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매스커레이드 이브' 번역 출간
2011년작 '매스커레이드 호텔' 이전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 잡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매스커레이드 이브'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작가가 2011년 자신의 작품 생활 25주년을 기념하면서 펴낸 책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과거 이야기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좀처럼 시리즈물을 내지 않는 작가의 '닛타 고스케 형사' 시리즈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오만하지만 두뇌가 명석한 닛타 형사와 투철한 프로 의식을 가진 호텔리어 나오미가 사건을 두고 서로 갈등과 화해를 거듭한다.
단편소설 4편이 담긴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시리즈 주인공인 형사 닛타와 호텔리어 나오미의 탄생 비화를 연작 형식으로 그려낸다. 단편들은 저마다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두 주인공이 다양한 인간 군상이 엮인 사건들을 맞닥뜨리면서 점차 성장하는, 전체적으로 완결된 구성을 띤다.
첫 번째 이야기 '가면도 제각각'은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의 신입 접수 직원 나오미 앞에 옛 남자친구 미야하라 다카시가 손님으로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미야하라는 전 프로야구 선수의 매니저로, 선수와 함께 호텔에 투숙한다.
그날 밤, 미야하라는 나오미에게 자신과 현재 불륜 관계인 애인이 자살을 암시하고 이 호텔에서 실종됐다며 애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나오미는 어쩔 수 없이 미야하라와 함께 애인의 행방을 추리한다.
신입 형사 닛타 고스케는 두 번째 이야기 '루키 형사의 등장'에서 모습을 나타낸다. 그는 '화이트데이' 밤에 호텔에서 일어난 사업가 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한다. 닛타는 명석한 발상으로 범인의 실체를 벗겨 가지만 사건이 해결될 것 같은 순간, 예상 밖의 복잡한 진실을 마주한다.
세 번째 이야기 '가면과 복면'은 호텔에 묵기로 한 복면 여성 작가 다치바나 사쿠라와 그를 따라다니는 '오타쿠' 5인조의 이야기를 다뤘다. 나오미는 온갖 수단으로 작가의 비밀을 지키려고 하지만, 작가의 수상한 움직임을 목격하면서 궁금증에 빠진다.
네 번째 이야기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는 나오미가 새로 개관하는 '코르테시아 오사카' 호텔의 교육 담당자로 떠난다. 한편 도쿄에서는 대학교수 오카지마 다카오가 연구실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난바라 준교수는 자신이 범행 시간에 코르테시아 오사카 호텔에 있었다고 증언한다.
네 건의 이야기에서 호텔리어 나오미와 형사 닛타는 직접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상대를 모르는 상태에서 묘한 접점을 보인다.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는 예전에 출간된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언급한 대사나 장면에 얽힌 일화도 밝혀져 전작을 본 독자들에게는 복선의 뒷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히가시노의 '매스커레이드 호텔' 시리즈는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손님, 손님의 가면을 지키려는 호텔리어, 그리고 가면을 파헤치려는 형사의 관계가 탄탄한 삼각 구도로 그려진다.
히가시노는 연작 시리즈를 시작한 2011년 일본 문예지와 인터뷰를 통해 두 주인공의 관계에서 '프로페셔널'의 본질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형사의 시점에서 본 호텔리어는 어떤가, 호텔리어에게 형사는 어떤 인간으로 비치는가. 극히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제는 '프로페셔널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중략) 독자 여러분께서도 멋진 호텔의 세계를 충분히 즐겨주었으면 한다."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344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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