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해제로 고삐풀린 패권경쟁
(서울=포커스뉴스)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양국 정부의 수감자 맞교환 등 미국과 이란 사이에 부는 훈풍이 중동 정세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와 수감자 맞교환 합의 등을 보도하면서 양국 간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FT는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증거로 지난 12일 이란의 미국 해군 억류 사건을 꼽았다. 자칫 정치적 위기로 번질 수 있었던 사건이 양국 정부 간 새롭게 탄생한 외교 통로 덕분에 해소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FT가 보도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수감자 맞교환 합의는 핵 협상과는 완전히 별도로 이뤄진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핵 합의 과정이 이란 정부와의 접촉면을 늘려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이란이 이처럼 가까워지는 것을 그 누구보다 경계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는 각각 시아파와 수니파의 맹주국으로서 종파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데다가 이란의 막대한 원유 매장량은 최대 원유 공급국인 사우디에 위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 직후 하루에 원유 5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할 것으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사우디는 현재 재정난까지 떠안으면서 감산을 거부하고 저유가를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이란 인구는 8000만명에 달하는 반면 사우디는 3000만명에 불과하다. 이란에 가해진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압도적인 내수시장과 투자 가능성이 높은 이란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 입장에선 중동 패권을 이란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가 지난 4일 정초부터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알님르를 처형한 이유도 서방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목전에 두고 초조해진 사우디 정부가 이란과 미국을 향해 '계산된 도발'을 단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서방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는 중동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란과 사우디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빈/오스트리아=신화/포커스뉴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왼쪽)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란 핵합의 이행일을 발표했다. 2016.01.17 신화/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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