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법조이슈(1)]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실체

편집부 / 2015-12-27 08:46:31
BMC에서 리드엔·챌린씨까지…치밀했던 4조원대 사기극<br />
조희팔 목격 증언 이어져…피해자들 “조희팔은 살아있다”
△ 강태용, "조희팔 죽었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저물고 있다.

법조계도 박근혜 정권 임기말을 책임질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등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올해는 4조원대 유사수신(다단계) 사기사건인 ‘조희팔 사건’ 의 재수사가 진행되고,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패터슨 리(36)가 국내로 송환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막대한 돈이 투입된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사업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활발한 수사가 있었다.

이달 초에는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라는 법무부의 뜬금없는 입장발표 법조계가 분열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지난 24일 박상은(65) 새누리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원과 8065만원의 추징을 선고 받은 원심을 확정하면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19대 들어 22명째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본지는 이번 주 다섯 번의 기획을 통해 올 한해 법조계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조희팔 사건 △이태원 살인사건 △당선 무효 국회의원들 △방위사업비리 △사법시험 존폐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서울=포커스뉴스) 2012년 5월 21일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은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한다.

이날 경찰청은 조희팔 가족들이 보낸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조씨의 사망을 공식화했다.

그로부터 3년 5개월 뒤 중국으로 도피해 있던 조씨 일당의 2인자 강태용이 붙잡힌다.

검찰과 경찰은 강씨 송환에 앞서 사건 관련자들을 붙잡아 조사하는 한편 조희팔의 생존을 전제로 재수사를 발표한다.

전국 3만여명의 피해자를 낸 조희팔 사건 수사는 2라운드가 시작됐다.

◆다단계 사기의 전형…고수익 지급해가며 사기극 포석 깔아

조희팔 일당의 사기극은 2004년 10월 설립된 ㈜BMC에서 시작된다.

BMC는 1년 뒤 엘틴으로, 엘틴은 다시 1년 뒤 수도권에서 티투로, 경상도권에서 벤스로 나뉜 뒤 2007년 5월 다시 티투로 통합된다.

수도권 티투는 2007년 11월 서산지역까지 확대되면서 리브로 변경됐고 리브는 2008년 10월 리드엔으로 사명을 갈아탄다.

경상도권 티투는 2007년 11월 CN(대구‧경북), 챌린(부산‧경남)으로 분리돼 변경됐다.

CN은 2008년 10월 리젠, 챌린은 2008년 2월 챌린씨 등을 거쳐 같은 해 10월 리버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의 모임인 바실련(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은 이처럼 수시로 회사명을 바꾸는 게 다단계 사기수법의 전형이라고 설명한다.

바실련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은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의 모습을 보였다”며 “수시로 법인명이 변경됐고 각 법인마다 대표도 달라졌다. 사건 당시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사건이 터지고 나니 불법 다단계였다”고 말했다.


조희팔 일당의 사기수법은 더욱 치밀했다.

일반적인 다단계는 모집책을 통해 모여든 피해자이자 판매원(사업자)가 자신들의 투자유치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당으로 지급 받게 된다.

그런데 조희팔 일당은 사업자가 된 후 자신을 중심으로 ‘바이너리 방식(하부 좌우로 하위판매원을 구축해가는 방식)’으로 2억2500만원씩 총 4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 부장으로 승급해 매달 120만원을 지급 받는다.

이 같은 바이너리 방식으로 ‘부장-국장-본부장’을 거치면서 매달 받는 수당은 600만원까지 오르게 된다.

일반 회원들은 상품구좌를 하나 여는 방식으로 회사에 투자했다.

회사가 판매하는 의료기기(클린에어산소청정기‧웰빙트윈스‧메디탑 등) 구입비 겸 투자비 명목으로 1구좌당 440만원을 납입하면 회사가 제품을 관련 업소 등에 임대 설치하거나 회사가 투자한 아파트 시행사업, 호텔사업, 몽골 고철 수입사업, 김천 삼애원 개발사업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이익을 챙겨 준다고 했다.

