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르꼬르동.png |
(서울=포커스뉴스) 지난해 7월 사진전 '안면도 오디세이'(Odyssey in Anmyeondo)로 주목을 받았던 사진작가 손현주(51)가 이번에는 파리의 맛과 요리, 여행, 사진이야기를 담은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를 출간했다.
손현주 작가의 파리 오마주는 단순히 '한 철' 머문 기행담이 아니다. 전직신문기자이자 음식, 와인칼럼니스트인 그가 와인 공부를 하며 드나들던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를 비롯해 리옹, 보졸레, 보르도, 남프랑스 등 두 발로 체득한 오랜 기억의 회로가 그의 예민한 시선이 담긴 사진과 함께 고스란히 책 속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파리의 미식을 회고하는 그의 글은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객담이 아니라 요리를 만드는 현장 속으로 뛰어 든다. 파리 맛의 근원을 길러내는 요리사관학교 '르 꼬르동블루'에 정식 취재요청을 해 직접 수업을 들으며 생생한 소식을 전한다. 저자는 요리유학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면 요리는 냉정한 삶이라는 점부터 주지시켜준다.
이 책은 트렁크 두 개를 들고 한 소녀가 인천공항을 떠나는 시작점부터 프랑스에서 요리사가 되기까지 언어와 비자, 방 얻기 등 필요한 모든 정보를 놓치지 않고 기록해 놓았다. 그러면서 벼룩시장, 헌책방, 레즈비언 전문 서점, 퐁피두광장, 마레 지구, 할머니들의 남다른 패션, 센강 주변의 풍경 등 느릿한 산보객으로서 해찰하며 담은 파리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았다.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는 저자의 체취가 느껴지는 글맛과 함께 사진을 통해 전달받는 아티스트의 영감이 가득하다. 이 책은 작가의 예민한 통찰과 문학적 감성이 끌어내는 사유로서의 사진을 넘겨보는 '압통'이 있다. 독자들을 자꾸만 여름 파리 강변으로 끌어내는 마법의 주문이다.
손현주 작가는 "태안의 섬 안면도에 정착해 작가활동을 하던 나에게 파리는 인문학적 사유를 키우는 또 하나의 섬이었다. 2년간 여름 한 철씩 파리에 머물렀다"면서 "피카소가 헤밍웨이가 창작의 상상을 키우던 책방과 카페, 세느 강변을 살피거나 과거 외젠 앗제가 새벽에 사진을 찍던 오래된 골목을 해찰하며 나 자신의 발자국소리를 들었다. 느리게 걸으며 파리라는 또 하나의 섬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손 작가는 책의 편집과정에서 '좀 더 사진적이어서' 실리지 못한 이미지들을 전시하는 초대전을 개최한다. 그는 섬 작가답게 '파리스랜드'(Parisland)라는 제목으로 '파리라는 또 하나 익명의 섬'을 끌어냈다. 그가 재해석한 외젠 앗제의 오래된 골목과 현대사진으로서의 파리 단면은 때론 진중하고 때론 경쾌하게 풍만한 도시 한가운데서 고독과 익살을 노래한다. 그에게 섬은 깊고 단절된 시간을 끄집어내는 모티브다. 사진전은 오는 15일부터 한 달간 서울 연남동 낙랑갤러리(낙랑파라)에서 초대전으로 진행된다.
저자 손현주는 음식과 와인 칼럼리스트이자 여행작가 겸 사진작가다. 20년간 경향신문 기자로 활동하다 지난 2010년 사표를 내고 안면도로 귀향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서 글을 쓰고 섬을 떠돌며 사진을 찍는다. 런던과 서울에서 사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저서로 '계절 밥상 여행', '와인 그리고 쉼', '태안 섬 감성 스토리' 등이 있다. 앨리스.1만6000원.파리 요리사관학교 '르 꼬르동블루'의 졸업식 모습. 요리사 모자인 토크를 집어 하늘로 던지는 것이 전통이다.<사진제공=앨리스>'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 표지.<사진제공=앨리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