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트럼프 경선 승리해도 패배해도 고민…3당설까지 대선판 최대 변수
'요동치는' 미 대선판…대세론 사라지고 불확실성 커져
샌더스 돌풍에 '힐러리 대세론' 흔들…트럼프 선두 속 순위 급속 재편
공화, 트럼프 경선 승리해도 패배해도 고민…3당설까지 대선판 최대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11월8일)가 1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 대선판이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힐러리 대세론', '클린턴-부시가(家) 대결' 등 당초 예상했던 구도는 온데간데없고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내부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초기 대선판이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누구도 쉽게 결과를 단언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커진 형국이다.
민주당에선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이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다른 주자들의 순위는 급속히 재편되는 분위기다.
◇예사롭지 않은 샌더스 '돌풍'…힐러리는 수세국면
민주당에선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부터 이미 힐러리 대세론이 굳게 자리 잡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0%를 넘나들며 여야를 통틀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데다가 '클린턴 가문'이라는 후광까지 등에 업고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 자리를 쉽게 꿰찰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3월 첫 폭로로 불거진 '이메일 스캔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호감도가 급락했다. 이달 3일 공개된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호감도는 37%에 그쳐 6월의 44%보다 7% 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국무장관 재직 시절 보기에 따라 국가기밀로 분류될 수 있는 사안까지 관용 이메일이 아닌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FBI 수사가 '족쇄'를 풀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샌더스 의원의 무서운 기세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2만8천명),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2만7천명), 워싱턴 주 시애틀(1만5천명) 등 가는 곳마다 구름관중을 동원하는 능력을 보이더니 급기야 대선풍향계로 통하는 뉴햄프셔 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처음으로 제쳤다.
프랭클린피어스대학과 보스턴헤럴드 신문의 공동 여론조사(8월7∼10일·민주 유권자 442명) 결과 샌더스 의원은 44%를 기록해 37%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7% 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장고'에 들어간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경선 무대에 합류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 질 전망이다.
◇트럼프 승승장구·피오리나 선전…부시는 존재감 미미
공화당은 한마디로 '트럼프 판'이다. 상대 후보들의 말실수조차 전혀 부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트럼프가 '블랙홀'처럼 유권자와 언론의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등 막말과 독설로 점철된 지난 6월16일의 대선 출사표가 오히려 당내 강경세력들의 결집을 끌어내면서 한자릿수 대의 미미한 지지율이 금세 2위로 올라서더니 이제는 2위 후보와 더블스코어의 차이로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6일 폭스뉴스 주최 첫 TV 토론에서 자신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이 폭로되고, 이후 토론진행자였던 폭스 뉴스의 여성 간판 앵커 메긴 켈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월경'을 암시하는 듯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지지율은 흔들림 없고 오히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오르기까지 했다.
실제 모닝컨설턴트 여론조사(8월7∼9일·2천29명) 결과 공화당원 및 공화당 성향 무소속 응답자 사이에서의 트럼프 지지율은 32%를 기록해 첫 TV 토론 직전의 25%에 비해 무려 7% 포인트 상승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와 함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의 부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첫 TV 토론 때 상위 10위에 들지 못해 군소후보 7명을 대상으로 한 마이너리그에서 토론을 벌여야 했지만 소신 발언과 명쾌한 답변으로 단번에 선두권으로 부상했다.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는 NBC 뉴스-서베이몽키닷컴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8%를 얻어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함께 공동 4위에 오른 데 이어 보수성향의 라스무센 조사에서도 9%를 기록해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함께 공동 3위에 랭크됐다.
워싱턴타임스는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는 이제 당당한 A그룹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초반부터 부시-클린턴가(家) 대결로 집중 조명을 받은 부시 전 주지사는 좀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첫 TV 토론에서 이목을 끌지 못하면서 지지율 순위도 뒤로 밀렸다.
모닝컨설턴트 여론조사에서 11%로 2위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트럼프(32%)와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심지어 NBC 뉴스-서베이몽키닷컴 여론조사에선 7%에 그쳐 8%를 얻은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에게도 밀렸다.
공화당 주자들의 지지율 순위는 CNN 방송 주최로 다음 달 16일 서부 캘리포니아 주(州) 로스앤젤레스(LA) 근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에서 열릴 2차 TV토론 이후 다시 한번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 변수 트럼프 공화 후보냐, 3당 후보냐…민주 반사이익?
트럼프는 공화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무소속 또는트럼프는 공화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무소속 또는 트럼프는 공화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무소속 또는 트럼프는 공화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무소속 또는 트럼프는 공화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무소속 또는 제3당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첫 TV 토론에서 경선결과 승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유일하게 "현 시점에서는 약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11일 CNN 인터뷰에서도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한다면 그 문(3당 또는 무소속 출마)을 열어놓고 이용할 수도 있다"고 거듭 밝혔다.
트럼프가 이처럼 협박이라도 하듯 무소속 또는 제3당 출마 가능성을 공개로 언급하는 것은 자신이 이른바 제도권 인사가 아니고, 특히 공화당 내에서 '비주류'에도 못끼는 '아웃사이더'라 당 지도부가 자신의 승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공화당 주류 측에선 트럼프의 '거품'이 머지않아 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지지율은 압도적 1위지만 정작 후보 지명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서는 항상 부시 전 주지사 등에 뒤지는 결과도 일정부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연일 당 지도부가 편파적으로 경선을 진행하면 본선에서의 유·불리에 관계없이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도 이런 복잡한 상황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로 보인다.
공화당의 딜레마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대선 승패의 핵심 변수 중 하나인 히스패닉계와 여성표 공략이 더욱 힘들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작아지고, 반대로 패배해 그의 공언대로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결정적인 국면에서 적전분열 양상을 노출하면서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트럼프 돌풍이 일종의 '꽃놀이패'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경선 승패에 따른 트럼프의 향후 행보를 점칠 수 없는데다 가, 지금 당장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여론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많이 끌고 있어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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