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된 농협직원'…충주 귀농해 모범마을 일궈

편집부 / 2015-08-18 10:14:33
뇌곡마을 이장 박명래씨 매달 마을 회식, 생일 선물…마을 단합 이끌어

'이장님 된 농협직원'…충주 귀농해 모범마을 일궈

뇌곡마을 이장 박명래씨 매달 마을 회식, 생일 선물…마을 단합 이끌어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아버님 건강도 좋아지셨고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으니 큰 복을 받은 거 같습니다."

아버지의 병 치료를 위해 시골로 귀농한 직장인이 이장을 맡아 모범적인 마을을 일궈내 화제를 낳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서 농협에 다니던 박명래(51) 씨는 2007년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안보리 뇌곡마을로 이주했다. 명목은 귀농이었지만 사실 농사보다는 편찮으신 아버지의 요양이 더 큰 목적이었다.

박 씨는 동네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자신의 중장비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됐다.

그의 됨됨이와 성실함을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지난해 말 대동계에서 박 씨를 마을 이장으로 선출했다.

박 씨는 "어르신들이 이장 일을 보실 때 총무를 맡아 옆에서 거들어 드리는 걸 보고 일을 맡기신 것 같다"고 했다.

이장이 되고 나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마을 전체 주민이 함께 모이는 식사 시간을 만든 것이었다.

화합과 소통을 위해 빙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뇌곡마을은 원래 살던 20여 가구에 2009년 분양을 시작한 전원마을에 귀촌 가구가 입주하면서 지금은 50여 가구로 불어났다.

원주민과 새로 이주해 온 도시 사람들의 융합이 가장 큰 과제였던 이 마을에서 박 씨는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지금은 귀촌 가구가 돌아가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만큼 분위기가 좋아졌다. 연말까지 순번 예약이 꽉 차 있어 어떤 이들은 "대체 내 차례는 언제 돌아오는 거냐"며 농담 섞인 푸념을 할 정도다.

박 씨는 매달 지급되는 이장 수당으로 생일을 맞는 주민들에게 작은 선물도 나눠준다.

마을 잔칫날인 이날은 반상회도 겸해 마을의 대소사를 모두 의논한다.

지난 2월에는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동네 할머니에게 백내장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아 주기도 했다.

박 씨는 마을 뒷산의 잡목과 잡초를 제거하고 등산로를 정비해 어르신들도 어렵지 않게 산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그에게는 마을의 화합 못지않게 또 한 가지 큰 보람과 행복이 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몰랐던 아버지(78)가 건강을 회복해 이제는 함께 농사를 짓는다. 박 씨 부자는 장뇌삼과 더덕 농사를 지으면서 옥수수와 콩도 기르고 있다.

"제가 마을에서 거의 막내여서 귀여움을 많이 받아요. 타지에서 왔고 모르는 것도 많은데 많이들 도와 주셔서 그럭저럭 마을 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마을도 잘 되고 아버님 건강도 회복되셨으니 저처럼 행복한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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