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신임 대표 "성장통 딛고 재도약할 것"(종합)
공연 횟수 확대·우수 지휘자군 확보·경영시스템 재정비 등 운영방향 밝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흥식(63)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임 대표는 11일 박현정 전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 등 서울시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악마의 축복"이라며 "재단법인 출범 10년이 지나 여러 가지 성장통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최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향이 법인으로 전환한 지 10년이 됐고 그동안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어느 조직이나 한 번씩은 이런 성장통을 거치고, 이를 겪지 않으면 우리는 반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 박현정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막말 논란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정명훈 예술감독의 연봉과 처우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현재도 일부 시민단체가 제기한 정 예술감독의 업무비 횡령 혐의 고발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올해 말 만료되는 정 예술감독의 재계약 문제도 마무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상황이다.
박 전 대표 사임 후 6개월의 공백 끝에 서울시향을 맡게 된 최 대표는 "이런 기회에 다시 한번 마음을 잡고, 자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성장통을 제대로 겪고 재도약하면 10년 후에는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른 시일 안에 경찰 조사와 고소고발 등 여러 사건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며 "서울시향을 사회적, 정치적 대상으로 그만 삼고 음악으로 평가해달라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정 예술감독의 재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논의 중이다. 9월 말까지는 가타부타 결정이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 대표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프랑스 릴 제1대학과 파리 도핀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금융연구원 원장과 하나금융연구소 대표이사,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한 경영 전문가다.
그는 "일반 기업체에 많이 재직해 경영전략은 도가 트여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대표는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경영의 효율과 투명성 확보 등 경영의 기본 원칙이 깃들어 있어야 좋은 조직이 된다"며 "동시에 신뢰와 배려, 공헌, 열정이 우리 조직 내에 항상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서울시향이 예술단체인만큼 예술과 경영의 조화를 도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 대표는 "경영은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여건을 조성하는 지원자이지, 경영이 그 앞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예술과 경영은 상하개념이 아니며,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음악도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향은 현재 단원 120명, 경영조직 20∼3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런 작은 조직이 앞으로 가다 보면 행정적으로 부족하고 서툰 것도 많다"며 "고쳐나가야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한발짝 한발짝 가면서 속도조절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운영이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에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차근차근 변해왔고, 지금은 굉장히 투명해졌다"고 진단하면서 "그럼에도 예술과 경영을 접목하다 보니 불투명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면 좀 더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서울시향은 앞으로 무엇보다 고품격의 클래식 음악으로 서울시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시민이 서울시향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며 "숨이 가쁠 정도로 할 일이 너무 많지만,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는 '세계 톱10 오케스트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조직의 안정화와 서울시향의 공연, 연주 실력 함양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영 시스템, 제도 재정비, 후원·협찬사 발굴 강화, 단원 수 확대, 우수 지휘자군 확보, 정기공연 및 시민공연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 113회인 공연 횟수를 내년에는 140회까지 늘리는 등 점진적으로 공연을 확대하고, 지휘자 육성·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 예술감독과 최수열 부지휘자 외에 추가로 우수 지휘자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 재단법인 출범 때 우수 단원 확보를 위해 도입한 '하위 5% 퇴출' 오디션 제도를 재활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손보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발전하는 서울시향 예산을 축소해 축소지향적으로 간다면 앞으로 발전에 부담될 것"이라며 "이제 확대경영으로 가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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