1구좌당 납입일 기준으로 1주일 후부터 매일 3만5000원을 지급 받는다고 했다. 8개월만에 581만원(원금 440만원을 제하면 141만원)을 지급 받는 줄 알았다.

한 구좌 당 440만원을 지급했으니 8개월만에 141만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실제로 피해자들의 통장에는 약속대로 현금이 꽂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기였고 사기를 위한 포석이었다.

회사는 피해자들로부터 의료기기 임대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1구좌당 440만원을 교부받더라도 피해자들이 구입한 제품을 재임대하거나 설치할 능력이 사실상 없었다.

회사가 기업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투자한 사업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 앞으로 수익이 발생할지 여부도 불확실했다.

결국 회사는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후순위 투자자들이 한계에 이르게 되면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던 조희팔 등 회사 중역들은 결국 피해자들로부터 구좌를 유치해 최대한 돈을 받고 도망치는 방법뿐이었다.

조희팔 일당은 지난 2008년 10월 31일 경찰이 다단계 회사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3~4개월 전 이른바 ‘몰빵투자’를 독려해 전국 4만여명으로부터 4조원을 빼돌려 중국으로 달아났다.


◆“아버지는 사망했다”…조희팔, 정말 죽었을까

지난 17일 아버지 조희팔의 범죄수익을 받아 차명으로 보유해온 혐의(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된 조씨의 아들 A(30)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날 A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라는 판사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장례식이 있던) 상해에 갔나. 언제 갔는가”라는 질문에도 “2011년 11월 8일 장례식에 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국내로 송환된 2인자 강태용(54)도 대구지검 앞에서 “조희팔은 죽었다”고 답했다.

경찰은 2012년 5월 사망진단서와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조희팔의 사망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피해자 단체를 비롯해 경찰 내부에서도 해당 사망진단서, 장례식 동영상 등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또 당시는 2012년 2월 조씨의 공범 황모(57)씨, 최모(58)씨 등 3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면서 수사가 재개되던 시점이어서 성급한 발표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같은 해 9월 검찰은 유가족이 제출한 뼛조각을 가지고 DNA 검사를 시행했으나 화장과정에서 DNA가 모두 파괴돼 확인할 수 없어 조희팔의 사망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발표하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더욱이 언론과 피해자 단체 등을 통해 조희팔이 중국에서 ‘조영복’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왔으며 가족들이 밝힌 사망 시점 이후에도 조씨에 대한 목격담이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김상전 바실련 대표는 “한국도 아닌 중국에서 사망했고 동영상을 보면 사망한 지 4~5일 된 시신의 모습이 부패된 부분 하나 없이 깨끗하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경찰조직이 이런 정황증거에도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인자 강태용은 조씨의 사망을 주장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이득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였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책임을 조희팔에게 떠넘기고 조씨가 죽을 것으로 처리돼야 자신에게 돌아올 혐의와 죗값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사망한 조희팔의 외조카 유모(46)씨는 사망 직후 조씨의 시신을 화장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피해자 단체 등이 중국 현지에서 확인한 조희팔의 화장증에는 2011년 12월 19일 조씨가 사망했고 이틀 뒤인 21일 조씨 시신을 화장했다고 나와 있다.

경북 칠곡에 있는 조희팔의 납골묘에는 사망일이 2011년 11월 24일로, 경찰은 2011년 12월 18일로, 조씨 아들은 2011년 11월 18일로 조씨의 사망 시점을 밝히고 있다.

조희팔의 사망 여부를 합리적으로 의심해볼만한 상황이다.

우리 수사당국이 의지를 보인다면 이 같은 정황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조희팔. <사진제공=바실련>조희팔 사건 조직도. <자료제공=바실련> 2015.10.19 주영민 기자 대구지검과 대구고검. 최태용 기자2015.12.16 최태용 기자 (대구=포커스뉴스) 한국으로 송환된 조희팔 사기 조직의 2인자 강태용이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영상캡쳐> 2015.12.16 김용우 기자정선욱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8) 일당의 최측근인 강태용(54)이 16일 김해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 후 대구지검으로 압송되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2015.12.16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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