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하며 몇 주간 사용할 용돈 마련
(서울=포커스뉴스) “휴일도 휴일 같아야 맘 놓고 쉬죠. 취업이 안돼 마음도 불편한데…”
‘설 연휴에 어떤 계획이 있냐’고 묻자 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 고모(25)씨는 이렇게 답했다.
“돈 쓸 바에 차라리 벌어야죠. 설 연휴 아르바이트는 대목기간이라 시급도 더 많이 주거든요.”
취업준비생 김모(27·여)씨는 설 연휴에 용돈을 벌 것이라며 이렇게 대답했다.
고향에 내려가는 왕복교통비만 평균 7만~8만원에 달하는데 교통비도 아깝다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번 설 연휴는 취준생들에게 ‘쉬는 날’이 될 수 없다. 마음만 불편한 날이다.
◆ 온·오프라인 특별강의 듣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부족 부분 채워
대학 졸업을 앞둔 고씨는 “설 연휴에 영어학원에서 ‘토익 특강’을 듣는다”며 애써 웃음지었다.
고씨는 “이번달 시험에서 목표했던 토익점수를 따야만 곧 있을 대기업 공채에 지원할 수 있다”며 “부지런히 기출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며 지내는 이모(28·여)씨는 “주변에 지방에서 올라온 고시생들이 몇 명 있는데 대부분 내려가지 않고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친척들이 뭐하고 지내냐고 물으면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민망해 하실 것”이라며 “차라리 여기(서울)에 남아 공부하고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오는 4월 9일은 9급 공무원 시험일이다.설 연휴가 시작되면 시험이 60여일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경찰공무원 시험도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19일이 2016년도 1차 경찰공무원 시험일이다.
그러다 보니 학원들도 설날 당일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학원도 마찬가지다. 설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시험합격 설명회' 등을 여는 등 분주한 스케줄로 취준생들은 휴일을 만끽할 틈이 없다.
기업 구직이 힘들다 보니 공무원 시험 응시율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지난 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2016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결과 4120명 모집에 총 22만2650명이 응시했다.
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6.6% 증가한 역대 최다 응시인원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시험일도 곧 다가오고 경쟁률도 더욱 치열해져 학생들이 설날 연휴에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 새뱃돈 받는 대신 용돈벌이 찾는 2030 취준생들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1년 반째 취업준비 중인 장모(26·여)씨는 친구들과 함께 설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일을 구한 장씨는 “설날에는 시급도 다른 때보다 많은 편이라 3~4일 벌어두면 2주일간 밥값 정도는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대학 졸업하고 부모님께 손벌리는 일도 어렵다”며 “큰 돈은 아니지만 스스로 돈을 버는 법을 익혀가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방법을 연습 중”이라고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에는 ‘설날 알바 채용란’이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설날에 아르바이트를 많이 구하는 편인데 20대 구직자들 사이에서 경쟁률이 꽤 치열한 편”이라고 말했다.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거리에 한 고시학원의 공무원 합격 설명회 판넬이 걸려있다. 2016.02.02 신성아기자 sungah@focus.co.kr한 경찰공무원 학원의 설날 휴일 학원 운영 안내표. <자료출처=메가CST 홈페이지>온라인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게재된 '설날 아르바이트' 구인란. <자료출처=알바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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