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돌아보며…아쉬운 책임자 처벌, 무너져가는 공동체

편집부 / 2016-01-10 06:15:05
[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가족 법률대변인, 박주민 변호사

(서울=포커스뉴스) 희생자 가족의 법률대변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이공 박주민(43)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 변호사와의 대화는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 재판에 대한 결과 진단에서 시작해 한국사회의 현주소까지 확대됐다.

한국사회 공동체는 와해 위기에 직면했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에 대해 검찰은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다. 해경보다 윗선에 대한 책임자들 처벌은 이뤄지지도 않았다. 예방·관리 책임이 있는 공직자들에 대한 가벼운 형량도 아쉬운 결과다.

그럼에도 그만하라고 한다. 유족들에게 거부감을 내비친다.

박 변호사는 "공동체가 개인을 각자도생하게 몰고 각자도생 하다보니 공동체가 불필요해 보인 결과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세월호 재판 결과를 보니 해양수산청이나 해양선박, 123정 정장 등 관료 쪽은 형량을 가볍게 받고 선장의 경우 무기징역을 받는 등 민관 사이 형량 차이가 컸다.
▲창경호나 남영호 같은 과거 침몰사고를 봐도 공무원들은 거의 처벌이 안 되거나 처벌되더라도 형량이 가볍다. 그런데 해경은 남경호 등 때도 침몰 발생에 대해 알지도 못하다가 일본에서 보도를 해 알았다. 그런데 이후 조사에서 여수 쪽 어업무선국에서 남경호의 구조신호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처벌은 가벼웠다. 또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도 지하철을 운전 혹은 관제했던 이들만 처벌받고 지하철공사에 대한 처벌은 이뤄받지 않았다.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을 구조해야 했던 사람들이 처벌을 받은 사례가 우리 역사에 없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경우 국민뿐만 아니라 일부 진보성향의 외신에서도 '승객살인죄'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한 바 있다.
▲침몰사고 중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된 사례가 있었는데 이 혐의로 인정은 안 되고 전부다 업무상 과실치사로 인정됐다. 이같은 판례들이 지배적이다. 남영호 선장의 경우도 그랬다.
선장은 사실 전적으로 배의 운명이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고 승객들은 선장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선장이 적절한 구호조치 없이 혼자 살아나왔을 경우 단순히 업무상과실치사 차원으로 볼 수 있는냐에 대한 의문 제기는 계속 있어왔다.
이준석 선장에 대한 이번 판결은 그런 의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자기 목숨만 챙기면 안 된다는 일종의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소집돼서 사실상 판례가 변경이 된 것이다.

-대중의 감정을 의식해 법리적으로 무리한 해석을 한 것은 아닌가?
▲이런 문제의식 제기는 세월호 사건 때만 있던 게 아니다. 그전부터 창경호니 남경호니 사건이 터졌을 때도 그랬다. 서해 훼리호의 경우도 선장은 사망했으나 살아있었다면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했을 것이다. 당시에도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해 많은 이들이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에도 이런 대형참사가 벌어졌을 때 처벌이 가벼운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있었고 세월호 선장의 경우 그러면 "이번에는 될까?"가 의문이었던 것이다.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한 무리한 판결이 아니었느냐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40~50년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문제의식에 답한 것이다.

-청와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장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는 결과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람만 처벌하게 된 것은 아닌가.
▲ 그렇다녕 123정 정장만 기소한 검찰을 비판하면 되는 것이다. 선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판결을 비판할 게 아니다. 123정 정장에 비해 형량이 무거우니 이 판결은 잘못됐다는 지적은 그동안 있어왔던 문제의식을 폄하하는 것 같다.
반면 그런 예방과 구조에 실패한 공무원들에 대해 기소 자체가 123정 정장만 이뤄졌고 그 윗선에 대해서는 수사나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선장이나 비행기 기장처럼 승객들이 전적으로 생명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공무원들이 가볍게 처벌 받으니 같이 가볍게 가자고 할 수 없다.
123정 정장만 기소한 것도 웃기고 선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 것도 웃긴 일이다. 세월호 참사 때 선장과 선원을 빼낸 이들이 해경이다. 해경은 선장 등을 승객으로 알았다고 하지만 승객으로 볼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 그런데도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때도 나와서 선장과 선원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선장 등이 잘못해서 죽은 것이지 해경은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해경에 대한 적절한 재판과 처벌은 어땠어어야 하는가.
▲진짜 이 사람들이 승객인줄 알았을까를 봐야 한다. 만일 알고도 빼냈다면 구조 인력을 빼낸 것이니 업무상 과실이 아니라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진상규명'으로 가는 것 같다.
▲검찰 등은 해경 측의 승객인줄 알았다는 주장을 믿고 들어갔다. 해경은 이들에게 전화기를 빌려주고 이들과 조타실에 같이 머무르고 구조작업도 같이 했는데도 계속 승객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수난구조법 제 1업무가 신원 확인이다. 그런데 해경은 청문회에서 한마디 이야기도 나눈 바 없어 신원을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를 그대로 믿고 기소했다.

