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아늑한 공간에 위치…작가·독자 "나만의 공간, 나만의 책" 느낌<br />
독립출판, 점차 시장 확대 추세…관련 행사 교육과정도 생겨나
(서울=포커스뉴스) ‘독립서적’이란 작가 본인이나 그룹이 직접 글을 쓰고 책을 디자인해 서점에 입고시키는 책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누구나 작가가 돼 책을 팔 수 있는 공간인 ‘독립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독립출판'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독립출판의 경우 작가와 출판사가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 보니 책 그 자체가 ‘작가’를 대변한다.
책의 디자인, 제목 등에는 작가의 색깔 그대로가 담겨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많이 담겨있다는 점이 독립서적의 특징이다.
타의에 의해 왜곡되거나 변질되지 않은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책에 담겨있다.
또 책이 소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나만의 책’을 소유하게 됐다는 특별한 기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최근 독립서적 구매율이 높아지자 서울시내 곳곳에도 독립서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만 해도 60여개의 독립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서점은 눈에 띄는 곳에 자리하기보다 동네 골목 사이사이에 있다. 서점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주로 문화예술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연남동, 종로구 서촌 등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원구, 성동구 등에도 독립서점이 생겨나고 있다.
◆ 책 표지 디자인과 내용 ‘다양’…제목·재질도 작가 ‘마음대로’
작가 중에는 직접 손으로 책을 쓰거나 카드 형식으로 책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또 실로 엮어 책을 만들어 ‘핸드메이드’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독립서적이 대량보다는 소량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로 인해 독립서적 구매자들은 책을 읽음과 동시에 ‘소유’하는 기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시다발’ ,‘사소설’, ‘스타리스타리나잇’ 등 책 제목도 눈에 띈다. 비속어가 섞여있는 제목도 있다. 그 만큼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책의 모양과 디자인은 대형서점에서 보는 책처럼 정형화돼 있지 않다. 카드처럼 쭉 펴지기도 하고 10페이지 내외로 된 얇고 작은 도서도 있다.
글씨 폰트도 다양하다. 또 직접 작가가 자필로 적은 책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시다발’과 ‘스타리스타리나잇’의 시집을 펴낸 시인 엄지용(29)씨는 스타리스타리나잇의 책을 직접 디자인해 발간했다.
엄씨는 “인쇄소를 알아보고 디자인을 생각하려고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괜히 있는게 아니였음을 깨달았다”고 책 제작 당시를 떠올렸다.
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됐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팔다 겨우 책을 만들어냈다”며 “다음에 책을 낼 때는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씨는 독립서적 작가들에게 독립서점은 ‘숨은 보석과 같은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엄씨는 “보석같은 공간에서 제 책이 판매되고 있고, 또 그 공간을 누군가 일부러 찾아가서 제 책을 구매해준다는 것 자체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해봐야 이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독립출판 제작자, 책을 판매하는 서점 운영자 등이 상생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독립출판도 그런 관점에서 정말 좋은 문화라고 본다”고 독립출판에 대한 애정 섞인 마음을 보였다.
◆ “아늑하고 조용한 동네책방 같은 느낌”…책 진열은 서점 컨셉에 따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헬로인디북스’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이보람(38·여)씨는 독립출판물을 즐겨보는 독자였다.
그러던 중 이씨는 “이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궁금했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2014년부터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독립출판물을 찾는 고객들이 꽤 늘었고 특히 주말에 찾는 손님이 평일보다 3배 정도 많다고 전했다.
이씨는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의 신간이 나오면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독립서점을 방문하거나 독립서적을 소유하는 이들은 독립서점이 ‘동네책방’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권모(25·여)씨는 “처음에 친구 따라 독립서점에 우연히 가게 됐다”며 “요즘은 시간이 나는 주말에 여기저기 독립서점을 둘러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성모(28·여)씨는 “독립책방은 조용하고 아늑해서 좋다”며 “다양하고 재밌는 제목들이 눈에 띄고 책이 정형화돼 있지 않아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즐겨 다니는 대형서점에는 ‘베스트셀러, 금주의 책’ 등 책을 소개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독립서점에서 책 진열방식은 운영자에게 달려있다.
이씨는 “독립출판물이 소재나 장르가 다양해서 그림, 사진, 텍스트, 매거진 등 큰 덩어리로만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또 “책은 2~3권 정도만 받고 그 이후에 떨어지면 재입고 요청을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들이 소속된 출판사가 없다보니 작가들이 직접 서점을 찾거나 운영자에게 연락해 책을 서점에 입고시킨다.
독립서점은 서점 운영자의 취향과 서점 운영의 목적에 따라 그 컨셉에 맞는 책을 취급한다.
이씨는 “작가들로부터 책 소개를 이메일로 받으면 회신으로 입고 안내를 한다”며 “주로 택배로 받기도 하지만 직접 방문하는 작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출판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관련 이벤트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이라는 전시다.
지난 2009년 첫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돼 왔다. 일반적인 홍보와 거리를 두는 독립출판과 그 제작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판매하는 행사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열린 이 행사에 1만여명이 방문했다.
한편 독립서점 오픈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교육과정도 생겨나고 있다.
주된 커리큘럼은 홍보·마케팅 노하우, 디자인 실전연습 등이다.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헬로인디북스'. 신성아 기자 sungah@focus.co.kr헬로인디북스 내부 모습(위)과 독립서적 '맥주연대기' 표지. 신성아 기자 sungah@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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