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활주로 가동은 방공식별구역 전조(前兆)"
(서울=포커스뉴스)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조성한 인공섬의 활주로를 처음 가동함에 따라 남중국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이 피어리크로스 환초(중국명 융수자오)를 매립해 건설한 활주로에 항공기 착륙 시험을 실시한 것이 "(역내)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 중국의 첫 시험 착륙은 분쟁지역 내 중국 측 시설물들이 계획대로 완공돼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군용기 비행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라고 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망했다.
주변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해역에서의 중국 군사력 증대는 사실상 중국이 통제하는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휘발성이 높은 지역들 가운데 한 곳에서 중국과 그 주변국 및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았다.
베트남은 공식적으로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했으며 필리핀 외무부의 찰스 호세 대변인은 필리핀도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는 모두 중국과 겹치는 해역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융수자오(피어리크로스 환초) 활주로는 길이가 3000미터이며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의 7개 환초를 토대로 구축한 인공섬들에 건설되고 있는 활주로 3곳 가운데 하나다.
이들 활주로는 중국의 최신예 전투기뿐만 아니라 장거리 폭격기와 수송기를 수용할 정도로 길어 지금까지 중국이 확보하지 못했던 동남아시아의 해상 중심까지 중국 공군력을 전개할 수 있게 해 준다.
미국과 역내 관리들은 항만, 창고, 인원 수송용 시설 등이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들은 또 융수자오에는 고성능 조기경보 레이더와 군사 통신시설들도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인공섬들이 해안경비 및 어업조사 같은 민간 용도임을 거듭 강조해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지난 주말 중국의 시험비행은 활주로가 민간항공 기준을 충족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한 의도였다면서 그것은 “전적으로 중국의 주권 범위 내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호주국립대학 전략방위연구센터의 레젝 부진스키 방문연구원은 문제의 섬들에 군용기가 착륙하는 것은 이제 “필연적”이라고 믿는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곧 현실화될 것 같지는 않지만 중국이 일단 공군력을 건설하고 나면 공중방위구역은 있을 법하며 가능한 일이다.
부진스키는 “일단 여러 비행편을 시험해 보고 나면 다음 단계로 그들은 전투기, 즉 SU-27과 SU-33을 불러올 것이다. 그런 다음 그 전투기들을 그곳에 영구적으로 배치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할 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남중국해 전문가 이안 스토리는 중국이 남중국해 깊숙이 무력을 투사하는 데 새 시설들을 사용하면서 긴장이 악화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설사 ADIZ를 공식 선포하는 데까지 나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새 활주로들과 여타 시설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중국은 사실상 ADIZ를 운영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스토리는 “이들 시설이 운용에 들어가면서 중국이 군용기와 민항기 모두에 대해 경고를 발하는 것이 일상적이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ADIZ 또는 사실상 ADIZ의 전조(前兆)이며, 긴장이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4일 중국은 당장 남중국해에 ADIZ를 설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중국이 ADIZ를 설정할지 여부와 관련해 그 결정은 우리의 상황판단과 우리의 필요에 기초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항해 및 영공통과의 자유에 대한 타국들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매년 5조 달러 어치의 교역물품이 해상 수송되는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자세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이며 항해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중국은 2013년 후반 일본과 영유권을 다투는 섬들이 포함된 동중국해에 ADIZ를 설정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비난을 촉발했다.
중국 관리들은 남중국해에서도 ADIZ를 설정할 권리를 중국이 유보하고 있지만 아직 그럴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역내 군 관계자들은 피어리크로스암초에서 발신되는 것을 포함하여, 중국 지상 관제요원들이 항공기에 대해 발신하는 경고를 갈수록 많이 접하고 있다고 말한다.지난해 10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 해역을 통과한 미국 구축함 라센호.ⓒ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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