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1세 딸 학대’ 친부 등 송치…딸 “아빠 처벌 원해”(종합)

편집부 / 2015-12-24 11:48:42
점퍼 모자‧마스크 쓴 채 고개 숙이고…“죄송하다” 되풀이<br />
딸 세탁실에 감금·폭행 당해…혼자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져<br />
동네 주민들 “아이 존재 몰랐다”<br />
'따뜻한 손길'도 이어져…기부금 2천여만원 모여
△ "죄송합니다" 11세 딸 학대 아버지 검찰 송치

(서울=포커스뉴스) 인천 연수경찰서는 24일 오전 '11세 딸 학대 사건'의 피의자인 친부 박모(32)씨 등 3명을 인천지검으로 송치했다.

박씨 등은 이날 오전 8시 20분쯤부터 모두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흰색 마스크를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박씨가 수사관들과 함께 나타났다.

박씨는 "친딸인데 왜 굶기고 때렸는가", “아버지의 처벌을 원한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했는데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가”, “딸을 막 대하면서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았나”, “게임을 하면서 그랬다던데 집안 상황을 말해달라”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답변만 계속했다.

또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했는데 기억나는 것 하나만 말해달라”, “딸에게 한마디만 해달라” 등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라는 요청에는 “죄송하다”고 짧게 답하며 자리를 떠났다.


박씨에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박씨의 동거녀 A(35·여)씨는 눈을 질근 감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A씨에게 “친자식은 아니지만 어린 아이가 굶고 그랬는데 왜 그랬는지 말해달라”, “어린 아이한테 한마디 해달라”, “학대를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인정하는가” 등 질문을 했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동거녀의 친구 B(36·여)씨에게도 취재진은 “아이를 굶기고 때리는 것을 봤을 텐데 말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아이에게 한 말씀 해달라” 등을 질문했다.

동거녀의 친구는 처음 질문에만 “죄송하다”고 짧게 답변했다.

앞서 지난 18일 경찰은 자신의 딸인 C양(11)을 감금·상습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상습 상해·감금·학대치상, 아동복지법상 교육적방임)로 박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친딸에 대한 2년여간의 학대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인천으로 이사 온 지난 2013년 7월부터 박씨 등 3명에게 감금돼 손과 발, 옷걸이,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8년 전 이혼하고 6년 전부터 A씨와 동거를 시작한 박씨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빠져 C양을 방치했다.

박씨가 C양을 방치한 사이 A씨는 C양에 대한 폭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와 A씨가 인천으로 이사 올 당시 빌라 보증금을 보태고 같이 살게 된 B씨 또한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범행은 C양이 지난 12일 인천 연수구의 한 빌라 2층 세탁실에 감금돼 있다 탈출하면서 알려졌다.

탈출 당시 키 120㎝에 몸무게 16㎏이었던 C양은 집에서 나오자마자 동네 슈퍼로 갔다.

슈퍼 주인 김진식(42)씨는 겨울날 맨발로 슈퍼에 들어오는 C양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해 C양에게 빵과 우유를 주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는 “한 아이가 맨발로 들어와 과자를 몇 개 골라 구석으로 갔다”며 “그럴 때 혼내야 할 아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다”며 “이 아이는 딱 봐도 이상해 빵과 우유를 주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는 “동네에서 슈퍼를 하다 보니 동네 사람 대부분을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였다”고 밝혔다.

동네 주민들도 C양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동네 주민들은 박씨 등이 키우던 애완견은 알아도 C양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C양이 살던 빌라의 한 주민은 “C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A씨로부터 아이를 장애인 센터에 맡겨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온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빌라에 사는 또 다른 주민도 “작은 개를 키우고 있어 개와 어른 셋이 사는 줄로만 알았다”며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같이 살아 누나들이 남동생을 데리고 사는 친남매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박씨 등은 C양이 탈출한 것을 알고 그날 바로 도주했지만 경찰에 붙잡혔다.

C양은 박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영 관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아빠가 처벌받기를 원하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며 “아버지가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또렷하게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C양은 회복 중에 있지만 안정이 필요한 상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C양을 가정에서 사랑받는 생활을 느낄 수 있도록 쉼터나 시설보다는 위탁가정에 장기 위탁할 계획이다.

현재 홀트아동복지재단은 C양을 돕기 위한 기부금을 모집 중이다.

홀트아동복지재단은 “23일 오후 기준으로 2000여만원이 모였다”며 “기부금은 현재 C양의 식비와 치료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홀트아동복지재단은 기부금을 계속 모집 중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 세부계획을 세우고 있다.

24일 검찰에 송치된 박씨 등은 검찰조사를 받은 뒤 인천구치소에 수감된다.

한편 박씨 등은 인천 연수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았지만 경찰이 효율적인 유치장 관리를 위해 권역별로 유치장을 관리하면서 인천 남동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다.11살 딸을 2년여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 박모(32)씨가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5.12.24 오장환 기자 11살 소녀를 2년여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동거녀 A(35)씨가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5.12.24 오장환 기자 11살 소녀를 2년여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동거녀 친구 B(36·여)씨가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5.12.24 오장환 기자 지난 12일 게임중독 아버지의 감금·학대에 시달리다 탈출한 딸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연수구 한 빌라의 가스배관. 2015.12.23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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