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 제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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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유연석 인터뷰 |
(서울=포커스뉴스) "어떤 여성분이 저에게 영화 '그날의 분위기'의 재현처럼 들이댄다면, 그 또한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겠죠. 재현처럼 하나하나 마음이 열릴 수 있는 센스를 보여준다면,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쯤이야 자연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겠죠."(웃음)
그는 공간이 자기에게 주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 믿는다. 공연에서 관객이 만들어 주는 공기를 느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말보다 작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 남자, 인간 유연석에게 '그날의 분위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연석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밀크남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만큼 부드러운 순백의 남자였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는 처음 만난 여자 수정(문채원 분)에게 대뜸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고 말하는 재현 역할을 맡았다. 여자의 호감을 사려는 작업 수준을 넘은 '맹공'이다.
"저도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였어요.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도전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는데, 어색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극장에 오셔서 보신 분들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와 친한 손호준, 류현경, 유다인도 보고서는 다들 '사실 원래 그런 거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시는구나 생각돼 기분이 좋았어요."
새로운 옷을 자연스럽게 입는 데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외적인 스타일링부터 신경을 썼다.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맞게 깔끔한 수트룩을 선보인다. 자유연애주의자라는 성격에 맞게 헤어컬러에도 변화를 줬다. 주로 흑발이었던 그에게는 새로운 변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표현이었다. 보통 연애하면 1년 이상 정도의 기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는 그에게, 재현은 낯선 남자였다. 하지만 그가 '작업'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관객은 부담이 배가 될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는 재현을 준비하는 그가 끝까지 놓지 않은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촬영 전 조규장 감독, 스태프와 함께 장시간 회의를 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그날의 분위기'를 채웠다.
"여자 분들이 대단한 것보다 사소한 배려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은 디테일들을 챙겨보려고 했죠. 수정에게 바나나우유를 건넬 때 빨대 꼭지 부분에 비닐을 씌워놓은 건 현장에서 찾은 아이디어였어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수정의 대사도 제 아이디어가 반영된 거고요. 이 전 대사에는 수정이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했었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진심이잖아요. 위트있는 한 마디가 더 강하게 다가올 것 같았어요."
섬세하게 여심을 헤아린 그에게 직접 유연석의 마음을 여는 법을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제 얘기를 굉장히 귀 기울여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고, 자신감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인 것 같아요. 잘 들어주고 웃어주는 모습에 마음이 열리겠죠"라고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그런 것 같아요. 남자라는 존재는 '잘한다, 잘한다'하면 신나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일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날의 분위기를 잘 이끌 수 있게 도와주면 좋죠."
유연석은 현장에서 그날의 분위기를 만드는 '공간이 주는 에너지'를 믿는다. 그는 "대사는 감정을 전달하는 최후의 수단인 것 같아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쉬운 방법의 하나이면서도, 가장 재미없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대사 이외의 것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해요.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대사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미리 돌아다니며 소품도 미리 만져보고, 분위기를 느끼면서 촬영하는 것 같아요."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는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통해 관객을 느낀다. "연극의 3요소가 무대, 배우, 관객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이 세 가지 요소가 딱 맞아 떨어져야 공연이 성공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관객의 에너지가 그대로 무대에 전달돼요. 관객에 따라 튕겨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거든요. 현장감에 대해 여실히 느낀 것 같아요."
유연석은 드라마, 영화, 그리고 뮤지컬까지 다양한 무대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머물러 있기보다는 계속해서 흐르고 싶어 하는 그다. "조금 어색하고 낯설 수 있지만, 제가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뮤지컬도 해보고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 같아요. 분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최근 그는 남성적이거나 거친 모습, 혹은 흐트러진 백수 역할 등에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이것 역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다. 그는 "반듯한 이미지의 반대에 선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망가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어요. 어떤 식으로 망가지느냐의 문제인 거죠"라며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를 말한다.
"유연석이라는 말에 확실한 대중이 확실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저 사람은 실제 어떤 사람인지 참 궁금해, 어떤 이미지인지 잘 모르겠어, 그런데 뭐든 잘할 것 같아' 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하나의 이미지에 고착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새로운 이미지를 찾고, 시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서울=포커스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날의 분위기' 의 배우 유연석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11 김유근 기자 배우 유연석은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자유연애주의자 재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그날의 분위기'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서울=포커스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날의 분위기' 의 배우 유연석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11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날의 분위기' 의 배우 유연석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11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날의 분위기' 의 배우 유연석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11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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