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서 첫 천주교 공식 미사…"조용한 평화의 중심 돼야"
광복 70주년 맞아 한국천주교회 대구대교구 도동성당서 집전
(독도=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우여곡절 끝에 독도 미사를 봉헌하게 돼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울릉도 도동성당이 설립된 이후 우리 땅 독도에서 공식적인 미사가 거행되기는 처음입니다. 감격스럽습니다."
17일 독도 동도의 물양장(소형 선박이나 어선이 배를 대 하역하는 곳)에서 미사를 집전한 손성호 도동성당 주임 신부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천주교회 대구대교구 울릉도 도동성당은 영토를 수호하다가 순국한 선열들의 넋과 한반도 평화를 기리는 독도 현지 미사를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봉헌했다.
애초 지난 6월 29일 예정이었던 이번 행사는 기상 여건 탓에 수차례 연기됐다.
독도 입도가 가능한 날은 연간 60일이 채 되지 않는다. 방파제가 없는 독도에는 파도가 치면 배를 대기 어렵고, 여객선 등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날 오전 파도는 잔잔했다. 울릉도 도동성당과 천부성당 신자뿐 아니라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려고 내륙에서 건너온 신자 총 50여명이 울릉도 사동항에 집결했다.
울릉도에서 87.4㎞ 떨어진 독도까지 2시간 30분을 꼬박 달린 '독도 평화호'를 처음 맞이한 것은 독도 서쪽에 있는 서도였다.
흡사 물고기 모양을 연상시키는 서도 외곽에서 안쪽으로 뱃머리를 틀자 섬 중턱에 독도 주민 2명이 사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
배가 5분 정도 더 항해하자 이날 행사가 열릴 동도 물양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독도 평화호를 마중나온 독도경비대 10여명이 절도있는 동작으로 독도 평화호에 경례했다.
배 안에 있던 60여명의 일행들은 "와 멋있다"라고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배에서 내리자 물양장에서부터 동도 전체를 뒤덮은 250여개의 태극기가 입도객을 환영하듯 바람을 받아 좌우로 쉴 새 없이 나부꼈다.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의경 4개 소대가 50일씩 순환 근무를 하는 독도수비대원과 등대지기, 파견공무원, 독도 주민 등을 모두 합쳐 단 52명이 거주하는 독도에 발을 디뎠다.
곧바로 미사 준비가 이어졌다. 미사에 꼭 필요한 제대, 십자가, 성작, 성합, 촛대와 가톨릭 성가를 부르기 위한 오르간이 전부였다.
수호성인 성모 마리아를 봉헌하는 심신 미사가 시작되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이날 독도를 찾은 신자들은 시련과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독도가 신앙인들의 기도를 통해 평화의 섬으로 지켜지기를 기도했다.
미사를 집전한 손성호 신부는 "독도는 난리의 중심이 아니라 조용한 평화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평화의 섬 독도가 세계평화의 중심이 되는 날까지 기도를 계속할 것입니다."라고 강론을 시작했다.
이어 손 신부는 "진정한 평화는 정의의 실현에서 옵니다. 부당한 착취나 압제는 평화를 깨고 인권을 짓밟는 것으로 절대로 평화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라며 약 40분간의 미사를 끝마쳤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울릉도 주민 배상용(49)씨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도에서 천주교 첫 공식 미사가 열렸다는 사실이 의미가 크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한 번이라도 독도 땅을 밟는 일이 독도 평화를 수호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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