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론’으로 짚어본 트럼프 당선 확률…미 선거 전문가

편집부 / 2016-01-27 08:27:04
미국 대선전은 퇴임할 현직 대통령의 성향에 좌우돼<br />
트럼프는 오바마와 정반대…대중은 반대인물을 원해

(서울=포커스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검토한 전문가 분석이 미국 유력 언론에 실렸다.

트럼프에 관한 분석을 살피기에 앞서 지금부터 벌어질 미국 대통령 선거전 국면을 일별하면 이렇다.

버락 오바마 현직 대통령을 계승할 제45대 대통령을 뽑는 미국 대선전이 다음달 1일 아이오와 주(州)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본격 전개된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전당대회에 파견할 주별 대의원을 뽑는 선거다. 코커스에는 당원만, 프라이머리에는 일반인도 참여한다는 차이가 있다. 1일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공화·민주 양당이 동시에 치른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중요한 이유는 대선가도의 1차 관문인 이곳에서 승리하면 선거 자금 확보가 쉬워지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아 대세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어 오는 9일 실시되는 뉴햄프셔 주(州) 프라이머리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오와나 뉴햄프셔 중 적어도 한 곳에서 승리해야 경선 일정 완주(完走)가 가능해진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CNN 여론 조사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37%의 지지율로 공화당 후보 중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조사에서는 지지도가 40%를 넘었다.

민주당에서는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CNN 여론조사 결과 샌더스는 51%로 43%의 클린턴을 따돌렸고 뉴햄프셔에서도 클린턴을 크게 앞섰다. 만약 클린턴이 두 곳에서 모두 지면위기를 맞을 수 있다.

공화·민주 양당은 주별(州別) 코커스나 프라이머리를 6월까지 마무리한 다음 각자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이렇게 선출된 후보들이 오는 11월 18일 화요일 개최되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최종 심판을 받게 된다.


미국 대선전의 최대 흥행 요소는 단연 트럼프의 천박한 언행이다. 미국 바깥에서 관전(觀戰)하는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기행(奇行)과 독설(毒舌)을 보며 “저러다 말겠지”라고 웃어넘기기 쉽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트럼프는 결코 우스갯거리가 아니다. 선거전이 지금 판세대로 굳어진다면 차기 대통령이 충분히 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다. 선거 전문가의 다음과 같은 분석이 이런 전망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한다.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2009년 1월 백악관에 들어가 2년간 백악관 수석고문을 지낸 오바마의 책사(策士)였다. 현재는 시카고대학 부설 정치연구소 소장이며 『신자(信者) - 정치에서 보낸 40년』이라는 책의 저자다. 그는 오마바가 대통령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 선거 컨설턴트다.

‘미국 정치 9단’쯤 되는 액설로드가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아이오와 코커스를 불과 며칠 앞두고 25일 뉴욕타임스에 ‘트럼프의 오바마 이론’이라는 주목할 만한 글을 발표했다. “오바마를 보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가 이 글의 전제이자 결론이다.

“그토록 명백했건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정말이지 당황스럽다.”

이런 뒤늦은 후회와 고백으로 액설로드는 글을 시작한다.

액설로드는 TV에 출연해 떠드는 여느 논객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트럼프의 출마를 우습게 봤다. 트럼프가 공화당 선거전에 발을 들여놓은 지난 6월 액설로드는 “공화당 대통령 선거전에 오픈마이크(아무나 무대에 올라 자유롭게 노래 부르도록 허용하는 오락 행사) 날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고 트윗을 날렸다.

심지어 트럼프가 여론조사 1위에 올랐을 때조차 액설로드는 도처에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었던 버르장머리 없는 트럼프가 단지 잠깐 스쳐가는 치기(稚氣)의 인물이리라고 자신 있게 예언했다. 공화당원 유권자들이 후보의 장기 공약을 진지하게 검토하게 되면 가을이 오기 전 트럼프는 시들고 말리라 보았다.

그로부터 7개월 뒤, 트럼프는 선거전의 모든 전통 규칙을 깨버리고 말았다. 정책에 관한 언급은 짧게 도발적 발언은 길게 가져가는 가운데, 트럼프는 멕시코인, 여성, 무슬림, 전쟁포로, 장애인, 그리고 사실상 그의 모든 반대자를 연속적으로 그리고 신나게 모욕했다. 그럼에도 최초 코커스 시작 직전까지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단연 1위라고 액설로드는 뒤늦게 트럼프의 위력을 인정한다.

액설로드에 따르면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이제는 그럴듯함을 넘어선다. 자기 숭배심이 넘치는 거래 해결사 트럼프는 공화당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액설로드는 이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액설로드에게 ‘짜증나는 일’은 “처음부터 트럼프의 출마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는데…”라고 자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일리노이 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으로 일하면서 대통령 출마를 검토하고 있던 2006년 하반기, 오바마는 액설로드에게 자신의 정치전망과 관련한 전략을 짜달라고 부탁했다. 액설로드의 정치 분석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지만, 그 뿌리에는 그가 정치 평론가 겸 선거운동 컨설턴트로 수십 년 간 일하면서 개발한 독자적인 이론이 있다.

다음은 “퇴임할 현직 대통령을 보면 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지 예상할 수 있다”로 압축되는, 액설로드의 대통령 선거전 이론이다.

현직이 출마하지 않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퇴임할 현직의 스타일과 개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의해 좌우된다. 유권자는 그들이 현재 가진 것의 복제품을 원하는 법이 좀체 없다. 그들은 거의 언제나 교정책(矯正策), 즉 떠나는 대통령에게 없다고 대중이 판단하는 자질을 지닌 후보를 찾는다.

