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자료출처=네이버>한화케미칼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삼성의 계열사를 인수하고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나타낸 한화그룹이 국제유가 폭락의 파고를 잘 넘을 수 있을까.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저유가에도 성장세를 보인 글로벌 태양광 산업이 각국의 지원정책 중단과 추가 유가 하락으로 수요절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만약 태양광 산업이 다시 침체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화그룹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원재료비 하락으로 수익성 개선을 보인 석유화학 산업도 올해는 전년대비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최근 2~3년 간 유가보다는 각국의 지원정책에 좌우됐다. 유럽의 수요감소에도 미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지난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한화솔라원과 합병을 통해 셀 생산량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 한화큐셀은 지난해 1000억원 가량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측은 올해 영업이익을 3000억원 규모로 낙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산업 부문도 애물단지에서 지난해 견조한 캐시카우(cash cow)로 변모했다.
태양광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M&A로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발전시스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한화그룹에게 한화큐셀의 흑자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2010년부터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으로, 2012년에는 독일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바꾼 후 태양광 시황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에 허덕였다. 해외 태양광 업체들이 부도를 맞거나 국내 대기업도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에서 한화의 ‘올인’은 시장의 우려를 사기 충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태양광 사업의 중책을 맡겼다.
또, 당초 우려와 달리 저유가가 원재료비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우호적인 수급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룹의 큰 축인 석유화학 부문도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시현했다. 한화케미칼은 물론 한화토탈과 여천NCC의 실적도 호전됐다.
하지만, 아직 한화그룹의 사업 리스크와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를 거두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제유가 하락이 꼽힌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배럴당 10달러대 전망까지는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저유가에도 태양광 시장이 성장했으나 이는 중국의 수요 증가와 미국과 일본의 지원정책 때문이었다. 만약 유가가 계속 떨어진다면 태양광 시설 설치도 주춤할 수 있고 내년 미국과 일본이 만료되는 지원정책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연초 중국 증시 폭락에서 보듯 중국발 경기침체는 태양광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는 요인이다.
한마디로 태양광 산업의 수요절벽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여전히 공급 우위의 태양광 산업이 국제 유가 폭락과 지원정책 중단이라는 악재를 만날 경우 과거 셰일가스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석유화학 분야의 수익성도 지난해 기세를 이어갈지 미지수다.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앞으로 마진 개선보다 수요 감소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마진 개선을 기대하며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전체적인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의 장밋빛 전망만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비록 분할납부 조건이지만 삼성 계열사 인수부담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핵심 사업 리스크는 주요 관심사항이다.
그룹의 모기업인 ㈜한화의 부채비율(개별기준)은 삼성의 방산 부문 인수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188%로 지난해 말 145.7%보다 크게 올랐다. 총차입금이 약 2조204억원에서 2조9천868억원으로 늘어났고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천억원에 이른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재무지표에 큰 변동없이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해외 태양광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부담이 지적된다. 한화케미칼은 최근에도 한화큐셀에 대해 2천억원 가량의 지급보증을 제공한 바 있다. 한화큐셀은 누적된 적자와 투자로 800%대의 부채비율을 나타내는 등 재무구조가 좋지 못한 상태다.
크레디트시장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태양광 산업이 여전히 공급우위에 놓여 있고 최근 실적 개선은 주요국의 지원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며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수요 감소와 지원 중단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다시 태양광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태양광 사업의 안정성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재무를 다독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속된 기술 개발로 태양광 제품의 효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현재 유가 흐름을 따라잡을 수는 없고, 유가 하락이 언제까지 화학 부문에 마진을 끌어올릴 수 있겠는가"라며 "석유화학과 태양광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