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명암> ② '염불보다 잿밥'…관광객 늘리기에 '혈안'
백제유적 관람객 전년보다 2배 급증…유럽은 유적 관리에 주력
(전국종합=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세계유산 등재가 우리 지역 문화관광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보다 힘쓸 것이며, 우리 역사유적지구가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의 삶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고 챙겨나가겠습니다."
지난달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안희정 충남지사와 송하진 전북지사가 함께 작성한 서신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지자체들이 세계유산 등재에 앞다퉈 나선 배경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지역 문화관광산업 발전과 경제 활성화가 등재의 핵심 동기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도 비슷하다.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시설군도는 백제역사유적지구와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강행한 데는 경제적 목적이 컸다.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차원에서 일본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세계유산 등재를 밀어붙인 것이다. 중국도 관광과 경제를 연계했다.
한국이나 일본, 중국의 세계유산 현장을 가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안내판을 예외 없이 입구에서 만나는 이유다.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인류가 공유해야 할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는 등한시 한채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세계유산이 태동한 서유럽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역이라도 광고판 하나 제대로 없다.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인 최재헌 건국대 교수(지리학)는 18일 "유럽에서 주된 등재 이유는 관광객 늘리기가 아니라 유적 자체의 보존관리 체계 확립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유산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가 급선무인 까닭에 관광이나 경제 논리를 내세워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관광산업과 지역경제활성화에 관심을 쏟은 덕에 실질적인 성과는 어느 정도 거뒀다.
등재 후 한 달가량 지난 8월 초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된 백제 고도 공주와 부여는 관람객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공주에서는 무령왕릉이 포함된 송산리 고분군과 공산성을, 부여에서는 부여 나성과 인근 능산리 절터, 사비 도읍기 백제의 왕릉이 밀집한 능산리 고분군이 인기를 끈다.
명규식 공주시 부시장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공주 지역을 찾는 외부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소개했다. 여홍기 부여군문화재사업소 문화재정책팀장은 "관광객 증가는 통계로도 입증된다."고 전했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지난달 공주와 부여의 관람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이 기간 두 지역의 유적 5곳을 탐방한 관람객은 모두 12만1천784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만2천695명보다 5만9천89명 늘었다. 공주시는 4만68명, 부여군은 8만1천716명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2만3천373명, 3만5천716명 증가했다.
유적지별 관람객은 공산성이 1만9천438명이다. 지난해 7월(3천493명)의 5.6배로 급증했다. 송산리 고분군은 1만3천202명에서 2만630명으로 7천428명 늘었다. 부여 부소산성과 정림사지는 각각 2만6천347명, 7천731명 증가했다.
두 지역에 견주어 아직 '백제고도'라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약한 익산의 미륵사지도 등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총 관람객이 1만 6천224명이었지만, 7월 말 현재 관람객이 1만7천507명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미륵사지전시관 노기환 학예연구사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오는 분들 말을 들어보면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나서 일부러 찾았다는 비율이 전체 관람객 가운데 2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유산 등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다른 지역 실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등재된 남한산성과 2010년 '한국의 전통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남한산성 구역 중 2010년 복원 완공을 본 남한산성 행궁 관람객은 2013년에 8만6천311명이었으나 등재가 결정된 지난해는 12만6천318명을 기록했다.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정재훈 연구원은 "세월호 참사만 없었다면 지난해 15만명을 돌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회마을 연간관람객은 2008년 77만3천764명, 2009년 77만5천396명이었다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2010년에는 108만8천612명으로 100만 명 선을 넘었다.
이듬해도 102만7천405명으로 전년과 비슷했다가 2012년 96만2천396명, 2013년 98만2천134명으로 정체됐다. 지난해는 세월호 여파로 84만8천418명으로 하락했다.
양동마을은 2010년 세계유산 등재 이전은 물론이고 2012년까지 별도 관람객을 집계하지 않았다. 무료관람인데다 별도 출입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관광객 억제를 위해 외려 2013년에는 관람료를 징수하기로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태식 장덕종 최종호 지성호 최영수 강진욱 임상현 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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