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합의, 의총서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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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위원장 집무실 향하는 이종걸 |
(서울=포커스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된 후 이종걸 원내대표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최근 비대위 인선에서 배제된 데 이어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쟁점 법안 합의문이 폐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원내대표의 사퇴 및 탈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 첫 번째 시련, 비대위 인선 배제
지난 27일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발표한 비대위원 6명의 명단에 이 원내대표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원내대표는 비대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한다는 통상적인 정치 문법을 깬 인선이다.
당내 논란이 일자 김 비대위원장은 27일 비대위 인선에 대한 기자 간담회에서 "원내대표를 빼놓고 비대위가 원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 비대위를 운영할 수 없다"며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 때마다 항상 참석해서 같이 의논할 계획이다. 그 점에 대해 염려하지 말라"고 말했다.
잘 포장된 언어이지만 골자는 이 원내대표가 비대위 회의 때마다 참석하지만 의결권은 없다는 방침이다.
이 원내대표는 자신이 비대위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반발했다.
그는 다음날인 28일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회의에서) 원내 (상황에 대해) 보고하거나 배석자로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항의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원내대표의 독립적 권력을 인정한다는 기본 정신과 모순된다"며 이 원내대표가 제외된 비대위 인선을 비판했다.
민 의원은 "앞으로 원내 협상을 함에 있어 선거법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경제관련 법도 있을 것이고 보육대란 해결도 있을 것인데 원내대표를 (비대위 인선에서) 배제하면 선거의 한 축이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당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원내대표의 비대위 참여 여부는 회의때마다 참석하지만 의결권은 없는 쪽으로 정리됐다.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현직 원내대표가 선대위와 비대위에서 빠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 원내대표에게 굴욕이자 시련이 아닐 수 없다.
◆ 두 번째 시련,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문 파기
지난 29일 더민주는 의원총회를 열고 '원샷법·선거법 연계 처리' 방침을 의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것을 단칼에 엎은 것이다.
앞서 지난 23일 이종걸·원유철 여야 원내대표는 29일 본회의를 개의해"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가 '파기'되자 합의문에 서명을 한 당사자인 이 원내대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의총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총 결과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 자리에 이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법안은 사실 지난해 12월31일까지 처리했어야 할 선거법"이라며 "선거법을 일차적으로 먼저 처리하고 그다음에 그동안 합의했다는 원샷법을 처리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일단은 선거법부터 양당이 합의해 먼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29일 의총 결과에 대해 '일방적 합의 파기'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의총 이후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 원내대표) 합의 파기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 이후 잇따라 벌어진 이 원내대표의 시련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사퇴와 탈당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 시절, 최고위 참석 거부 등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던 여파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 겸 비대위원장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획정 등 선거법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2016.01.29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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