젊고 정력적이었던 존 F. 케네디는 “신세대 지도력”을 부르짖으며 할아버지처럼 졸고 있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를 계승했다. 이를 약간 변형하여, 청교도적인 이미지를 풍겼던 지미 카터는 “국민만큼 착한 정부”를 제시하면서 현직 대통령 제럴드 R. 포드를 이겼다.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됐던 포드는 도덕적으로 파산한 닉슨 시대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심지어 인기가 높은 데다 영웅시되었던 로널드 레이건의 뒤를 이으려 출마했던 조지 H. W. 부시조차 그 자신의 카리스마·우위(優位) 결여를 미묘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패턴은 아들 부시가 2기 임기를 마친 2008년에도 계속됐다.

액설로드는 2006년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정치인은 2008년 투표용지에 이름이 오르지 않는다”며 “그의 이름은 조지 W. 부시”라고 오바마에게 귀띔했다.

2008년 선거전이 시작되자 많은 미국인과 대부분의 민주당원은 부시를 경솔하고 호전적이며 말썽쟁이라고 보았다. 유권자의 안중에는 빠르게 변하는 세계의 요구와 기회 따위는 없었다. 부시의 대통령직 수행은 미국을 수렁에 빠뜨린 이라크 침공 결정에 의해 심판받게 되었다.

오마바 상원의원은 처음부터 이라크 전쟁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 그 바람에 그는 민주당 내 대부분 경쟁자들과 차별화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도, 오바마의 프로필, 기질, 접근법이 여기저기서 공격 받고 있던 퇴임 예정 대통령과 더 없는 대조를 이루었다.

다사다난했던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가 그 후임자의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화당 진영은, 건강보험 개혁에서 이민, 동성애자 권리, 기후 변화까지, 통치방식과 진보적 의제를 둘러싼 오바마의 운동권식(式) 태도에 잔뜩 화가 나 있다.

구체적인 개별 사안도 사안이지만, 많은 공화당원은 2008년 오바마가 선거전에서 그토록 재미를 보았던 그의 자질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오바마의 숙고(熟考)는 머뭇거림, 인내는 약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바마가 관용을 강조하면서 증대되는 미국의 다양성을 뜨겁게 수용하자고 국민에게 촉구하면 공화당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낸다. 그들은 빠르게 변하는 미국 인구구조를 의심과 분노 속에 바라본다. 이대로 가다가는 백인보다 라틴아메리카 출신 인구가 더 많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가 하면 오바마의 외교에 대한 강조는 양보로 해석된다.

이러니 공화당 대권주자들 가운데, 험담과 독설을 입에 달고 살며, 권위주의적이고, 가차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트럼프보다 오바마의 반대로서 더 나은 사람이 없다.

트럼프의 호언장담에는 미묘함이나 복잡성이 개재될 여지가 없다. 그는 “정치적인 공정(公正)”에 대한 공격으로서 그의 불관용을 자랑스러워하며 멕시코에서 중국 시리아 이라크까지 세계를 굴복시키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한다.

미국이 쇠퇴하고 있고 개인의 삶도 나아질 전망이 별로 없다고 믿는, 빠르고 무질서한 세상의 변화에 불만을 품은 미국인에게서 트럼프는 팬을 확보했다. “세세한 정책 따위는 아무려면 어때”라고 트럼프는 큰소리친다. 굳건한 의지력을 발휘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방약무인하고 강력한 트럼프보다 누가 상황을 더 잘 바로잡을 것인가? ‘그것은 내게 맡겨라’고 트럼프는 말한다. ‘그래,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언론과 정치 엘리트에게서 트럼프가 숱하게 욕을 먹는 사실도 트럼프 지지자의 열정을 북돋우었을 뿐이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촌스럽다며 꾸준히 트럼프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 자신들이 경멸당한다고 느낀다. 트럼프 진영에서 보기에 트럼프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며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전통적 정치인을 경멸하는 사람이다.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트럼프의 발언을 지적하는 사람들과 시민 여론이 어떻다며 떠드는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퍼붓는 욕설은 트럼프가 보기에 흔해 빠진 제도권의 헛소리일 뿐이다.

가차 없이 신랄하고 많은 이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다 통치와 정책수립의 세세함 따위를 우습게 보는 트럼프야말로, 불가사의하게 침착하고 신중한 성품으로 비판자들을 돌게 만드는 현직 대통령 오바마와 완벽한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도 넘어질 수 있다. 공화당 후보군이 압축되고 대안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진용을 새로 갖추면 트럼프의 우위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자신이 몇 달 전 암시했듯이, 사람들이 쇼에 싫증을 낼 수도 있다.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뽐내온 원기왕성한 이 선두주자가 만약 프라이머리에서 지면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다.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오바마의 호소가 무당파(無黨派) 유권자 대부분, 그리고 심지어 일부 공화당원에까지 먹혀들었던 2008년과 달리, 설사 후보로 지명된다 하더라도 트럼프가 본선에서 고전할 것임을 여론조사는 시사한다. 현재 그는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민주당원과 무당파 유권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 순위가 낮다. 이민 배척주의를 실어낸 폭언으로 그는 갈수록 증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와 척을 졌다. 이들은 오는 11월 여러 중요한 그네뛰기 주(대선 때마다 민주·공화 양당 지지를 오가는 주)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할지 말지는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그는 분명 유력 후보라고 액설로드는 재차 강조한다.(Photo by Andrew H. Walker/Getty Images)2016.01.2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 by David Becker/Getty Images) 2016.01.2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 by Bill Pugliano/Getty Images)2016.01.2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 by Frazer Harrison/Getty Images)2016.01.2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