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대법원 |
(서울=포커스뉴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A(23)씨는 누군가 자신의 뒤를 쫓는 기분이 들어오싹했다.
걸음을 서둘러 아파트 입구에 다다른 A씨는 빠르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런데 그 순간 A씨를 뒤따르던 남성 유모(29)씨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A씨는 긴장했다. 유씨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자신을 향해 있었고 계속해 촬영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설마했던 A씨의 의심은 곧 확신이 됐다. 유씨 뒤에 위치한 거울에 A씨를 찍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
그러나 A씨는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했다. 결국 이후 엘리베이터 CCTV영상을 확보한 A씨는 유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늦은 밤 여자의 뒤를 쫓아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 특정 부위의 사진을 찍었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노출돼 있지 않았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해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과 24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의 판결을 받은 유씨에 대해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당시 피해자가 검은색 레깅스를 입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회색 긴 티셔츠 위에 모자가 달린 회색 티셔츠를 입고 있어 목 윗부분과 손을 제외하고 외부로 노출된 신체 부위는 없는 상태였다”며 “또한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제외한 상반신 전체가 촬영됐고 특별히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윤곽선이 드러나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베이터 안에 피고인과 피해자만 있는 상태에서 몰래 촬영된 사진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부위가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씨에 대해 “피해자의 노출이 전혀 없었고 입고 있던 옷이 선정적이지도 않으며 공소사실에는 마치 가슴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내포했다고 돼 있지만 사진상으로는 가슴 부분 볼륜감이 도드라지는 등의 모습도 없고 가슴만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수치심을 느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만으로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유씨가 피해자를 뒤쫓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는 점과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스타일이 좋아 쫓아가게 됐다고 진술하면서도 사진 속에는 피해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고 가슴을 중심으로한 상반신만 촬영된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당시 무서운 감정을 느꼈고 이후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점, 유씨가 가슴을 중심으로한 상반신 부위를 촬영해 성적 욕망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부위를 촬영했다는 점 등을 판결 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이유를 종합해 유씨에게 벌금 100만원과 24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대법원. 2015.08.17 오장환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