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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 속행공판 |
(서울=포커스뉴스) 재판부가 2월 정기인사와 지난해 12월 내려진 대법원 판례를 따라 국정원의 트위터 게시글 각각을 선거활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등을 이유로 원세훈(65)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다음 재판을 3월로 연기했다.
이로써 검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은 부팀장인 박형철(48·사법연수원 25기) 검사가 공석인 가운데 원 전 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인 트위터 게시글을 포괄일죄 입증을 위해 다시 검증해야 하는 갖은 고난에 직면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11일 열린 파기환송심 5차 공판에서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심리전단팀 직원들의 공모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수십만건의 트위터 게시글이 선거 관여에 해당하는지 일일이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과 검찰 쌍방을 상대로 오는 3월 7일까지 관련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지난해 12월 23일 내려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을 비판한 글을 트위터에 올린 육군 대위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기소 취지와는 달리 새누리당 등을 지지하는 글 등이 포함돼 있다며 각각의 게시글이 선거 관여에 해당하는지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각각의 범행이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개별행위에 해당하는지 범죄의 주관적·객관적 구성요건을 갖춰야 하고 이에 대한 개별 판단이 있어야 유죄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검사가 공판준비기일에서 포괄적으로 주장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변호인 주장대로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지시자와 실행자가 따로 있어 피고인들의 혐의를 인정하기 위해 피고인들과 증인들 사이 공모 여부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대법원 등 판단에 따라 추가적인 심리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 순서에 있어 첫번째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사이버 활동 범위를 정하도록 했고, 두번째 이것이 정치 관여가 인정되는지, 세번째로 인정된다면 원 전 원장 등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발생했는지를 순차적으로 봐야한다고 모두(冒頭)에 판단하고 있다"며 "이런 기준이 있음에도 공모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무죄 선고를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이에 끼워맞추기 위한 궁리가 있는 게 아닌가 오해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
또 재판부가 다음 기일을 3월로 지정하면서 2월 인사 일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대목에 대해 "1심에서는 주심판사나 배석판사가 인사 변경 대상임에도 1년 이상 심리를 진행했다"며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 변경이 안 된 상태에서 진행하려면 일주일에 2번 이상 공판을 잡으면 된다"고 항의했다.
또 "공판 낭독사항을 미리 알려주시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를 안 하고 이렇게 재판을 진행하신 마당에 재판부가 바뀔지도 모르니 3월에 진행하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재판부 변경할 소지가 있으면 재판부 변경 전에 심리를 해야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오는 3월 14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밀어붙였다.
한편 이날 검찰과 재판부는 국정원 내부지침에 대한 증언거부에 대한 대답 촉구를 재판부가 기각한 것과 관련해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에 출석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은 앞서 공판에 소환된 다른 국정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검사가 던지는 수십개의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한마디만 반복했다.
검사는 이를 두고 "증인의 출석 여부 혹은 증언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국정원 상부나 관련자에게 지시를 받은 적이 있나"라고 추궁했지만 증인은 이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종전의 질문은) 증인의 형사책임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증언거부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증인의 답변을 강제할 수 없다며 국정원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검사가 "지난 공판준비절차부터 증인이 안 나오더라도 출석을 강제할 의사가 없다는 말과 진술거부권의 광범위한 행사를 용인할 것이라는 재판장의 말에 따라 이들이 모두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항의하면서 재판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재판에는 사퇴한 박 전 부장검사를 제외한 김성훈, 이복현, 단성한 등 검사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대선 등 각종 선거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후보에 대한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2013년 6월 기소됐다.
1심은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은 특정 정책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관여일뿐 선거운동은 아니다"라고 판단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 등을 선고했다.
2심은 "(사이버 활동이) 대선에 개입한 것도 맞다"며 공직선거법까지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번복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이 증거로 받아들인 '시큐리티파일'과 '425 지논파일'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 사실관계를 확정한 뒤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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