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간기업, 지방 고등법원장 '배임 혐의' 공개 고발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의 한 민간기업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인 현직 지방 고등법원장을 반(反)부패 당국에 공개적으로 고소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명보(明報)와 중국 포털 텅쉰(騰訊·텐센트)재경망에 따르면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문화·여행업체인 쑹청(宋城)그룹은 전날 홈페이지와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을 통해 치지(齊奇) 저장성 고급인민법원장이 직무상 과실과 배임을 저지르고 사법기관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황훙밍(黃鴻鳴) 쑹청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에 올린 고소장에서 "실명으로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에 신고한다"며 조사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그러면서 (고소장에) 거짓이 있다면 자신과 쑹청그룹이 법률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치 원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소장에는 특히 비극 '두아원'(竇娥寃)을 연기하는 쑹청그룹 소속 여배우들의 사진이 첨부돼 눈길을 끌었다. 사진에는 붉은 옷과 흰 치마를 입은 채 흰 천을 머리에 두른 미녀 배우 수십 명이 무릎을 꿇은 채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이 담겼다.
무대 벽에는 '쑹청그룹 CEO가 중기위에 실명으로 저장성 고급인민법원장 치지를 고소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웨이신 계정 글은 두 시간 후 삭제됐으며 쑹청그룹 홈페이지도 전날 밤 폐쇄됐다고 매체가 전했다.
위젠화(余建華) 저장성 고급법원 대변인은 명보에 "고급법원이 이미 이 일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고소장 내용이 매우 모호하고 (치 원장이) 어떤 건이 불공정한지를 밝히지 않아 현재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위 대변인은 치 원장이 출장 중이며 중기위로부터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텅쉰재경망은 중기위의 관련 부서가 이 건을 주시하고 있으며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이번 일이 쑹청그룹이 항저우 샤오산(蕭山)구에서 개발하는 상점의 재산권 분쟁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왕위카이(汪玉凱)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명보에 "공개적인 고소는 비교적 위험하다"며 "증거 부족 시 신고자나 기업이 명예훼손으로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그러면서 "쑹청그룹이 승산이 제법 클 것으로 보고 위험을 무릅쓴 것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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