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선아버지'도 마시던 '혼술'…이제는 '낭만혼술족'이 대세?

편집부 / 2016-01-04 07:00:11
시간 맞추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혼술’<br />
'혼자 술 마시는' 사람에 대한 인식도 변화…‘혼술낭만족’<br />
‘혼술족’을 위한 술집도 등장<br />
지나치게 ‘혼술’에 빠졌다간 ‘알콜 의존’ 위험도

(서울=포커스뉴스) 케이블 방송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막내아들이 학교에서 ‘반지하’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 속이 상한 ‘덕선아버지’가 혼자 포장마차에 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덕선이네’는 덕선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섰다가 빚을 지고 반지하 방에 가족이 모여살고 있는 형편이었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뜻하는 ‘혼술’은 예전부터 ‘아버지’를 위주로 낯설지 않게 행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혼술’은 ‘아버지’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혼술’은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혼술’을 즐겨하는 젊은 직장인 ‘혼술족’ 증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29)씨는 “운영하는 가게 옆에 있는 맥주집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혼술’을 하면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맞추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혼술’의 장점을 설명했다.

박씨는 “‘혼술’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술이 생각날 땐 사람을 찾기보다 ‘혼술집’을 먼저 찾는다”고 덧붙였다.

최모(29)씨는 최근 ‘혼술’의 횟수가 줄었지만 예전엔 일주일에 3~4일 혼술을 즐겼다고 밝혔다.

최씨는 “취업준비생일 때 집에서 ‘혼술’을 즐겼다”며 “소주 한병을 마셨고 많이 마실땐 두병까지 마셨다”며 “‘혼술’의 가장 큰 장점은 돈이 덜 든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취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혼술’을 즐겼다는 최씨는 “주로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다운받아 보며 ‘혼술’을 즐겼다”며 “취업을 하고 ‘혼술’이 줄어든 게 아니라 12월 초 교통사고를 당해 잠시 ‘혼술’을 쉬고 있는 중”이라며 ‘혼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직장인 박모(31)씨도 ‘혼술 매니아’다.

박씨는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때론 귀찮을 때가 있다”며 “낮에도 사람들이랑 얘기를 해야 하는데 나만의 시간에도 그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또 “술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도구일 뿐”이라며 “힐링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성 ‘혼술족’도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장모(31·여)씨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캔맥주 1~2캔씩 마시기 시작하면서 ‘혼술’의 매력에 빠졌다”며 “돈이 덜 들고 눈치 보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장씨는 회식이나 친구들과 술자리보다 ‘혼술’이 편하다고 강조한다.

장씨는 “상사 눈치를 보는 회식자리나 친구들과 기본적인 예의를 차려야 하는 술자리 등도 피곤할 때가 있다”며 “‘혼술’은 그런 것이 없어 편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자리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취하면 ‘바보’가 된다”며 “혼자 술을 마시면 취해도 되고 안 취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장씨가 자주 찾는 ‘혼술집’은 단골 ‘바’와 참치집이다.

장씨는 “참치집에 가면 가끔 요리사와 이야기하다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있어 그 재미도 쏠쏠하다”고 전했다.

‘혼술’을 통해 하루를 되돌아보고 ‘정리’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혼술족’도 있다.


일주일에 2회 ‘혼술’을 즐긴다는 직장인 성모(28·여)씨는 “‘혼술’을 하는 시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성씨는 “회식이나 술자리 등에서 서로 술잔이 비웠는지 눈치 보고 따라줘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화가 싫다”며 “가끔 1차 회식을 마치고 2차로 혼자 마시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다”고 전했다.

또 “사람들과 마실 때는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내 생각은 못하게 된다”며 “명상과도 같은 시간”이라고 밝혔다.

◆ ‘혼술’에 대한 인식변화…‘포장마차 아저씨’에서 ‘술 한 잔의 낭만’

이노션월드와이드가 최근 1년간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5년 직장인의 나홀로 소비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혼술’에 대한 직장인들의 인식은 ‘나 혼자’, ‘마음 편히’,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등이다.

직장인들은 ‘혼술’을 ‘퇴근 후 집이나 집 근처 술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맥주 등 술을 가볍게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직장인의 69%가 ‘혼자’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혼술 낭만족’은 새로운 트렌드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혼술 낭만족’에 대해 모임과 회식 등에 지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스트레스를 ‘혼술’로 푸는 이들을 의미하고 이들은 왁자지껄한 술 문화에 지친 사람들이 혼자 즐기는 술 한 잔에 편안함과 낭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 ‘혼술족’ 위한 술집·어플리케이션도 등장…‘혼술’하기 편한 사회

서울 청담동, 한남동, 서교동, 연남동 등 인근에는 ‘혼술’을 하기 좋은 술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혼술족’을 위한 술집은 와인바, 이자카야, 맥주 펍, 소주집 등 종류도 다양하다.

‘혼술족’을 위한 술집에는 아직까지는 남자 손님들의 발길이 더 많지만 여자 손님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들 술집에서는 혼자 와 맥주를 시켜놓고 책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혼술족’이 근처에 혼자 술을 마시기 좋은 술집을 쉽게 찾도록 해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이러한 ‘혼술족’의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와 맥을 같이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인 가구는 500만 가구를 넘어섰다.

또 통계청은 1인 가구의 소득대비 소비 성향은 80.5%로 전체 가구 평균은 73.6%를 크게 앞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혼술’ 매력에 깊이 빠졌다간 ‘알콜 의존’ 위험도…주의 요망

지나치게 ‘혼술’을 즐기다가는 ‘알콜 의존’을 보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A(31·여)씨의 경우 아이를 낳은 후 우울증으로 인해 ‘혼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점차 맥주에서 소주, 양주 등 도수가 더 강한 술을 찾으며 ‘혼술’에 빠졌다.

이후 A씨는 현재 알콜 의존이 심해져 병원 상담을 받는 등 치료를 하고 있다.

A씨는 “‘혼술’은 혼자 먹다보니 누군가 제어해 줄 사람이 없고 언제든 마실 수 있어 더 자주 마시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럴 경우 알콜 의존증이 생길 수 있으니 ‘혼술’을 즐기는 사람일지라도 스스로 조절해가며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사진출처=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사진제공='혼술족' 독자>'혼술러'들이 자주 찾은 왕십리의 어느 술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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