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아쉬워'…태양광 연구 아이디어 책자 남긴 老교수

편집부 / 2015-08-17 05:31:00
고재중 고려대 교수 "연구실 떠나지만 아직 마무리해야 할 논문 많다"


'정년이 아쉬워'…태양광 연구 아이디어 책자 남긴 老교수

고재중 고려대 교수 "연구실 떠나지만 아직 마무리해야 할 논문 많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이제야 연구 노하우가 쌓여서 예측한 대로 물질이 합성되고 구현되는 일이 늘고 있는데, 연구실을 떠나게 돼 아쉽습니다."

국내 태양전지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고려대 신소재화학과 고재중(65) 교수는 이달 28일로 예정된 정년퇴임을 앞두고 연구실을 떠나는 것을 못내 섭섭해했다.

고 교수는 1985년 한국교원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1995년 고려대로 자리를 옮겼다. 30년간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매진해온 연구를 마칠 시간이 된 셈이다.

15일 고려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고 교수는 "정든 연구실을 비우게 됐지만 아직 마무리해야 할 논문이 10편이나 있다"면서 "학교를 나가면 연구인력과 시설, 부설장비가 없어 지금 쓰는 것만 마무리하면 이제는 연구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고 교수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박막 태양전지에 이어 3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분야 전문가다. 2010년에는 고효율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제작해 이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식물의 엽록소가 광합성을 하듯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를 유리판에 발라 만드는 전지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실리콘·박막 태양전지에 견줘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데다 효율성이 높다. 다만 아직 안정성이 떨어져 수명이 짧은 단점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고 교수는 "안정성이 더 뛰어난 염료를 합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태양전지 분야에서 한국이 최고가 될 것"이라며 "그런 숙제를 남기고 연구실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태양전지 분야에 정부와 기업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육성 정책을 폈지만 최근에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정체 상태라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셰일가스 등이 상용화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경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이럴 때일수록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며 "유가가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낮을 리가 없고 우리가 앞서나가려면 남들보다 한 발짝 앞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석유를 이용하는 것이 값싸 보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로 가야 하는 것이 인류의 숙명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고 교수를 이어 이 분야 연구를 계속할 후학이 없다는 것이다. 제자 10여명이 있었지만 태양전지 분야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결국 대부분 대기업에 들어가 2차 전지나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고심 끝에 그는 누군가 자신의 연구를 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간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책자로 만들었다. 이 책자는 태양광학회 고별 강연 때 후학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하지만 그 책자가 있어도 뜻있는 후학들이 계속해서 연구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고 교수의 걱정이다.

최근 2∼3년 사이 국가의 연구 지원이 줄어든데다 그나마 있는 지원도 골고루 배분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목으로 소수에게 몰린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연구진에게는 100억원 단위의 대규모 연구비가 몰리지만 1억원 수준의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필요한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확보할 길이 없다"면서 "3년 전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하는 연구자들은 어느 정도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우려했다.

이런 생각으로 고 교수는 상대적으로 연구 환경이 열악한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산학관 건립에 1억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퇴임 후 삶에 대해 고 교수는 "어릴 때부터의 꿈인 불교 철학 공부를 시작하고 고향인 전북 부안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쌀을 기부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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