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생 토막살인’…'부모'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편집부 / 2016-01-19 12:47:50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대법원 판례, 엄격하게 판단<br />
부모 진술이 대부분 증거…“수사기관 능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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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4년간 초등학교를 장기결석한 아이가 결국 냉동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이의 부모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긴급체포돼 폭행치사, 사체손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이들에게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초등학생(당시 7세) 아이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보관한 부모에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초등학생 사망사건 용의자인 부모에 대해 부작위·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도 변호사 자격을 소지한 경찰관 2명으로 법률지원팀을 구성했다.

엽기적 행동을 보인 두 부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 것일까.


◆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대법원 판례, 엄격하게 판단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보호의무가 있는 자가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적용된다.

실제 살해행위를 하는 것과 동등한 평가를 받을 정도의 강한 위법성이 있어야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엄격하게 판단해 온 것이 대법원 판례였다.

대법원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판례는 지난 1982년(82도2024) 판결이다. 당시 사건 개요는 이렇다.

피의자 A씨는 당시 중학생인 피해자 B군을 아파트로 유인해 포박·감금한 후 수차례에 걸쳐 방을 출입하면서 피해자가 탈진상태로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A씨는 B군을 병원으로 옮기고 자수할 것인지, 그대로 두고 B군이 죽으면 시체를 처리하는 등 범행을 계속할 것이지, 아니면 자살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다 그대로 나와 학교에 갔다가 와 보니 B군이 사망했다.

B군이 탈진상태에 빠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해 살해한 점을 인정한 대법원은 A씨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1992년 2월 11일 판결(91도2951)에서도 조카를 물에 빠뜨려 구조하지 않은 사례에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조카 C군을 살해할 의도로 저수지로 유인했고 C군이 물에 빠지자 구조하지 않고 방치해 익사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또 2009년 12월 24일 판결(2009도10724)에서도 자신과 함께 밤낚시를 간 D(46·여)씨를 깊이 2.5m에 달하는 낚시터에 빠지게 하고 현장을 벗어난 피의자에게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됐다.

최근에는 세월호 선장이었던 이준석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승객들이 세월호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먼저 퇴선했기 때문에 선장으로서의 의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 “화장실에서 넘어져”…부모 진술이 증거 대부분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아이의 아버지 최모(34)씨는 아들이 목욕탕으로 들어가다 넘어져 의식을 잃었고 이후 숨을 거뒀다며 살인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변호인과 면담에서 ‘자신은 사형을 받더라도 충분하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250조에 따르면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도 일반 살인죄처럼 최소 징역 5년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다만 자식이 부모를 죽인 ‘존속살해’의 최소 징역 7년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해 일반 살인죄보다 양형 기준을 엄격히 두고 있지만 부모가 자식을 죽인 ‘비속살해’에 대해선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그러나 폭행치사죄는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해 살인죄보다 형량의 하한선이 더 낮다.

법무법인 문성의 김진필 대표변호사는 “사건이 4년이나 지났고 사체에 남은 직접증거들이 상당부분 훼손됐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형사사건은 직접증거가 없으면 유죄의 인정이 어렵고 이 사건도 역시 살인혐의 입증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만 피의자의 말처럼 아이가 화장실에서 넘어졌다고 한다면 경험칙상 즉사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평소 폭행으로 몸이 약하진 아이가 화장실에서 넘어졌고 이를 방치해 사망케 했다면 부작위·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인정은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 등은 그 살해의 목적이 분명하게 확인돼야 한다”면서 “결국 진술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이것은 수사기관의 능력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살인범죄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경우 형량을 낮출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씨도 역시 아들을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방치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감경요소보다 아들의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하는 등 가중요소들이 더 많을 경우 형량은 기본형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경기 부천원미경찰서. 오장환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양지웅 기자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지난 2014년 4월쯤부터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로 아버지 A씨와 어머니 B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용우 기자 barsik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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