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존폐 갈등…정치권 및 이권 단체 확대 <br />
협의체 구성안 실체 없어…국회 해결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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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 등으로 파행이 우려됐던 변호사시험이 우여곡절 끝에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치러지는 제5회 변호사시험 응시율은 91.9%이다. 지난해 변호사시험 응시율 94.7%와 비교해 2.8% 떨어진 수치로 당초 우려했던 파행은 기우에 그쳤다.
변호사시험 파행을 면했다고 사시존폐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변시 응시생…시험 마친 후 사시 폐지 동참 피력
변호사시험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시한 법학대학원 학생들은 사법시험 유예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시험을 마친 후 적극적으로 사법시험 폐지에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조모(36)씨는 “정부의 사시 폐지 약속을 믿고 있었던 만큼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며 “시험거부를 철회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 그에 동조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논란으로 학교 내부에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많이 어수선해 시험을 앞두고 스케줄이 흐트러지는 등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응시생 박모(28)씨는 “원래 의도대로 파행하지 못해 답답하고 착잡하다”며 “법무부가 일부러 사시 폐지 유예 발표시점을 고른 것도 변호사시험을 전후해 우리가 반발하지 못할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응시생들은 변호사시험 일정이 끝난 후 사시 폐지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협의체에서 진행될 논의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시 폐지를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모(26·여)씨도 “이번 시험은 이렇게 진행됐지만 앞으론 반드시 사시가 폐지돼야 한다”며 “사시 폐지를 위한 움직임에 얼마든지 동조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 법무부 사시 폐지 유예 발표…법조계 갈등 불 지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3일 사법시험 폐지를 4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오는 2017년 말 폐지 예정이었던 사법시험은 2021년까지 유지하게 돼 폐지 여부 결정이 다시 미뤄진 것이다.
당시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 제도를 2021년까지 4년 동안 폐지를 유예하고 보완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고자 한다”며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신속한 입법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사법시험 2017년 폐지’가 명시된 현행 변호사시험법을 국회입법을 통해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 차관은 “정부입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적극 협의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변호사시험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사법시험의 2021년 폐지를 전제로 △로스쿨 이외의 별도 시험을 통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부여 △입학, 학사관리 채용 등 로스쿨 제도 개선 △사법시험 존치가 다시 논의될 경우 사법연수원과 달리 별도 대학원 형식 연수기관을 설립해 자비로 연수하는 방안 등을 유예에 따른 대안으로 내놨다.
이 같은 법무부의 결정 번복은 사시존치 측과 사시폐지 측의 극단적 갈등을 불러왔다.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들은 법무부의 입장 발표 이후 자퇴서 제출 등 강경대처를 표명하고 나섰고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사시존치는 ‘국민 85%가 찬성하는 국민의 뜻’이라며 맞섰다.
급기야 로스쿨 재학생들이 제5회 변호사시험을 중단해 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 사법시험 존폐 갈등…정치권 및 이권 단체 확대
사법시험 존폐 문제는 정치권과 각 이권 단체로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 2000여명으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회장 김학무)는 지난달 22일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제도의 병행을 주장하는 성명을 내고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조인 양성제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견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가 구성하는 범정부 협의체는 대법원,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변호사들의 입장은 대한민국 2만여명 변호사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변하는 것이 타당하며 또 충분하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사시 존치를 위해 국회 등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법협은 또 법무부를 상대로 내년 1월 변호사 시험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신청이 기각됐다.
로스쿨 학생 1886명은 로스쿨 학생회에 변시 취소 권한을 위임했다가 1000여명이 위임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상민 위원장은 같은 달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찬성하는 대한변호사회,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대한법학교수회, 사시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전국법학과대학생연합 등 각 단체 대표 20여명과 함께 1시간 넘게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에 앞선 16일에도 이 위원장은 사시 존치를 반대하는 측인 로스쿨 학생과 교수, 로스쿨 출신 변호인 등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당시 “국회 법사위에 협의체를 두겠다”며 사시 존폐를 놓고 사회 전체로 번지고 있는 갈등 해결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 새해 밝아도…끝나지 않는 사시존폐 갈등
새해로 넘어와서도 끝나지 않는 싸움의 결론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파동’ 이후 로스쿨 관계자와 변호사 단체 등을 번갈아 면담하며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은 안개속이기 때문이다.
결론이 나기까지 사시 존치론자와 폐지론자 간 여론전은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그렇다.
사시 존치론자들은 국회의원이 로스쿨 출신 자녀의 취업 청탁을 하거나 학교 측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로스쿨을 ‘금수저’ 출신들만 갈 수 있는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로스쿨 측은 장학제도를 통해 비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흙수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양측 모두 법조인을 양성하는 최적의 제도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기보다는 사시와 변시를 계층이동의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다.
수도권 소재 법원의 한 판사는 “양측이 서로 자신들의 부당함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그들 모두 예비법조인이자 판검사와 변호사를 준비하는 입장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 협의체 구성안 실체 없어…국회 해결도 ‘미지수’
대안으로 꼽히는 협의체 구성안은 이미 대법원의 입장표명을 통해 언급됐었다.
대법원은 지난달 10일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싼 최근 갈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 로스쿨 학사 일정이 파행되고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대립이 심화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법조인력 양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차분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당면한 법조인 양성 일정은 모두 조속히 정상화돼 차질 없이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국회와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대법원은 “국회, 대법원,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법시험 존치 여부,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법조인 양성제도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의체는 변호사단체, 법학교수단체 등 이해관계단체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으로 협의체 구성에 대해 동감하는 분위기지만 말만 나올 뿐 실체가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국회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의원들 내부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협의체를 둬 봤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앞에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대한변협 규탄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오장환 기자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1년까지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영상 갈무리>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로스쿨생, 법무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변호사시험 응시표 화형식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상민 법사위 위원장. 박철중 기자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사법시험은 2017년 12월31일 폐지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법시험의 존치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2015.12.03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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