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유증 호주 참전용사, 60년 터전서 추방 위기 탈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60년을 살아온 곳에서 가족을 두고 추방될 상황에 몰렸던 올해 69살의 호주 베트남전 참전용사가 극적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강력한 법집행 의지를 보여온 호주 이민당국도 시민들과 베트남 참전단체의 강한 압박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13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아일랜드 태생으로 10살 때 호주로 건너온 마이클 존 맥패든(69)은 1960년대 중반 호주군 일원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여해 약 9개월을 보냈다.
참전 탓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을 겪게 됐고 술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뇌손상도 피할 수 없었다.
그같은 전쟁 후유증 속에서도 세 아이를 키워냈으며 어느덧 6명의 손자를 둔 할아버지가 됐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후유증이 찾아오면서 작은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는 열차 안에서 음주하다 다툼이 발생했고 이를 제지하려는 승무원에게 저항하다 체포됐다.
당국의 조회결과 영국 국적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12개월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서 그는 영주권이 취소되는 동시에 지난 4월 수용시설로 옮겨졌다.
연방정부가 범죄로 12개월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비시민권자에게는 자동으로 비자를 취소하도록 올해 법을 마련한 만큼 꼼짝없이 추방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그동안 자신도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던 터였다.
맥패든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자 베트남전 참전단체는 그에 대한 조치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필사적인 구명 운동에 나섰다.
이 단체는 "전쟁 후유증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서 "그의 상처는 영국이 아니라 호주를 위한 복무 중 생긴 것으로 영국에는 그를 지원할 조직도, 거주할 집도, 의료 혜택도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운동 사이트에 맥패든의 사연이 소개되자 약 1만명이 그의 추방에 반대한다고 서명을 했고, 언론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꿈쩍도 않던 이민부도 태도를 바꿔 맥패든을 석방하기로 했다. 석방 결정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맥패든은 만 70회 생일을 사흘 앞둔 12일 '지옥'에서 벗어나 가족과 재회했으며 이른 시일 내 시민권을 얻을 방침이다.
맥패든 측 변호인인 닉 와이스너는 13일 가디언 호주판에 "그는 이 나라를 위해 기여했으며, 이 나라의 시민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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