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교수' 항소심서 입장 바꿔…재판부 "근거 자료 미흡"

편집부 / 2016-01-20 12:59:07
20일 오전 '인분교수' 항소심 첫 공판 열려<br />
피고인 4명 중 3명, 자백한 1심과 달리 일부 인정·일부 부인
△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포커스뉴스) 교수를 꿈꾸던 20대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고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이른바 ‘인분교수’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 심리로 20일 오전 11시에 열린 전직 교수 장모(53)씨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습집단·흉기등상해)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에서는 항소이유에 대한 재판부의 의견, 향후 재판 진행절차에 따른 보완사항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장씨를 비롯해 피해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제자 장모(25)씨와 김모(30)씨, 정모(28)씨 등에 대한 항소이유도 함께 거론됐다.

1심 재판 당시 장 교수와 장씨, 김씨 등은 자신들의 범행을 자백했고 정씨는 사실관계를 인정했지만 일부 사실에 관해 증거를 다투는 형태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장 교수와 장씨, 김씨 등이 1심과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정씨의 경우 항소 이유서에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한 반면 1심에서 자백을 한 세 사람의 경우 당초 정씨가 1심에서 보인 입장대로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큰 틀을 인정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먼저 장 교수의 경우 1심에서 디자인학회 사무실 공금 1억4000만원을 횡령하고 한국연구재단을 속여 3억3000여만원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인정받았다.

당시 장 교수는 이 돈 중 일부를 정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횡령에 관한 부분은 잠시 대여할 생각이었을 뿐 불법취득의 의사가 없었고 정씨에게 지원한 돈도 역시 직원의 복리후생과 발전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억3000여만원에 대한 부분도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는 등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 조사과정 중 제출된 장 교수와 정씨의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장 교수의 주장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장 교수와 정씨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상당히 개인적으로, 뽀뽀 이모티콘을 쓰거나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 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장 교수가 개인적으로 가까운 정씨에게만 보증금 등을 지급하고 다른 사람에게 지원한 바가 없는 상황인만큼 이에 대한 근거자료가 나와야 피고인의 주장을 납득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장씨의 경우 1심에서 라섹수술을 받아 현장에 없었던 사안까지 공동정범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라섹수술을 받아서 현장에 없었다면 객관적인 수술기록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이 주장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재판에서는 항소이유서에 관한 보완, 검찰의 공소장 변경 등에 관한 논의만 이뤄졌다.

재판부는 “한달간 시간을 줄 테니 변호인 측은 주장 자체를 보완하거나 근거가 보완돼야 할 부분을 검토해 그게 맞는 설명과 근거자료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명령했다.

이와 함께 검찰에는 공소장 변경을 지시했다.

당초 1심에서 적용된 법률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3조 1항’이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폭처법 조항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형법상 폭행·협박·재물손괴죄를 범한 사람’을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폭처법에 규정된 범죄 구성요건은 형법 제261조에 규정된 것과 동일해 양형부당의 문제가 제기됐다.

형법 261조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행·재물손괴죄를 저지른 자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협박죄를 저지른 자를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폭처법상 최저형인 징역 1년보다 낮은 벌금형 등 선고가 가능하지만 폭처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최저형이 징역 1년이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폭처법 해당 규정이 징역형의 하한을 기준으로 최대 6배에 이르는 심각한 형의 불균형을 야기한다고 보고 이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사실상 법이 효력을 잃은 만큼 검찰의 공소장 변경도 역시 이뤄져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3월 2일 오전 10시로 잡고 변호인과 검찰에 각각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

한편 앞서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고종영)는 장 전 교수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장씨에게 선고한 징역 12년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보다 2년이나 많은 형인데다 해당 범죄에 대한 법정권고 양형기준상 최고형(징역 10년 4개월)을 1년 6개월 초과한 형량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1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육체적 가혹행위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한 정신적 살인행위”라며 “평생 치유할 수 없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한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엄중한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1심은 김씨와 장씨에게 각각 징역 6년, 정씨에게 징역 3년 등을 선고했다.

장씨 등은 2012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제자 A(29)씨를 주먹과 야구방망이, 호신용스프레이 등을 사용해 수십차례 폭력을 가한 것도 모자라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법원.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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