 취약해지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들어가 임금과 투자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두 가지는 경제 회생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전문가들이 꼽는 항목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부쩍 휘발성이 높은 주식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 엔화 가치가 1년 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닛케이225지수가 12% 폭락했다. 그것은 7년 전 세계금융 위기 국면 이래 일본의 주식이 보인 최악의 실적이었다.
그러다 15일 주식은 반등했다. 닛케이지수는 엔화에 대한 상승압력이 어느 정도 해소된 데 힘입어 7% 이상 올랐다. 주가 폭등은 2015년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이 미미한 소비지출과 수출 때문에 연율 기준 1.4% 줄어들었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블룸버그 뉴스의 조사에 응한 경제전문가들은 당초 같은 기간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0.8%로 예상한 바 있다.
스미토모미쓰이자산관리의 전략가 이치가와 마사히로는 투자자들은 경제 위축보다는 그것이 중앙은행의 경기 자극 프로그램에 대해 의미할 수 있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제로 밑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정책을 더더욱 느슨하게 가져갔다. 이로써 일본은행은 역시 디플레이션과 씨름하고 있는 유럽 중앙은행들에 합류했다. 이치가와는 이제 추가 행동이 있을 법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정책금리를 더더욱 마이너스 영역으로 끌어내리거나 어떤 다른 완화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경제를 자극하느라 혈안이 된 중앙은행들에 의한 “바닥을 향한 경주” 또는 심지어 바닥을 지나친 경주가 도를 넘을 위험성을 지적했다. 지난 11일 스웨덴 중앙은행은 단기금기를 기존의 마이너스 0.35%에서 일본은행의 새 금리와 같은 마이너스 0.5%로 내렸다.
경제 소생을 노리는 아베 총리는 정치적 압력에도 직면해 있다.
일본의 집권 연정은 올 여름 참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분석가들은 아베 총리가 그의 경제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에 의존해 집권 연정의 참의원 다수 의석을 연장하려 한다고 본다. 일본의 약체 야당들이 유권자의 실망감에 편승할 능력이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이제 아베 총리의 그런 전략은 덜 확실해 보인다.
지난달 실시된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아베총리의 지지율은 약 50%였다. 이 정도 지지율은 임기가 한창 진행된 총리에 대한 지지율로는 높은 편이며 야당 지지율을 크게 앞선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후 그의 정책을 위한 가장 유능한 대변인 가운데 한 명을 잃었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담당상은 건설회사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지난달 28일 사임했다.
일본 내각부의 15일 발표에 따르면 정부지출은 지난 분기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두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민간투자로 예상을 깨고 전분기 대비 1.4% 성장했다.
도쿄 골드만삭스의 경제분석가 바바 나오히코는 부채에 시달리는 정부가 주앙은행에 의한 화폐 증발에 찬성하는 것 외에 지출을 늘릴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추가적인 재정적 자극을 준비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바바는 NYT에 말했다.(Photo by Carl Court/Getty Images)2016.02.1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요코하마 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트럭들.(Photo by Koichi Kamoshida/Getty Images)2016.02.1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한 남자가 주식시세 전광판 앞을 지나며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Photo by Christopher Jue/Getty Images)2016.02.1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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