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은행, 기준금리 1.5% 동결 |
[부자동네타임즈 이현재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과도한 통화정책 의존에 대해 경계하고, 금융통화위원은 금리인하 기대가 쏠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의 일부 관계자들은 4일 이에 대해 한은이 유동성 함정 심화와 이에 따른 무기력한 통화정책을 본격적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미국을 따라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상당기간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총재는 지난 12월 23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회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금융 불균형 누적을 통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저성장·저물가 고착화를 방지하려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제변수의 인과관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흐트러졌다고도 지적했다. 단순히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통화량을 계속 공급해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돈이 잘 돌지 않는 현실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적잖은 전문가들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분석한다.
유동성 함정이란 경제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만 있는 상황을 뜻한다. 넘쳐나도록 돈을 공급해도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는 소비를 하지 않는 현상이다.
실제로 통화지표인 M2(광의통화)가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통화유통속도는 우하향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두 지표의 갭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하해도 역사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과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12월 3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통화당국의 고민이 역력하게 묻어난다.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내년 초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금이라도 하향조정하면 추가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시장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소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다른 금통위원은 정책여건상 어려운 조건을 완화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단기 부양책에 모두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또, 각국의 환율전쟁 속에서 원화 절하를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수요가 감소한다. 결국 국제 유동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자본 유출국의 통화는 절하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제로금리도 경기를 부양할 수 없다"며 "부진한 수출을 살리기 위해 원화 절하용 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글로벌 경기부진의 흐름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통화정책 자체가 완전히 무기력해진다는 설명이다.
한은에서 나온 잇단 발언은 내년 3월이나 4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 적잖은 애널리스트들의 의견과는 배치된다. 내년 1분기 경기 지표의 하강을 본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수 있다는 예상이 없지 않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중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바꿀 생각은 아직 없으며, 1월 통화정책 방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