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이 각국에 보낸 '3·1운동 호소문' 발견
연세대 의대 동은의학박물관이 기증받아…등록문화재 신청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1919년 3·1운동의 당위성을 세계에 알리고 일제의 만행을 폭로하고자 한국 기독교 인사들이 각국에 보낸 호소문이 발견됐다.
연세대 의대 동은의학박물관은 캐나다 출신 의사로 한국에서 세브란스병원 설립을 주도한 올리버 애비슨의 증손녀로부터 올 4월 호소문 원본을 기증받았다고 13일 밝혔다.
박물관이 공개한 호소문은 한쪽 면에는 한글로 된 원문과 한자로 쓰인 서명자 명단이, 뒷면에는 호소문의 영어 번역문이 수록돼 있다.
호소문에 서명한 이들은 안승원·손정도·장덕로·김병조·조상섭·배형식·이원익 등 독립운동가이자 목사 7명, 조보근·김시혁·김승만·장붕 등 장로 4명이다. 이들은 '대한국예수교회 대표자'라는 명칭을 썼다.
이들 가운데는 손정도, 김병조처럼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인사도 있다. 이 호소문은 이들이 중국 망명 당시 각국 기독교인들에게 한국인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전하고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 호소문은 19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 동포 기관지 신한민보를 통해 소개됐지만 원본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19년 5월 작성된 것으로 명기된 이 호소문은 "대한예수교도 50만명을 대표해 우리는 만국 예수교우에게 삼가 글을 올리옵나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호소문은 단군 개국 이래 4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기독교가 전파된 지 불과 30년 만에 50만명이 신자가 된 점 등을 각국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불행히 일본의 군국주의를 만나 병탐을 횡피한 후로 선교의 자유가 박탈"되는 등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이어진다고 글쓴이들은 탄식한다.
3·1운동에 대해서는 "우리의 쌓이고 가득하였던 불평은 일시에 폭발하야 전국일치로 독립을 주창하며 자유를 회복코저 할세 한곳도 폭렬한 횡동이 없고 평화적 수동적 반항을 계속할 뿐"이었다며 자유를 위한 비폭력 투쟁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악독무도한 일본인'들은 "살상과 구타가 여지없으며 서울과 지방의 감옥이 설 틈이 없도록" 많은 이들을 붙잡아 가뒀고, 심지어 어린아이와 약혼 부녀까지 "말할 수 없는 욕과 악형"을 당했다고 개탄한다.
그러면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를 바라오며 동시에 여러분의 심후한 도덕적 원조를 바란다"고 끝을 맺는다.
이 호소문은 한국에서 제중원 의학교 초대 교장, 세브란스 의학교 교장, 연세대의 전신 연희전문학교 교장 등을 역임한 애비슨에게도 전해졌고, 이후 그의 후손들이 보관하고 있다가 올해 연세대 개교 130주년을 기념해 박물관 측에 전달됐다.
박물관은 이 호소문을 비롯한 애비슨의 유품, 제중원 설립자 호러스 알렌의 유품 등 18점이 문화재로 지정될 가치가 있다고 보고 문화재청에 심사를 요청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3·1운동과 관련해 원본이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문화재로 신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애비슨은 한국 기독교 독립운동을 여러 방면에서 후원하는 등 독립운동사적 의미가 있는 인물이라 그에게까지 호소문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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