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크리스마스'…'연인'이 아니어도 "괜찮아"

편집부 / 2015-12-25 13:37:56
미혼남녀 66.3% "이번 성탄절 홀로 보낼 것"<br />
한산한 성탄절 연휴 탓에…'붐비던' 상권도 "장사 안된다"<br />
즐겁기 만한 성탄절 연휴?…봉사하며 시간 보내기도 <br />
친구·연인보다도 '가족'과 단란한 시간 보내 '눈길'
△ 성탄절에 뜬

(서울=포커스뉴스) "집에서 혼자 파티를 하며 보낼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고기도 미리 사뒀고 요리법도 숙지해뒀어요."

대학생 정모(24·여)씨는 홀로 보낼 성탄절(크리스마스)에 대비해 잔뜩 계획을 세웠다.

정씨는 "성탄절 때 약속을 잡자니 할 일이 없어 보여 상대방도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며 "서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혼자 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0)씨도 올해 성탄절을 혼자 보낼 생각이다. 그는 "성탄절이 별 일은 아니지 않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박씨는 "성탄절도 특별히 약속이 없다면 혼자 보내야 하는 것"이라며 "주변에 물어봐도 성탄절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탄절을 혼자 즐기는 '나홀로 크리스마스족(族)'들이 늘고 있다. 연말·성탄절은 연인, 혹은 친구와 밖에서 보내야 한다는 보통의 상식을 깨버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5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16~22일 20·30대 미혼남녀 365명(남성 168명, 여성 1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6.3%가 "이번 성탄절을 혼자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중 가족·친구와 보내겠다는 답변은 남녀 각각 18.5%, 32.0% 등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미혼남녀 47.7%가 성탄절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다. 성탄절 때 집에서 휴식을 취하길 원한다는 답변이 전체 55.1%(남 64.9%, 여 46.7%)나 차지했다.

또 남성은 △여행(26.8%) △영화·공연관람(6.5%), 여성은 △영화·공연 관람(21.3%) △여행(13.7%) 등을 선택했다.

미혼남녀가 성탄절을 떠올리면 느끼는 감정도 '기쁨' 보다는 '슬픔'이 많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탄절하면 슬픔(우울감)이나 부러움을 느낀다는 사람이 각각 25.8%, 25.5%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매우 적은 사람들이 행복(4.9%)과 재미(7.4%)를 느낀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부러움(38.7%) △슬픔(우울감)(25.6%) △짜증(분노)(12.5%) △재미(11.3%) △설렘(4.8%) △행복(3.6%) 순으로 감정을 느꼈다.

여성은 △설렘(39.1%) △슬픔(우울감)(25.9%) △부러움(14.2%) △짜증(분노)(8.6%) △행복(기쁨)(6.1%) △재미(4.1%) 순이었다.

직장인 남모(29)씨도 이와 같은 경우였다.

남씨는 "혼자 성탄절을 보내는 것이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은 날에 혼자 있다는 사실이 더 외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연락하는 식으로 성탄절 약속을 잡지 않았다"며 "행여나 그런 모습이 '왕따'처럼 보여질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 성탄절‧연말 특수도 '옛말'…"500원짜리 카드도 비싸다고 한다"

차분하게 혼자 성탄절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연말이나 성탄절 기간 누리던 '특수'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성탄절 이브를 맞이해 붐벼야할 2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상권은 '성탄절 특수'라는 영광을 과거로 돌리고 있었다.

한창 바쁘게 움직여야할 직원들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손님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세요."

손님이 크리스마스 모형 트리가 가득한 가게에 들어서 이것저것 주인에게 물어본다. 그러나 진열된 상품을 몇 번 만지던 손님은 결국 발걸음을 출입구 쪽으로 옮겼다.

"하나 보고 가세요."

남대문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가게 앞쪽에 서 있던 직원들이 계속해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직원들은 거리를 지나다니는 손님들을 끌어보려 "들어와보라"는 말을 계속했지만 번번이 손님들에게 퇴짜를 맞았다.

남대문시장에서 도매로 크리스마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A씨는 "손님을 끌어모으면 반응이 시큰둥하다. '한번 보고 가시라'는 말이 시끄럽다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소매상이 보따리로 물건을 사가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며 "일반 손님들 중에는 더러 500원짜리 카드도 비싸다고 1~2개만 겨우 사가고 있다"고 전했다.

명동에서 30년간 화장품 가게를 운영한 강성진(56)씨도 "손님이 없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성탄절이라고 해도 지나다니는 사람만 많지, 실제 들어와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며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장사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이 이런데도 3700만원의 월세를 매번 올려달라고 해서 힘들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 적자라고 하는 사정"이라고 전했다.

최모씨는 명동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한다. 그는 "성탄절 전 날이지만 평소랑 비슷하다"며 "사람도 별로 없고 6시간 일하는데 5~6명쯤 밖에 없다. 그 손님들이 모두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근처 노점상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명동에서 노점을 한지 좀 됐지만 평소보다도 장사가 더 안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직 장사 개시도 못했다"며 "주변을 둘러봐도 올해가 더 장사가 안된다고 말한다. 불경기가 확실한 것 같다. 외국인도 예전처럼 많지 않아 더 장사가 안되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과거와는 다른 풍경…'소비없이' 성탄절 보내는 사람들

성탄절 풍경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고급 식당이나 고급 선물 등 '소비'로 성탄절이나 연말을 채우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가는 이들도 많아졌다.

대학생 고모(24)씨는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등산을 갈 계획을 세웠다.

고씨는 "초등학교 동창들 중 남자 4명만 모여 속리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냥 집에 있기에는 우울해서 연초에 좋은 기운도 받고 생각도 정리할 겸 산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구·애인과 시간보다 가족‧불우이웃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직장인 신모(26)씨는 "가족들과 함께 홀로 계시는 외할머니 댁에 방문해 함께 저녁도 먹고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며"할머니 선물을 사기위해 며칠 전에 백화점도 들렸다"고 덧붙였다.

유모(29‧여)씨는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유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교회 지인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고 "이럴 때일수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꽤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 위로 38년 만에 찾아온 보름달 '럭키문'이 떠올라 성탄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캐논 1DX 다중노출 촬영>. 2015.12.25 김흥구 기자 24일 오후 3시 한산한 남대문시장 입구 모습. 최수진기자 choisj@focus.co.kr지난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삼성동 일대에서 영남대학교 새마을대학원 외국인 학생들이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15.12.18 양지웅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