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법적 배상과 공식 사죄 해야"<br />
소녀상 이전 "있을 수 없어, 대사관 이동하면 따라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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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당신 누구요. 뭐하는 사람이요. 왜 우리를 두 번 죽이려고 하는 거요. 먼저 피해자를 만나야 되는 거 아니요."
29일 오후 2시 5분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 들어서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가 거세게 항의를 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날 임 차관과의 짧은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싸워온 대로 그대로 싸워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임 차관 정대협 쉼터 방문…할머니들 "일본 외교부냐"
길원옥(87) 할머니와 이 할머니가 맨 처음 정대협 쉼터에서 임 차관을 맞이했다.
이 할머니는 '외교부 소속'이라고 소개하는 임 차관에게 "일본 외교부냐, 같이 짝짜꿍 하는 거냐. 나라가 약해서 민족 수난으로 이렇게 고통당하는 우리들을 왜 두 번씩 죽이는 것이냐"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복동(89) 할머니는 오후 2시쯤 모습을 보였다.
김 할머니는 길 할머니와 이 할머니를 향해 "고함 지른다고 될 것이 아니다"며 이 할머니를 진정시켰고 임 차관에게 "앉으라"고 짧게 말했다.
이 할머니는 "법적으로 공식사죄하고 배상해야 하는데 외교부는 뭐하는 것이냐"며 "우리가 다 죽길 바라다가 안 죽으니까 죽이려고 하는 것이냐. (협상과 관련해)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우리 입장을 먼저 들어야한다"며 "우리들한테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정부끼리 협상이 타결됐다고 하는 건 아니다"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임 차관은 할머니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임 차관은 "이용수 할머니 마음의 상처가 커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의 말이 이어졌다.
김 할머니는 "아직 해결이 안됐다. 내 마음으로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며 "소녀상을 왜 없애는가. 국민들이 한 푼 한 푼 모은 돈으로, 우리 소녀들의 2세들이 과거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역사의 표시로서 대사관 앞에 내 놓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임 차관에게 법적 배상과 공식사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아베가 나와서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해야 되는 걸로 안다"며 "그렇게 해도 시원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임 차관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임 차관은 "할머니들 보시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원칙은 어제 대통령께서도 대국민 메시지로 말했지만 우리 할머니들이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정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 3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가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할머니들 명예와 존엄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제일 큰 문제"라며 "재단을 통해 돈을 드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 인생 여정을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를 위해 재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숙덕숙덕 하더니, 협상 타결됐다" 할머니들 '울분'
할머니들은 이날 피해자들을 생각하지 않은 일방적인 외교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기력이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임 차관과의 오랜 대화 끝에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이 할머니는 '합의 전까지 외교부에서 찾아온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번도 없다. 저거들(외교부) 마음대로 했다. 그러니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말로 심정을 대신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하고 (한국 정부하고) 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들에게 미리 물어서 일을 시작했으면 이런 혼란이 안 일어났다"며 "우리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타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할머니들은 투쟁을 이어갈 것이란 뜻도 밝혔다.
김 할머니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베가 나서서 법적으로 용서를 빌고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라며 "돈은 필요 없다. 억울하게 끌려가서 당한 것을 생각하면 한을 벗어나지 못할텐데…이것이 우리들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싸워온 대로, 앞으로도 그대로 싸워나갈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이 기력이 없다. 건강이 안 좋다"라며 걱정했지만 이내 "아베는 일본 대사관 앞에 와서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한다. 법적인 사죄가 아직 없다. 진실된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해 끝까지 멈추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위안부 소녀상 이전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소녀상에 대해서는 (이전할) 필요없다고 말했다"며 "우리 정부는 그것을 치우라고 할 권한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할머니도 "일본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그앞에 소녀상을 세운 것"이라며 "대사관이 이동하면 소녀상도 따라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2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정대협 쉼터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왼쪽부터 이용수, 길원옥, 김복동)이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의 합의 설명을 듣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12.29 김흥구 기자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한·일 회담 결과를 설명한 후 나서고 있다. 2015.12.29 김흥구 기자 한ㆍ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며 합의한 가운데 29일 오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를 찾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김복동, 길원옥, 이용수 할머니께 인사한 후 뒤로 돌고 있다. 2015.12.29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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