-검찰이 해양경찰을 엉뚱한 법원인 광주지법 본원에 기소해 처음부터 다시 기소하게 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초보적인 실수다. 제가 알기로는 전례가 없을 일이다. 얼마나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고 이후 기소 과정도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도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세월호 가족들을 도와드리는 이들 중에는 민변뿐만 아니라 여성변호사회, 기독교청년변호사회, 경기변호사회 등도 있어 모두 대한변협에 속하니 대한변협이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됏다.그러면 민변은 내용적인 측면으로 세월호 문제를 파고들자고 해 책도 펴내고 감사원 감사보고서 분석자료를 내고 국정조사 모니터링 보고서도 내고 그랬다.

-변협 내부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도움을 주고 있는지?
▲세월호 문제를 도울 변호사들 손 들어달라고 했을 때 맨 처음 500명이 넘게 신청했었다. 실제로 도운 인원은 120~13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변호사 사회 내부에 세월호 사태에 대한 공감지대가 있다고 봐도 되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변협에 생명과안전위원회가 생겼다. 원래 대형참사 때 변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되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가 지금은 초기부터 개입을 해서 유가족들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의사를 정리해서 전달한다든지 정부에 요구할 것이 있을 때 가운데서 돕는다든지 등 변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하자는 방향이 잡혔다. 지금도 피해자지원이나 법률원, 정책보고서 작업을 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나와 세월호 유가족에 도움을 준 황필규 변호사 포함 10여명 정도.
평상시에는 연구나 학술활동을 하고 세월호 관련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사태가 터지면 위원회에서 접촉을 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메르스 문제로 격리된 이들의 인권문제가 있지 않나 해서 접촉을 했었다. 그러나 연결이 잘 안 됐다.

-왜 안 됐나?
▲변호사들이 와 명함을 내밀며 도와드릴 일 없느냐고 말하니 장사꾼이라고 오해를 했던 듯 싶다. 메르스에 걸린 환자들 스스로도 정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할 경황이 없기도 했다.

-경황이 없던 것인가 아니면 그런 의식이 안 든 것 같은가?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전염병 걸린 내게도 인권이 있다든지 하는 의식이 없기도 하고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이들에 대해 주어진 상황이 여의치도 않다.
이런 시도를 계속해서 '전염병에 걸린 내게도 인권이 있구나', '정부가 날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구나' 등 이런 생각이 익숙해지도록 해야한다. 또 대형사고가 났을 때도 내가 운이 나빠서 이리 된 게 아니라 관리나 예방 요인도 작용한다는 것에 익숙해지게끔 해야한다.

-법관들한테도 예방이나 관리 측면에 대해 법관들에게 그런 의식이 부족하다고 보는가. 세월호 사태 관련 민·관 사이 편향된 판결은 그런 의식이 영향을 미쳐서라고 생각하는가.
▲123정 정장이 구조 실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느냐가 쟁점이었다. 이미 선장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됐는데도 구조에 실패한 사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논쟁이 있었다.우리 법원도 이런 사태가 사회 구조 안에 상호작용에서 기인하고 이런 상호작용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려야 되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서툴다.

- 그동안 세월호 참사 등 우리사회에 큰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곁에 있어왔는데 우리 사회가 이런 사태에 대해 보이는 반응에 일정한 특징이 있나?
▲우리나라에 공동체라는 개념이 약하다. 각자도생을 하다보니까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생각이나 그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국가배상을 왜하냐 내 세금으로 왜 쟤를 배상해줘야 하느냐'는 반응이다. 국가배상제도는 공동체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그런 것도 싫은 상태에 이른 것 같다. 한국 사회 공동체가 점점 약해져 개인이 각자도생으로 내몰렸고 각자도생을 하다보니 공동체는 내게 사치스럽고 불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상호작용하면서 와해돼가고 있는 것 같다.
와해돼가는 정도가 사회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애정을 구할 수 있는 가정 단위조차도 확대된 것 같다. (세월호 사태로) 자식이 죽어서 슬퍼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광화문에 와서 폭식투쟁을 했었다. 20대 젊은이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세월호 유족들이 저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애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돈을 버는 일이 힘드니까 가정 구성원과 맞바꿀 생각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선장을 끝으로 재판도 마무리 된 마당에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물고 늘어지느냐는 주장에는 국가 시스템이 재난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식이 없어서라고 보는가?
▲그렇다고 본다. 국가가 재난을 관리하기에 최종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다. 대통령제에서는 시스템이 안 돌아가면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 대통령 행적 조사는 최종 컨트롤 타워가 참사 당시 가동이 됐는지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뒤 6 일이 지났는데 대통령과 대면보고가 안 됐다고 알려졌다. 목함지뢰가 터졌을 때도 4일동안 대면 보고가 없던 걸로 알고 있다. 북한을 향해 뻐꾸기를 날릴 게 아니라 시스템을 점검을 해야 한다.
대통령 행적 조사 주장에는 공격 의도도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없다. 미 9/11테러 때도 부시 대통령이 조사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이 적절히 보고를 받았고 적절한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 차원에서였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 때 보고를 받고 적절한 지시를 했는지가 중요하다.(서울=포커스뉴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세월호 사태 관련 변호사 활동 및 앞으로 방향과 세월호 사태 책임자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강진형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세월호 사태 관련 변호사 활동 및 앞으로 방향과 세월호 사태 책임자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강진형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세월호 사태 관련 변호사 활동 및 앞으로 방향과 세월호 사태 책임자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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