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하루 4곳 '시장 순례'…엇갈린 뒷모습

편집부 / 2016-02-04 12:14:46
호평…"직접 얘기 들으면 보는 눈 달라져"<br />
비판…"아쉬운 마음에 표 얻으려고 온 것"
△ 털모자 쓰는 안철수와 천정배

(서울=포커스뉴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으레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 재래시장이다. 정치인의 재래시장 방문은 시민들과 만나 민심을 파악하고 지지를 청하는 이벤트다. 여기에 서민을 중시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어떤 정치인은 "재래시장 방문은 정치인에겐 '성지순례'와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다.

국정 운영에서 오만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박근혜 대통령이 재래시장만 찾았다 하면 다시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지난 2일 안철수-천정배, 두 의원을 '간판'으로 공식 출범한 국민의당도 첫 행보로 재래시장을 택했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닌 시장 네 군데를 하루에 돌았다.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는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의식한 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다면 시장 상인들은 이들의 방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연예인을 본 것처럼 반갑고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포커스뉴스>는 국민의당 지도부가 거쳐 간 시장의 '뒷 모습'을 취재했다. 이들의 민생행보가 '약'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그 반대가 될수도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 국민의당, 창당 바로 다음날 전통시장 찾아

추위가 조금 누그러진 3일 오전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나란히 '시장 투어'를 떠났다. 서울시 동작구에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부터 남대문시장, 영등포시장, 망원시장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이날 민심파악에 나선 안 대표와 천 대표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열심히 하겠습니다"였다. 이들은 시장 상인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했지만 빡빡한 스케줄 탓에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두 대표는 시장을 찾은 시민과 상인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국민의당을 적극 알렸다.


◆ "열심히 하겠습니다"…식상하지만 그래도 반가워

국민의당 지도부가 지나간 자리에는 두 가지 입장이 공존했다. 다짜고짜 "인사드리러 왔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하는 정치인에게 일부 시민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소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 국민의당이 사전공지 없이 시장에 방문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상인은 정치인의 시장방문에 대해 "원래 다 시나리오 짜서 한다"고 말했지만 "국민의당은 아무 사전 계획없이 온 거 같다. 그냥 이렇게 왔다는 거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칭찬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중반 여성은 두 대표의 방문 자체를 즐겼다. 그는 "한번 (직접) 보고 얘기 듣고 하면 뉴스나 이런 거로만 보는 것과 다르다"며 "그 사람(의원) 보는 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방문이 시장 상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장사가 안 되는 건 맞지만 즐기는 부분도 있다. 명절이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망원시장에서 닭강정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국회의원과 처음으로 같이 사진을 찍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두 대표의 방문이 "(정치하는데 있어) 모티브가 될 것"이라며 "그분들이 여기 와서 뭘 고치고 하는 그런 거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정치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장을 보러 나온 한 지역주민은 안철수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국민의당을) 항상 아름답게 보고 있다"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행보가 좋다. 정치적으로 열심히, 성실하게 하고 서민들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도 성의가 있으니 나와 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때 되면 나오는 사람들…표 하나 얻으려고 온 것"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식상하다는 평을 피하기 어려운 "열심히 하겠다"란 인사에는 여전히 '진정성'이 관건이었다. 일부 상인들은 이들의 전통시장 방문이 반갑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소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 "선거 때만 되면 나오지 선거 끝나면 코빼기라도 보이나. 자기 아쉬우니까 온 것"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둘러보기라도 하나. 아쉬운 마음에 표 하나 얻으려고 (온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도 정치인의 재래시장 방문이 '쇼'라며 "그 사람들이 우리 밥 먹여주나 아니면 말 한마디라도 적선해주나. 자기들 인기몰이 하는 것"이라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남대문시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느껴졌다. 20년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솔직히 말하면 (정치인들은) 그냥 여기 와서 인사하고 끝"이라며 "언론이나 신문에서 '서민 고충 들었다' 이런 거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망원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여성 역시 "어차피 때 되면 나오는 사람들"이라며 "연예인이 오면 매상이라도 오르는데 정치인이 와서 매상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만 몰고 다니고 시끄러워 죽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망원시장은 인근에 사는 가수 육중완(밴드 '장미여관'의 리드보컬)씨가 MBC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진 시장이다.지난 2일 국민의당 공동 대표로 선출 된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한 가게에서 모자를 쓰고 있다. 2016.02.03 김흥구 기자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 및 국민의당 지도부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창당 기념 특별 캠페인 '바꿔' 에 참석, 손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2016.02.04 성동훈 기자 지난 2일 국민의당 공동 대표로 선출 된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2016.02.03 김흥구 기자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6.02.03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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