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에 국방부 뒤늦은 대책…합수단은 직제화 요구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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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서울=포커스뉴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 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방산비리 수사가 군 최상부인 최윤희(62) 전 합참의장을 기소하면서 끝을 맺었다.
당초 1년을 목표로 출범한 합수단은 활동 기간을 한달여 연장해 12월 수사를 마무리하며 1조원대 방산비리를 적발했다.
현역 군인이 대거 연루된 방산비리는 우리 군의 부패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며 국민들에게 씁쓸함을 안겼다.
◆ 1조 방산비리 수사…최윤희 등 74명 기소
합수단은 지난 20일 와일드캣 도입을 중개한 함모(59)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시험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뇌물수수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최 전 의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1년간 합수단은 와일드캣과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등 방산비리에 관한 수사로 1조원대 비리 혐의를 포착했다.
사법처리된 관계자만 총 74명에 달한다.
이중에서 군인은 최 전 의장,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을 포함해 장성급 11명(현역 1명), 영관급 30명(현역 13명) 등 42명이다.
해군이 31명, 공군이 6명, 육군이 5명 등이다.
또 방위사업청 전·현직 공무원 2명,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 등 총 7명의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합수단 최고의 성과로 꼽히는 것은 STX 계열사로부터 7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사건이다.
정 해참총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최 전 의장을 정면 겨냥한 것도 역시 성과로 꼽히고 있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0일 함씨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교부된 금원의 성격에 다툼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함씨는 지난 2011년부터 해군이 차기 해상작전헬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모델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련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함씨가 건넨 금품은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씨는 S사 외에도 방산업체 E사를 운영하고 있고 검찰은 S사와 E사 모두 방산비리의 핵심에 자리 잡은 회사로 보고 있다.
또 함씨는 최 전 의장 가족들과 자주 접촉하며 최 전 의장 아들에게 5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당초 합수단은 함씨의 신병을 확보해 최 전 의장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계획했지만 함씨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한차례 위기를 맞게 됐다.
방산비리 관련 거물브로커의 영장이 기각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합수단은 앞서 지난 7월 또 다른 거물급 무기중개상 정모(76)씨를 상대로 재산해외도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방산비리 관련 거물급 브로커들의 신병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이 때문에 합수단 수사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의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도 합수단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온 사건이다.
황 전 해참총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방산업체의 로비스트이자 중개업자인 김모(63) 예비역 대령의 청탁에 따른 사례였다는 걸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1조 규모 방산비리에 국방부도 뒤늦게 대책 내놔
합수단의 수사로 거액의 방산비리가 수면위로 드러나자 국방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지난 21일 국방부는 방위사업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방산비리 발생 원인을 차단하기 위해 구조적인 투명성을 강화하고 인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조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민간 공인시험기관이 치른 시험성적서를 국방기술품질원과 업체, 시험기관이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유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또 시험평가기관도 민간 공인시험기관이 수행하도록 했다.
업체가 시험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평가서를 변조해 국가기술품질원(기품원)에 제출하는 식으로 비리가 발생해온 측면에서 평가기관과 업체 그리고 기품원 간 정보공유를 통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방중기계획서와 합동무기체계기획서 열람본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 예비역과 현역 군인 간 암암리에 이뤄지던 정보거래도 차단키로 했다.
인적관리 부분도 대폭 강화됐다. 방위사업추진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비율도 현 25%에서 35%로 늘려 군 관련 인연으로 인한 업무처리 가능성을 낮췄다.
특히 현역 장군과 대령이 방사청으로 보임되는 순간부터 전역할 때까지 각 군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등 인사독립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내놓은 대책이 형식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령의 경우 정년이 53세다.
현실적으로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결혼 등을 앞둔 50대 대령을 방사청에 배치한 후 전역때까지 군으로 돌려보내지 않게 되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거액을 제시하는 로비스트의 유혹에 오히려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민간위원 비율의 증가 역시 ‘군인만 비리를 저지른다’는 잘못된 인식의 출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합수단, 직제화 요구 늘어…가능할까
방위사업 비리 근절을 위해 거론되는 해결책 중 하나는 방산비리 수사를 마무리한 합수단이 검찰 산하 특별수사부로 정식 직제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검찰은 최근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검사 윤갑근) 산하 합수단이 1년이란 시한을 정해 운영될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직제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후 검찰수사의 핵심적인 사건을 전담해온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1부에 편입하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는 추측이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행정자치부와 함께 해당 부서의 개편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여러 부서가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법무부가 나서서 대답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 측도 역시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합수단이 검찰 산하 정식 부서로 직제화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합수단이 보여준 성과를 바탕으로 볼 때 방산비리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한시적이기보다 안정적인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영함·소해함 장비 납품비리와 해군 정보함 사업비리, 공군전자전훈련장비 납품사기, K-11 복합형 소총 납품비리 등 육·해·공군과 방위사업청 전반에 걸친 각종 사업 관련 비리를 집중 수사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준비없이 출범한 합수단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보다 안정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직제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TF를 발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한시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방산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검찰.2015.08.16 김인철 기자 해상헬기 도입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2015.11.24 양지웅 기자 국방부. 한수연 기자2015.09.21검찰.2015.08.16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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