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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전후 70년 담화 발표…회견하는 아베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전후 70년에 관한 담화(일명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나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8.14 sewonlee@yna.co.kr |
전문가가 본 아베담화…"식민지배 사죄 피해간 '3인칭' 관전평"
"'전쟁·식민지배 분리' 문제"…"한일관계 결정적 악재는 아냐"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김효정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후 70년을 맞아 14일 발표한 담화에 대해 국내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식민 침탈에 대한 직접적 사죄를 끝내 피해간 점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적 행보로 그간 담화 내용에 대한 기대가 낮았음을 고려하면 한일관계에 '결정적 악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다음은 아베 총리의 담화와 향후 한일관계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 및 전망.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한국의 입장에서 볼때 식민시대 침탈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동시에 전후 일본의 노력들이 3인칭으로 이야기됐다. 본인의 마음을 담아서 사죄와 반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3인칭으로 이야기된 점이 아쉬운 점이다.
한국에 대해서 식민 침탈이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별로 잘 나타나 있지 않았다. 한국을 배제한다는 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동시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름대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도는 읽힌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수위가) 약하다고 봐야 하며 이것이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원칙적인 우리의 입장에는 상당히 못 미친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일본과의 관계는 기존의 투트랙 형태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식민지배 상황과 관련해 침탈을 이야기한 것이 없기에 역사 문제에 인식의 차이는 분명히 보였고, 그런 차원에서 역사적 문제는 장기 과제로서 한일간 갈등(요인)으로 갖고 갈 가능성이 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
한국 입장에서 몇가지 불만, 문제점을 지적할 부분이 분명 있다. '4대 키워드'가 들어갔지만 간접적 언급의 형태고 반성과 사죄라는 부분이 침략과 식민지배로 직접 연결돼 있지도 않다.
전후 세대에 사죄할 숙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부분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식민지배에 대한 시각이라 본다. 식민 지배가 전쟁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면 국제사회의 흐름이었다고 했고, 심지어는 러일전쟁이 식민지 피해를 받은 아시아, 아프리카에 용기를 줬다고 했다. 그 입장이 한국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 아닌가 한다.
중국이나 전승국인 미국, 호주에 대해서도 고맙다, 관용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한국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다. 전쟁과 식민지배를 철저히 분리해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본다면 긍정적 평가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어쨌든 4가지 키워드를 포함하고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했으니 이걸 가지고 한일관계를 지금보다 경색된 국면으로 갖고 가는 것은 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일본군 위안부나 독도에서 단호히 대처하는 부분은 하면서도 우리의 국익에 따라 실용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분리해 협력해 나간다는 분리대응 기조는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을 관계 복원, 개선의 재료로 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모호하게 일관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버무렸지만 '키워드'는 다 들어가 있다고 본다.
'주어'가 없어서 상당히 모호하지만 여태까지 일본이 역사문제와 관련해서 얘기했던 발언들이 대부분 다 포함돼 있는 쪽으로 나왔다.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충족할 수준은 아니고,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도 말하기 쉽지 않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상으로 진정성 있는 것은 없었다.
아베 (총리가) 담화를 하려고 했던 것은 결국 무라야마 담화 등이 굉장히 자학적이라는 생각에서 일본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 자긍심을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 미국, 국제사회의 우려와 양심적인 일본 내 일반인들의 생각들이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국내외 환경으로 인해 아베 총리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다른 형태가 나왔다고 본다. 내일 있을 일왕의 패전일 메시지 내용과의 정합성 때문에 조정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
역시 아쉽다면 '주어와 목적어' 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를식민지배했고 이에 대해 통절한 사죄·반성을 한다면 가장 간결하고 명확할 것이다.
주체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마치 외교사가가 동아시아 외교사를 서술한 것 같은 양상이다. 제3자적 입장에서서 관전평을 하겠다는 식의 서술은 우리로서 거북하다. 일본이 주체, 객체가 한국이 되는 사죄·반성을 기대했다면 미흡하다.
그러나 키워드는 다 들어갔고 반성과 사죄의 수위는 어느정도 유지했다고 본다. 아베 총리로서도 무라야마 담화의 기본선을 탈각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가지 못한 것이다. 어정쩡한 자세에서 타협한 것이다. 일본 국내에서 여러 반발이 있었고,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담화가 쟁점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에서 애초 생각보다 상당히 물러난 것 아닌가 싶다. 우회적이긴 하지만 노골적인 도발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호재는 아니지만,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악재는 아니라고 표현하고 싶다. (담화에 담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도 의도적으로라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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