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대중 관계와 관련해 현 서기장 유임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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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교역 |
(서울=포커스뉴스)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약칭 베트남)의 집단지도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4대 지도자는 응웬 푸 쫑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쯔엉 떤 상 국가주석, 응웬 탄 둥 총리, 응웬 신 흥 국회의장이다.
베트남공산당은 오는 20~28일 하노이에서 제12차 전당대회를 열어 앞으로 5년 간 국가를 이끌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내정할 예정이다. 이들 네 지도자는 오는 5월이나 6월 국회에서 공식 선출되는 절차를 거쳐 취임하게 된다.
현재 베트남 관측통들의 최대 관심은 이들 4대 지도자 가운데 서기장이 유임될 지 아니면 교체될 지다. 베트남공산당은 정치국원의 은퇴연령을 65세로 정하고 부득이한 경우 예외를 적용한다. 현 정치국원 16명 가운데 10명이 이미 65세에 도달한 상태다. 쫑 현 서기장은 차기 5년 임기 가운데 일부라도 연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둥 총리는 이번 기회에 서기장이 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베트남공산당은 전당대회에 앞서 지난주 중앙위원회를 열어 국가지도부 4인을 이미 내정했는데 그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권력 서열 1위인 쫑 현 서기장만 유임되고 국가주석과 총리, 국회의장은 교체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차기 지도자 선출 문제 외에도, 베트남이 중국과의 관계를 보전할 지 아니면 미국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좀 더 접근할 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중국이 베트남과 영유권을 다투는 남중국해상의 섬들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중국을 새로 인식해야 할 근거라면, 미국과 베트남의 군사적 관계가 근래 들어 한결 부드러워진 데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베트남이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 미국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할 배경으로 받아들여진다.
베트남의 차기 지도부가 직면할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강화할 것인가이다. 20년간 베트남 지도부를 연구한 자카리 아부자는 “이것은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의 진정한 논쟁거리”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아부자는 미국 워싱턴 D.C. 소재 국립방위대학교 국립전쟁대학의 교수다. 그는 “중국의 침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한 전략을 놓고 논쟁이 있다”면서 “중국에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베트남공산당에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 들어설 지도부는 어느 진영에 속하든 중국과 미국 가운데 한 쪽으로 급속히 기우리라고는 예상되지 않는다. 2001~2004년 주(駐)베트남 미국대사를 지낸 레이먼드 부르그하트는 “단지 다른 쪽보다 한 쪽으로 다이얼을 약간 더 돌리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둥 총리는 그간 중국에 맞서는 듯한 자세를 일부 노출해 왔다. 쫑 서기장은 중국에 대해 더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쭈옹 부 오레곤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는 “내부투쟁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보여주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무성했다”며 “그 결과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1979년 국경분쟁 끝에 단기전을 치르기도 한 사이인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가 아예 틀어진 것은 중국이 2014년 여름 베트남·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에 해상 시추선을 설치하면서다. 최근 중국은 역시 베트남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의 인공 섬들에 자국이 건설한 비행장에 거듭 항공기를 이착륙시켜 베트남의 항의를 불렀다.
이처럼 중국이 분쟁 해역에서 공격적인 자세로 나가자 베트남은 중국에 항의하고 미국과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등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외교정책을 취해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데다 양국 지도자들은 공산주의 이념을 공유한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 관리들 가운데 옛 적국이었던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 의무병으로 참전해 미군과의 전투에서 부상한 적이 있는 둥 총리는 전후 베트남-미국 관계 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부르그하트는 둥 총리에 대해 “우리는 그와 매우 잘 협력할 수 있었다”며 “그는 우리의 경제·안보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 생각에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기분 좋은 성과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상 시추선 논쟁 당시 둥 총리는 베트남 해안경비대로 하여금 중국 선박들을 윽박지르게 함으로써 국내에서 자존심을 고양시켰다고 1965~1969년 주월(駐越)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한 퇴역 외교관 데이비드 브라운이 블룸버그에 말했다. 베트남공산당 정치국 내의 더 보수적인 정치국원들도 결국 둥의 선도에 따라 중국 비난에 동참했다. 브라운은 “하노이는 베이징에서 더 멀리 그리고 워싱턴에 더 가까이 위치를 수정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의 호주머니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유용한 한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둥 총리가 차기 서기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쫑 현 서기장이 부분적으로나마 연임에 성공하느냐 여부다. 전문가들은 쫑 서기장이 유임되면 중국이 흡족해 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쫑 서기장도 그간 약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왔다. 그는 TPP를 승인했으며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고 오바마를 베트남에 초청했다. 지난해 7월 그는 오바마에게 남중국해 상황에 대한 미국의 관심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베트남의 대미(對美)접근은 조심스럽다. 2014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무기금수(禁輸)를 부분 해제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무기 주문에 신중을 기해 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베트남-중국-미국’의 삼각구도 속에서 자국을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 타고난 조심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다.오는 20~28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베트남공산당 12차 전당대회 개최를 알리는 조형물 앞을 13일 오토바이를 탄 남자들이 지나가고 있다.(Xinhua/Yan Jianhua)2016.01.19 신화/포커스뉴스 응웬 푸 쫑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왼쪽)이 지난해 7월 7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Photo by Martin H. Simon-Pool/Getty Images)2016.01.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2016.01.19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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