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전 조기 철수로 IS 발호"…오바마·힐러리 공격(종합)
존재감 잃는 와중에 이라크전 이슈로 반격 시도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을 잃어가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중동 정책을 포함한 외교 어젠다로 반격에 나섰다.
부시 전 주지사는 11일(현지시간) 오후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기념 도서관에서 한 첫 대외정책 연설을 통해 민주당의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오바마 행정부의 실책을 공격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는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너무 일찍 철수한 것이 IS가 봉기하는 빌미가 됐다며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을 겨냥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IS는 미국이 중동을 비우고 위협을 무시하는 동안 자라났다. 이 와중에 클린턴 국무장관은 어디에 있었나"라며 "클린턴은 정확히 딱 한 번 이라크에 들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사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들(오바마와 힐러리)은 평화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며 "이라크 조기 철수는 치명적인 잘못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전쟁은 부시 전 주지사의 친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시작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2월 종전을 선언하며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형인 부시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 핵심용어인 '악의 축'(axis of evil)을 연상시키듯, IS를 오늘날의 '악의 중심'(focus of evil)이라고 언급하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IS 정복에 단호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라크에 병력을 증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IS를 격퇴하려면 상황이 좀 더 복잡한 시리아 사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IS 격퇴를 위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제거돼야 하고 이를 위해 IS와 싸우는 온건 세력을 하나로 규합해야 한다며 "적과 싸우는 것은 물론 안정을 찾고 정부를 재건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라크 상황보다 외교적, 군사적으로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지사는 어느 때보다 단호한 어조로 행한 이날 30여분의 연설에서 당선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체결한 이란 핵 협상을 즉시 되돌릴 것이라고 말해 가장 큰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외신들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이라크전의 공과는 그가 형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이번 대외정책 연설에 관심이 쏠렸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출마 선언 이전부터 "이라크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시달려왔고, 지난 6일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이라크 침공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이번 연설은 또 부시 가문의 대를 이을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부시 전 주지사가 자신만의 정책 어젠다로 지지율 회복에 나서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실제 부시 전 주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와 두자릿수 격차로 밀리고 있다. 지난 6일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 이후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편, 클린턴 캠프의 정책 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부시 전 주지사의 주장에 대해 "역사를 다시 쓰고 책임을 돌리려는 너무 뻔뻔한 시도"라며 "2011년 철수안에 서명한 것은 부시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트럼프 대신 부시 전 주지사를 최종 경쟁자로 상정하고, 건강보험개혁법과 최저임금 인상, 이민개혁 등 주요 이슈에 대한 부시 전 주지사의 발언에 호된 비판을 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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