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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 |
(서울=포커스뉴스) ‘감독범위 과다, 지역유대 어려움’, ‘생과 사의 기로에서 나를 버려야 한다’
과중한 업무에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간부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경기 소재 한 경찰서 경비교통과장 A씨의 유족이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비해당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변인들과 근무수첩에 기재된 내용 등에 따르면 A씨는 업무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무렵부터 우울증이 악화돼 자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돼 보훈청의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씨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1987년 경찰대 7기생으로 입학한 A씨는 2003년 4월 경정으로 승진하면서 경기도에 있는 한 경찰서 경비교통과장으로 부임했다.
A씨는 부임 이후 서울에 사는 부인·어린 딸과 떨어져 경찰서 내 33㎡(10평)의 좁은 숙직실에서 혼자 생활했다.
그는 이곳에서 미군 시설경비 등 총 548회 경비업무를 지휘했고 교통단속 2만5234건 등 교통 관련 업무도 책임졌다.
해당 경찰서 관내에는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민원과 집회가 잦았고 남북회담·임진각, 통일로에서의 행사가 많았다.
특히 A씨가 숨지기 전인 2004년 6월은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참수 사건으로 미군시설에 대한 경비업무가 강화되는 등 업무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던 A씨는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죽고 싶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대인기피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경찰생활에 흠이 된다는 생각에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다.
그는 2004년 2월 전직신청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같은 해 7월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A씨는 유서 대신 근무수첩에 당시 과중한 업무로 자책감과 우울증에 괴로워했던 심정을 남겼다.
수첩에는 '감독범위 과다, 지역유대 어려움', '생과 사의 기로에서 나를 버려야 한다', '누가 이 사슬을 끊을 것인가, 종료를 시키자. 더 이상은 안 된다. 내가 사슬을 끊어야 한다' 등 내용이 총 13회 기록돼 있었다.
이후 유족은 관할 보훈청에 A씨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있는 업무수행 중 숨진 게 아니다”고 거부당하자 2014년 8월 소송을 냈다.법원.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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