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트럼프 논란 후 첫 뉴스서 "사과할 생각 나도 없다"
WP 사설서 "길잃고 분노한 지도자" 트럼프 비판…랜드 폴, 힐러리도 가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폭스뉴스의 간판 여성 앵커 메긴 켈리가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사과할 이유가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
켈리는 10일(현지시간)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인 '켈리 파일'에서 직접 읽은 성명을 통해 "나는 제대로 된 언론인의 역할을 했다"며 "그 때문에 사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불편부당하게 내 할 일을 계속 하고 트럼프도 지금까지 성공적이던 자기 선거운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가 지난 6일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 켈리에게 비하적 발언을 내뱉어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 "자신은 사과할 생각이 없고 사과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켈리"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앞서 켈리는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후보들의 토론회의 진행자로서 트럼프가 과거 여성을 개, 돼지, 역겨운 동물로 부르며 비하한 전력을 들추며 대통령 선거 후보의 자질로 적절한지 캐물었다.
트럼프는 이에 기분이 상한 듯 이튿날 CNN방송에 나와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왔다. 다른 어디서도 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켈리가 월경 때문에 예민해져 자신을 공격했다는 또 다른 비하 발언으로 인식돼 파문이 일었다.
트럼프는 10일 MSNBC 방송에서 "사과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토론회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던진 켈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켈리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눈뿐만 아니라 코나 귀에서도 피가 나는 것 같았다는 말을 경쟁자들이 악의적으로 해석했다고 항변했다.
켈리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토론회에서 억울하게 당한다고, 내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나는 질문이 거칠지만 공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후 인터뷰에서 나에게 인신공격을 했지만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와 켈리의 다툼은 공화당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대권 도전자와 보수층의 여론을 주도하는 폭스뉴스 스타앵커의 충돌로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갈등은 폭스뉴스 채널의 회장 로저 에일스가 직접 나서 트럼프와 화해하면서 일단 봉합됐다.
트럼프는 이날 자기 트위터를 통해 "에일스가 나를 공정하게 대우하겠다고 전화를 해왔다"며 "에일스는 훌륭한 사람이고 하는 말도 항상 멋지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일스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에게 켈리에 대한 폭스뉴스의 신뢰를 다시 확인했다"며 "켈리는 총명한 언론인이고 나는 그를 100%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와 켈리의 갈등과는 상관없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른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비판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는 방향을 잃은 분노한 지도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대권 주자로서 자질이 없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돼지라고 부르고 외모를 헐뜯으며 생리현상을 비하하는 짓을 상스러운 방종이 아닌 관습에 대한 용감한 저항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매체는 불법이민이나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을 둘러싸고 공화당 일부가 지닌인종주의적 분노에 편승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누구든 횃불을 들고 군중 앞으로 뛰어나갈 수 있지만 정치인의 자질은 분노를 정치적으로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정치 지도자는 적법한 탄원을 확인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줄 알아야 하지만 중국 수입품에 거대 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제안, 멕시코 정부가 범법자들을 미국에 일부러 보낸다는 주장 등을 보면 트펌프는 그런 역량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경선후보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깡패', '빛 좋은 개살구',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누군가 들고일어나지 않으면 깡패가 계속 일을 저지를 것"이라며 "누군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지적하지 않으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계속 의기양양해져 결국 리얼리티 TV 스타(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뉴햄프셔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트는 너무 나갔다.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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