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아들 둔 호주의원 "통제불능" 심각성 토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나는 호주 상원의원이고 아이스(필로폰) 문제를 가진 21살 아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지위조차 나의 아들을 통제하는 데는 전혀 소용이 없다."
호주 연방상원 자키 람비(44·여) 의원이 마약 중독이 된 아들을 뒀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의 심정을 의회석상에서 공개적으로 토로해 주목을 받았다고 호주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무소속인 람비 의원은 10일 상원이 정신치료시설 수용 중범죄자들에 대한 복지혜택을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마약 중독자를 둔 어머니로서 겪는 고통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람비 의원은 "내가 더는 나의 아들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마약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을 억지로 중독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는 없는 처지"라며 같은 고통을 치르는 사람이 수천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안과 같은 인기영합식 대응보다는 마약 중독자들을 둔 부모들에게 더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한다며 아이들을 강제로 재활센터에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람비 의원은 이후 TV 방송에 출연, 아들이 자신의 가방에 손을 대기 시작하더니 집안 물건들이 사라지고 얼마 전에는 TV까지 없어져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결국,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 2개월 전에는 아들을 집에서 떠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람비 의원은 "13살 때 마약을 접한 아들이 수년 전 아이스에 손을 대더니 지금은 더욱 심해졌다"며 "아이가 예측 불허상태가 되면서 나로서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전혀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을 집에서 내보낸 이후로는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아들이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등의 사고를 내 경찰이 문을 두드리며 찾아올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람비 의원에 앞서 북부준주 경찰 책임자인 피터 챈들러도 지난 9일 21살인 자신의 아들이 아이스에 중독되면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고통을 털어놓았다.
토니 애벗 총리 정부는 아이스 문제나 날로 심각해지자 올해 초 전문가대응팀을 구성, 대책 마련에 착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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