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의 화려한 부활…법정관리 등 온갖 고초 딛고 1조9000억 건설 수주

이채봉 기자 / 2015-12-17 23:38:30
두바이서 1조9000억원 규모 프로젝트 3건 수주…"부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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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올해 1월말 두바이투자청(ICD: Investment Corporation of Dubai)과 투자계약을 체결한 쌍용건설이 13년 만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시장에 다시 진출하며 '건설 명가' 재건에 나섰다.

 

지난 16일 쌍용건설은 두바이에서 총 16억달러(1조9000억원) 규모의 대형 고급건축 프로젝트 3건(로얄 아틀란티스 호텔, 팜 게이트웨이, ICD 공동 추진 A프로젝트)을 동시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저유가, 저가수주로 인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쌍용건설이 과거 매각실패,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온갖 고초를 딛고 일궈낸 성과라서 더 빛이 난다.

이 프로젝트 3건 모두는 쌍용건설이 주관(리딩)하는 조건이며, 시공지분은 총 7억3000만달러(86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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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 조감도. <자료=쌍용건설>

쌍용건설은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과 고초를 두루 겪으면서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행보를 걸어왔다. 업계는 쌍용건설의 이번 두바이 프로젝트 수주가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임직원들이 오롯이 힘을 합쳐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쌍용건설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故 김성곤 회장의 차남 김석준 회장이 대표이사로 나선 이후, 국내 주택시장은 물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한때 가파른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시기를 거치며 쌍용그룹은 해체됐고, 이듬해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하면서 쌍용건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후 6년여 만인 2004년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지만, 이후 꾸준한 M&A 시도에도 불구하고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았다. 새 주인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급기야 2013년 2월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같은 해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쌍용건설을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건설업황 자체가 매우 침체된 시기였던 데다,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의 가압류, 채권단 추가지원 결의 난항 등이 이어지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쌍용건설은 자구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었다. 수많은 협력업체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시 법원도 쌍용건설의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6위인 점, 해외건설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 등을 들어, 국가 신임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쌍용건설의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였다.

쌍용건설은 2014년 전 임직원이 회사 재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회생절차 조기종결 제도인 '패스트 트랙(Fast Track)' 방식의 회생을 모색했고, 법정관리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김석준 회장이 해외 발주처를 직접 찾아가 해외공사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다녔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쌍용건설은 말레이시아와 적도기니에서 수주 성과를 달성했는데, 회생절차 중에 있는 기업이 해외수주에 성공한 것은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직원들이 퇴직금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김석준 회장 역시 전 재산과 지분 매각 대금을 회사에 투입하는 등, 전 직원은 기업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매각 공고를 냈고, 올해 1월 자산규모만 217조원에 달하는 세계적 국부펀드(UAE 2대 국부펀드)인 ICD에 쌍용건설 대부분 지분을 넘기고 투자를 유치하는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비교적 짧은 기간인 14개월여 만에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세계적 국부펀드가 대주주로 등장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쌍용건설의 신인도가 대폭 상승한 것은 물론, ICD 자체 발주 공사와 '2020 두바이 엑스포' 관련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수주 활동에도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됐다.

 

이처럼 쌍용건설이 천신만고 끝에 재도약의 계기를 다질 수 있게 된 것은, 김석준 회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과 특화된 해외건설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013년 말 당시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는 사실상 회생이 쉽지 않다고 봤다"며 "정부가 거듭된 부양 정책 카드를 꺼낼 만큼 건설·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했고, 쌍용건설의 매각작업도 거듭 실패해 왔던 터라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다시 회생할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다른 회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애사심과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ICD 인수는 갑작스러운 행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쌍용건설이 해외에서 갈고 닦아왔던 기술력과 꾸준히 맺어온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최근 저유가와 저가수주로 인한 해외건설 침체, 어닝쇼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 상당수가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쌍용건설이 회생절차까지 갔음에도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점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발주처의 신뢰를 잃지 않고 단 한건의 타절(공사 중단) 없이 고품질 시공을 지켜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해외에서 활약하는 시간동안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은 점이 주효했다. 또 올 들어 ICD라는 든든한 대주주를 맞이한 이후 대외 신인도가 대폭 상승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까지 갖추게 됐다"며 "향후 쌍용건설은 과거 고난의 시간을 잊지 않고 ICD의 비전인 세계 초일류 건설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국내외에서 고급 시공 능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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