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문학사랑 대사'…"고은 시로 한국 배웠다"

편집부 / 2015-08-12 21:05:54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대사…4년간 '서울문학회' 회장


한국 떠나는 '문학사랑 대사'…"고은 시로 한국 배웠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대사…4년간 '서울문학회' 회장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한국에 먼저 계셨던 분이 저에게 '한국을 미리 공부하려 하지 말고, 고은의 시를 읽으면 한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에 오고서 매일 아침 고은의 시를 한 편씩 읽고 보니 그 말이 정말 맞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라르스 다니엘손(62) 주한 스웨덴 대사는 외교만큼이나 문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 대사'다.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는 '한림원'이 있는 나라 대사답게 문학에 조예가 깊은 그는 특히 한국 문학작품을 챙겨 읽는다고 했다.

다니엘손 대사가 최근 4년간 회장을 맡은 서울문학회는 한국에 있는 외교관들이 한국 문인을 초대해 대화하는 자리다. 2006년 12월 만들어지고 나서 1년에 4차례 정도 꾸준히 모임이 진행됐고 고은, 박완서, 황석영 등 다양한 작가들이 모임을 통해 외교관과 만났다.

12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문학회 제39회 모임이 외교관과 문인 등 약 30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모임은 14일 한국을 떠나 곧 독일 대사로 부임하는 다니엘손 대사의 송별회를 겸했다. 제1회 모임의 초대 작가였던 고은 시인이, 그의 시를 특히 좋아하는 다니엘손 대사를 위해 다시 한 번 자리했다.



고은 시인은 다니엘손 대사에게 '지음'(知音)에 얽힌 고사를 소개했다.

"옛날 거문고의 대가가 거문고 소리를 들려주는 친구가 죽자마자 바로 그 거문고 줄을 잘라버리고 다시는 타지 않았죠. 이 이야기는 '진정으로 들어주는 이가 없을 때 소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아는 모임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외교관은 자본 증식이나 시장 확대에 활동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도 이렇게 격의 없는 문학 모임이 서울 외교가에 마련된 것이 참 귀중하다"고 말했다.

시인은 '어느 전기', '아리랑', '아직 가지 않은 길' 등 10여 편의 시를 낭독하고서 "다니엘손 선생 심장의 아주 극히 일부분은 우리 한반도에 놓아두고 가시라"고 당부했다.

한국에 온 후로 거의 매일 아침 고은의 시를 한 편씩 읽었다는 다니엘손 대사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시인께서 초등학교 때 일화를 소재로 쓴 시 '교장선생님 아베'가 생각난다"며 식민지 시대의 경험이 그의 시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질문했다.

이에 시인은 "나라고 하는 것은 내가 없어졌을 때로부터 내가 찾아졌을 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식민 시대에 어린 시절을 경험한 것은 근원적인 경험이었고, 그것이 행복한 체험이었든 반대의 체험이었든 그 체험은 제 삶에 아주 귀중한 기억"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저에게는 1945년 해방이 정치적인 해방이 아니라 모국어의 해방이었다"며 "해방되면서 모국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모국어로 노래하는 시인이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니엘손 대사는 시인에게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인 내일 아침에 읽어야 할 시를 추천해 달라"고 했지만, 시인은 "4년 동안 제 시를 매일 읽었다면 벌써 1천 편을 넘게 보셨을 것"이라며 끝내 고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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