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난민에 반인권적…자의적 법 해석 안돼"<br />
시리아 평화 찾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길
(서울=포커스뉴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할까.
이 같은 물음에 행동으로 답하는 단체가 있다.
오랜 내전으로 고통 받는 시리아인들을 현지와 국내에서 돕고 있는 ‘헬프시리아’가 바로 그곳이다.
2011년 3월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2015년 말까지 26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해에만 전투, 테러, 고문 등으로 5만5000여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이중 1만3000여명이 민간이었다.
현재까지 고국을 등진 시리아인은 전체 인구 2300만명 중 절반이 넘는 1200만명에 달하며 이중 우리나라 땅을 밟은 시리아인은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713명에 이른다.
헬프시리아는 시리아 내전 발발 2년 뒤인 2013년 6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 출범했다.
말이 정식출범이지 국내 1호 시리아인 유학생 압둘 와합(31)씨와 그의 친구 5명이 전부였다.
헬프시리아 결성 초기 이들의 활동은 시리아의 실상을 알리는 캠페인과 모금활동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매주 수요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랍어를 가르치고 시리아 문화를 소개하는 강좌도 열었다.
그러나 하루 5만원도 안 되는 모금실적을 기록하는 날도 있어 사비를 털어가며 단체를 운영했다.
이들의 활동은 결국 1년 뒤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14년 7월 와합씨가 KBS 파노라마팀과 함께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들어가 300가정에 일주일치 식량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이후 헬프시리아는 터키·레바논·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캠프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등 활발한 활등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캠프 85가구에 식료품을 제공하고 난방용 땔감 3톤, 난방유 2000리터, 긴급의료비 등을 지원했다.
다음은 헬프시리아 박지훈(37) 사무국장과 일문일답이다.
박 사무국장은 현직 변호사로 헬프시리아에서 국내 시리아인들의 난민 관련소송을 맡고 있다.
-헬프시리아는 어떤 단체이며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
▲시리아인들을 돕기 위해 국내에서는 캠페인과 모금, 국외에서는 시리아와 시리아 난민의 실상을 파악하고 구호활동 등을 한다.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는데 지금은 후원금을 내는 회원만 50명 정도 된다. 교사, 공무원, 시민단체인, 외국인 등 구성원이 다양하다. 단체 대표는 압둘 와합씨의 지도교수인 정상용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께서 맡아주고 계신다. 와합도 기획국장을 맡고 있다.
2014년 이후 시리아와 시리아인들이 있는 난민캠프를 방문해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와합씨가 터키·레바논·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캠프를 찾아 구호물품 등을 전달했다. 현재 사단법인 설립을 신청한 상태다. 법인 인가가 나면 상근활동가도 둘 계획이다. 그동안 각자 직장생활 때문에 생필품을 시리아로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앞으로 더욱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는 직업이 변호사다 보니 국내 시리아인들의 ‘난민자격 인정 소송’ 등 법적인 문제를 주로 맡고 있다.
-현재 시리아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와합이 시리아를 다시 찾았다. 와합의 고향인 락까는 IS의 근거지가 돼 방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시리아 북부지역의 난민캠프를 찾았는데 마취 없이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병원을 목표로 포격하고 의료진을 죽이고 있다. 정상적인 치료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폭격이 한번 떨어지면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다. 부모들은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아이들 시신을 수습하기도 하는데 지난해 터키 해안에서 발견된 아일란처럼 온전하게 죽는 건 오히려 ‘축복’이라고 말할 정도다.
또 5년 동안 내전이 계속돼 특정 세대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끊긴 상태다. 아이들은 난민캠프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와합과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언어발달도 더딘 상태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내전이 끝나더라도 예전의 평화를 다시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 내 시리아인들의 생활은 어떤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취직을 해야 하는데 정부당국이 취업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분명 인도적체류허가는 우리나라에 해를 끼치는 산업만 아니라면 취업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데 실상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단순노무만 허가하고 있다. 한번은 시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사람이 식당에 취직하려 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요리사용 취업비자를 받아오라”며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일이 있었다. 소송까지 가 겨우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결국 공무원이 법 위에 있지 않은가. 법무부 등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고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이다. 정부는 난민들에 대해 매우 반인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994년 이후 국내 시리아 난민신청자의 75%에 대해 인도적체류허가를 내줬다고,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난민에 대한 인식이 반인권적이란 이야기인가
▲매우 반인권적이다. 인도적체류허가는 결국 그들이 취업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앞서 말한 요리사의 경우 운 좋게 나와 연결됐기 때문에 취업이 가능했지 이런 경우는 100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들은 불법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나라로 왔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굶어죽느냐, 폭격으로 죽느냐의 차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난민법 개정이 시급한데 지난해 프랑스 테러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에서도 논의 자체가 금기시 된 것 같아 어디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법무부 등 정책을 운용하는 정부기관들이 난민에 대한 이해를 넓혀 최소한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어서는 안된다.
-난민을 돕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디 ‘우리’라는 범위를 조금 더 넓게 봐주셨으면 한다. 그들도 인간이고 우리가 가진 ‘인권’이라는 걸 당연히 그들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지만 시리아인들은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다. 조금 멀리 산다고 이들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헬프시리아의 최종 목표는
▲우리 이름이 ‘헬프시리아’다. 시리아를 도울 일이 없어져서 단체를 빨리 접는 게 목표다. 그런데 슬프게도 조금 오래 활동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내전이 1~2년 안에 끝날 것 같지 않고, 끝난다 해도 예전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 과정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와합과는 2009년부터 알고 지냈다. 나는 우리나라 법과 아랍어를 서로에게 가르쳐주며 인연이 됐는데 시리아에 내전이 터진 뒤 와합이 조국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헬프시리아를 만들게 됐다. 초기 구성원 대부분이 와합과의 친분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명감과 책임을 느끼고 있다. 지금은 누가 주인이다 할 것 없이 회원과 간부들 모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역량이 뛰어나지 않아 어디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활동할 것이다.
헬프시리아 후원계좌
HELPSYRIA. 기업은행. 679-007110-01-018
박지훈 사무국장 010-3937-1453
압둘와합 기획국장 010-9906-9664박지훈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겸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포커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압둘 와합(뒷줄 가운데) 헬프시리아 정책국장이 지난해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인 난민캠프를 방문한 모습. <사진제공=헬프시리아>압둘 와합(오른쪽 끝) 헬프시리아 기획국장이 지난해 시리아의 한 병원을 찾은 모습. <사진제공=헬프시리아>헬프시리아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중구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2015년 활동보고회를 열었다. 헬프시리아 대표를 맡고 있는 정상용(앞줄 가운데) 동국대 로스쿨 교수, 기획국장 압둘 와합(앞줄 오른쪽 두 번째)씨 등이 참여했다. 2016.01.18. 최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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