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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사옥 |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삼성그룹의 사옥 이동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직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공간 재배치와 함께 효율적인 조직개편도 병행할 전망이어서 그룹 내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7일 재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초사옥에 입주해 있는 삼성전자 지원조직이 올해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로 이전한다. 본사가 수원이고 사업부서가 모두 수원에 있는데 지원조직이 별도로 서울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다. 이른바 이재용식 실용주의다.
현재 서초사옥에는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실을 포함해 일부 조직이 남아 있다.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이 이끄는 기획팀과 재경팀, 지원팀, 인사팀과 이인용 사장이 지휘하는 커뮤니케이션팀, 최지성 부회장이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 등 지원조직이다.
이전이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7년 만에 강남시대를 끝내게 된다. 다만 삼성그룹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은 이번 이동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가 서초사옥에 새 둥지를 튼 이후 2009년 서초동에 제조업 계열사, 태평로에 금융 계열사를 두는 형태를 완성한 바 있다.
삼성전자 지원조직이 수원으로 내려가면 삼성계열사의 본격적인 연쇄이동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초사옥에 있던 디자인센터 인력 2500여명은 최근 우면동의 연구개발(R&D) 센터로 이동했다. 지난달 입주를 마친 서울 R&D센터에는 디자인센터 인력과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이동한 소프트웨어센터 인력 등을 포함해 5000여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떠난 서초사옥에는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태평로 본사의 금융계열사들과 을지로 사옥의 삼성화재가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3개 금융계열사의 직원은 총 3000여명에 달한다. 삼성생명도 태평로 본사 매각이 이뤄지는 대로 서초사옥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력 약 3000명도 서초사옥을 떠나서 오는 3월 10일까지 알파돔 시티 주상복합 빌딩 2개 동에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알파돔 시티는 신분당선 판교역 근처 백현동 120만㎡ 땅에 들어서는 주거·오피스·상업시설 복합단지다. 삼성물산은 건물 2개동의 3∼13층을 사용하게 된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가 떠난 삼성본관에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사를 완료한 조직외에는 아직 회사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이번 사옥 재배치를 계열사 매각과 임직원 감축 등에 이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원 이전과 함께 '전자 수원', '금융 서초' 체제를 갖춰 전자와 금융, 바이오를 미래 성장 축으로 꼽는 '이재용 삼성'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행보를 볼 때 계열사들의 사옥이전도 어느정도 준비된 행보들로 분석되고 있다"며 "실제 계열사를 재배치하는 이면에는 스마트카를 포함한 전자와 바이오, 금융 등을 중심축으로 사업재편을 일단락 짓고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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